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신약 개발

동아제약은 국내 제약사 가운데 신약 개발 부문에서 가장 앞선 기업으로 평가된다. 2002년 위염 치료제인 ‘스티렌’, 2005년 발기부전 치료제 ‘자이데나’ 등 2가지의 자체 개발 신약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2개의 신약을 개발한 국내 제약사는 동아제약이 유일하다. 2010년까지 3개의 신약을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다.더욱 중요한 것은 신약이 상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다. 스티렌은 올해 600억 원, 자이데나는 200억 원의 매출이 기대된다. 시장점유율은 스티렌이 1위, 자이데나가 3위를 달리고 있다. 이와 관련, 회사 측은 “‘세계를 향한 연구개발(R&D)’이라는 비전 아래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 역량을 구축한 결과”라며 “전략적 차원의 차별화된 능력”이 단기간에 시장을 주도할 수 있었던 배경이라고 설명한다.회사 측이 자랑하는 ‘전략적 차원의 차별화된 능력’은 개발을 위한 개발이 아니라 시장성을 염두에 둔 전략적 차원의 개발에 강하다는 의미다. 국내 신약 가운데 가장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스티렌’이 대표적이다. 연구 기획 단계에서부터 경제성을 고려, 국내에 풍부한 천연물 자원을 활용해 수익성을 극대화했다는 것이다. 다래 추출물(아토피 치료제)과 흑미 추출물(천식 치료제) 등 천연물을 활용한 후속 제품들도 대기 중이다.하지만 스티렌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두말 할 것도 없이 약효가 좋기 때문이다. 기존의 위염 치료제는 재발률이 높다는 고질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 스티렌은 ‘위점막 재생 작용’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어 재발률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2004년엔 캡슐제에서 정제로 바꿔 안정성을 확보하고 현재 1일 3회 복용에서 1일 1회 복용으로 전환하는 제제 기술 개발 연구를 수행하는 등 꾸준히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장수의 비결로 꼽힌다.동아제약의 신약 관련 연구개발은 제한된 자원에서 최선의 결과를 도출한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부족한 기술력과 자본력을 감안, 독창적인 신약 개발에 직접 도전하기보다는 조금이라도 우위에 있는 분야에 집중해 기존 기술을 개선하거나 응용하는 길을 선택했다. 이를 통해 작지만 확실한 제품으로 신약 개발의 실력을 단계적으로 쌓아가겠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선택과 집중’의 동아제약판이라고 할 수 있다.9년간의 연구개발을 통해 세계에서 네 번째로 내놓은 발기부전 치료제인 자이데나가 대표적이다. 이미 존재하는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지만 보다 안정적이고 효과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빠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동아제약의 실용적인 개발 전략은 제너릭 의약품 부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후발주자임에도 고유의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기술력과 영업 모두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개발에 성공, 올해 200억 원의 매출을 노리고 있는 항혈전제 ‘플라비톨’이 특히 그렇다. 항혈전제 시장에서 최대의 블록버스터로 손꼽히는 플라빅스의 복제 의약품인 플라비톨은 극심한 경쟁 속에서도 조기 안착에 성공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동아제약은 제너릭 의약품 시장이 제도 변화에 따라 위축될 것이지만 차별화된 전략으로 대응한다면 얼마든지 ‘효자’ 노릇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 회사 측이 생각하는 ‘차별화’는 독자적인 약물 전달 기술을 활용해 개량된 ‘스페셜티 제너릭(specialty generic)’ 제품이다. 비교 우위에 있는 이 기술이 적용된 제너릭 제품으로 경쟁력을 배가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위내 체류형 약물 전달 기술은 자체 개발한 신약에도 적용해 신약의 가치를 높일 수도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선택과 집중’ 전략은 개발 과제 선정에서도 적용된다. 주력 분야를 선택해 역량을 모으는 전략이다. 동아제약이 주목하는 분야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의약품이란 의미로 ‘해피 드러그’라고 불리는 제품군이다. 당뇨나 비만 등 생활습관병이나 천식과 아토피 치료제가 대표적이다. 발기부전 치료제인 자이데나도 이에 해당한다.‘해피 드러그’ 시장은 선진국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형성됐지만 국내에선 최근에야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내 시장에서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는 영역이다. 종전까지는 외국계 제약사들이 시장을 움켜쥐고 있었지만 최근 국내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토종과 외국계의 경쟁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60조 원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데다 해외 신약 개발에서도 10%나 차지하는 유망 시장이다.자이데나에 이어 최근에 선보인 대표적 ‘해피 드러그’는 비만치료제인 ‘슈랑거 캡슐’이다. 독일어로 ‘줄어든다’는 의미인 ‘슈랑거’라는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제품은 체중 감량제다. 다국적 제약회사인 에보트의 신약 ‘리덕틸’ 성분의 일부를 변경한 약물이다. 임상 결과 안전성과 약효 모두 신약과 동등하다는 인정을 받았다. 이 시장의 규모는 현재 약 640억 원. 그리 크지는 않지만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2001년 대비 약 55%가량 성장했으며 매년 10% 정도 커지고 있다.신약이나 제너릭 의약품 외에 생물 의약품 부문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다. 에포론, 그로트로핀, 류코스팀, 인터페론알파 등 단백질 치료제를 개발해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불임 치료제인 ‘고나도핀’을 내놓아 바이오 부문의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밖에 B형 간염 DNA 치료 백신과 AIDS 치료 백신이 제1상 임상 연구에 돌입했으며 뇌종양 유전자 치료제가 전임상 단계에 있다. 세포 치료제 부문에서는 암 치료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동아제약의 R&D 역량은 지난 2월 미국의 트리어스 테라퓨틱스사와 기술 수출 계약을 맺은 것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슈퍼박테리아 타깃 항생제인 ‘DA-7218’에 대한 전 세계 시장 개발 및 판매권에 대한 라이선싱을 판매한 것. 이를 통해 동아제약은 1700만 달러 상당의 기술료를 받게 되며 판매 금액의 5~7%를 받게 된다. 현재 시장 규모를 감안하면 발매 시점부터 매년 2000만 달러 이상의 로열티 수입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동아제약은 제품 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시장이 급속히 글로벌화되고 있어 무엇보다 제품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우선 연구개발비가 불어나고 있다. 2005년 매출액 대비 4.3%(229억 원)에서 지난해 4.94%(283억 원)로 많아졌고 지난 상반기에는 4.91%(150억 원)를 투자했다.연구 개발 인프라도 강화하고 있다. 먼저 우수 인력 확보에 나섰다. 매년 15명의 석·박사 인력을 신규 채용하고 있으며 현재 225명인 연구개발 인력을 단계적으로 500명까지 늘릴 계획이다. 인력 양성 프로그램도 도입했다. 해외 연수 및 학위 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차등 성과급을 도입해 경쟁력 제고를 유도하고 있다.해외 업체와의 전략적 제휴에도 적극적이다. 이를 통해 기술력을 향상시키는 것은 물론 해외 시장 개척에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재 미국의 스티펠(Stifel)사와 비마약성 진통제를, 프랑스의 마이크로디아그(MicroDiag)사와 유전자 진단 시약을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