원자재 펀드 고르기

휘발유 가격이 무섭게 올랐다. ‘국제 원유가와 각종 원자재 가격, 원화 가치의 동반 상승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는 새로운 복병’이 되고 있다는 신문 사설이 나올 정도다. 국제 원유가는 최근 1년간 30%가량 올랐다. 미국에서도 원유 가격의 오름세에 대해 ‘전 세계적인 석유 수급 불안이 머지않은 미래에 찾아올 것’이라고 예측하며 세계 경제가 먹구름 아래에 들어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하지만 펀드 시장은 상황이 다르다. 어둡지 않다. 오히려 들썩거리는 원자재 가격에 원자재 관련 투자 펀드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글로벌 천연자원 주식’에 투자하는 한 원자재 펀드는 연초 이후 31~32%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원자재 시장을 미소어린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각종 원자재 가격들의 출렁임이 거세지자 변동성을 이용해 수익을 높인 원자재 관련 펀드들이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고유가의 공포 속에서 웃고 있는 원자재 펀드란 무엇일까. 원자재 펀드는 말 그대로 각종 원자재 관련 선물지수와 원자재 관련 기업 등에 투자하는 펀드다. 투자 대상은 다양하다. 시카고 상품거래소(CBOT) 등 세계 주요 상품거래소를 통해 원유 구리 금 설탕 등 원자재 관련 선물지수에 투자하는 펀드도 있고, 원자재 관련 기업인 원자재 탐사 기업과 생산 기업, 가공 기업 등에 투자하는 펀드도 있다.또한 원자재 ETF(상장지수펀드)나 원자재 가격 연동 장외파생상품, 그리고 원자재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오브펀즈’도 있다. 예를 들면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로저스 농산물지수 파생상품투자신탁(C-A)은 농산물 등의 실물 자산을 기초 자산으로 하는 로저스 국제농산품지수(Rogers International Agriculture Commodities)에 투자한다. 그보다 투자 대상 폭을 넓힌 미래에셋맵스 로저스 커머더티 인덱스 파생상품투자신탁(Class-A)은 총 36개의 실물 상품을 기초로 하는 ‘로저스 인터내셔널 커머더티 인덱스(Rogers International Commodity Index·RICI)지수’에 투자하는 펀드다.펀드오브펀즈로는 도이치 DWS세계지리종류형 재간접Cls A, 금이나 광물 등에 투자하는 펀드로는 기은SG 골드마이닝주식자C3과 메릴린치 월드광업주펀드A2 등이 있다.최근 원유가 상승과 더불어 대체 에너지 개발의 중요성이 높아지자 대체에너지를 투자 대상으로 삼는 펀드도 등장했다. 미래에셋맵스 글로벌 대체에너지 인덱스 주식형투자신탁 1호는 닥스 글로벌 대체에너지 지수(Dax Global Alternative Energy)의 수익률을 추종하는 펀드로 신재생, 청정에너지에 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최근 원자재 관련 펀드들이 30%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하며 주목받고 있지만 모든 펀드들의 수익률이 높은 것은 아니다. 원자재 가격의 수익률을 좌우하는 것은 연동하는 원자재 가격의 움직임이다. 투자 대상에 따라 수익률은 차이가 날 수 있는 것이다.최근의 원자재 가격 상승 요인은 다양하다. 원자재 투자 대상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투자 대상이 바로 에너지다. 최근 에너지 시장은 미국 달러화 가치 하락, 인수·합병(M&A) 등의 요인으로 가격이 크게 올랐다. 자원 개발 회사들의 M&A가 활발해지고 대형화되면서 공급 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고 이로 인해 원자재 가격의 상승이 나타난 것이다. 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 담보대출) 부실로 신용 경색이 심화될 것이라는 불안감으로 원자재 시장에 투자했던 자금들이 일시적으로 빠져나가 타격을 받은 펀드들도 있었다.원자재 펀드는 변동성이 높은 만큼 투자 접근 시 몇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변동성이 높다는 의미는 해당 자원의 시세 변화에 바로바로 민감하게 반응해 가격이 심하게 요동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원자재 펀드는 ‘고수익, 고위험’ 자산으로 분류된다. 즉, 최근의 수익률만 보고 뛰어들었다가 생각지 못한 ‘고위험’에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그렇다면 원자재 펀드 가입 시 유의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 먼저 원자재 펀드는 일반 주식형 펀드와 달리 대안 투자용으로 접근해야 한다. 대안 투자란 주식이나 채권처럼 전통적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이 아닌, 주식시장과 상관계수가 낮은(주가흐름과 다르게 움직이는)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원자재 펀드를 비롯해 인프라, 물, 럭셔리 펀드가 대표적인 대안 투자 상품이다.대안 투자 상품은 분산 투자 차원에서 접근해야 투자의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상품이다. 주식시장에만 투자할 경우 주가 폭락의 위험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다. 이때 원자재 펀드 등 대안 투자 펀드로 포트폴리오를 적절히 구성하면 주가 폭락의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원자재 펀드는 이러한 대안 투자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때는 먼저 정통 주식형 펀드나 인덱스 펀드로 중심을 잡고, 그 다음 해외 펀드나 대안 투자 펀드 등을 이용해 지역별 투자 대상별로 위험을 분산해야 한다. 원자재 펀드는 이때 핵심 펀드가 아닌 보조 수단으로 포트폴리오 분산 투자 차원에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원자재 펀드를 고를 때는 하나의 상품에만 투자하는 펀드보다는 투자 대상을 여러 자원과 관련 상품 및 기업으로 나눈 펀드, 원자재 종류별로 골고루 투자하는 펀드, 그리고 ‘펀드오브펀즈’에 투자하는 것이 투자의 위험을 조금이라도 더 낮출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원자재 펀드는 펀드가 따르는 자산의 가격 변동성과 헤지 펀드 등 투기 자본이 원자재 선물시장을 통해 투자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자금 유·출입에 따른 가격 변동성이 크다. 한 가지 자원에만 집중해서 투자하는 펀드라면 해당 자원의 시세 변화에 바로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제아무리 공격적인 투자자라도 심리적으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격이 오르내릴 수 있다.위험을 최대한 낮춘다면 원자재 펀드는 ‘주식시장의 위험’과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매력적인 대안 펀드다. 원유 곡물 금 등의 원자재 가격이 상승할 경우 전 세계 상품 가격도 오르기 때문에 원자재 펀드는 인플레이션 위험을 피하는 효과가 크다. 또한 원자재 가격의 상승은 세계 경제의 성장과 관련이 있는 만큼 중국과 인도 등 세계 경제의 견고한 성장이 이어진다면 원자재 등 실물 상품에 대한 수요 증가와 관련 지수나 가격의 상승 등을 예상할 수도 있다.이런 장점을 살려 분산 투자 측면에서 원자재 펀드에 접근, 좋은 원자재 펀드를 골랐다면 한 가지 더 체크할 부분이 있다. 장기 투자해야 원자재 펀드 투자의 매력과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공도윤·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