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일 진명통신 대표이사
“이제는 ‘브랜드 파워’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가 됐다고 봅니다.”김중일 진명통신 대표이사(57)는 독일의 명품 패션 제품 ‘브라운 버펠’을 한국에 소개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김 대표는 지난 30년간 전자부품 개발과 생산의 외길을 걸어왔다. 그가 이끌고 있는 진명통신 역시 디지털 방송용 송출 중계 장비 전문 개발 기업으로, 현재 국내 지상파 방송국 납품은 물론 유럽 시장에 수출도 하고 있는 탄탄한 회사다.김 대표는 “방송기기 사업이 제 궤도에 오르면서 새로운 사업 영역에 도전하고 싶었다”며 “국민소득이 선진국 수준으로 가면서 ‘브랜드 파워’를 통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의 비전이 밝아보였다”고 명품 시장 진출 이유를 설명했다그렇다면 왜 국내에 생소한 브랜드를 선택했을까. 김 대표가 ‘브라운 버펠’을 만나게 된 계기는 철저히 ‘소비자’의 입장에서였다.업무상 해외 출장이 잦은 편인 김 대표는 싱가포르에서 현지인들은 물론 유럽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비즈니스맨들이 ‘브라운 버펠’의 매장 앞에서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한다.“마침 가방이 필요해 가장 인기 있어 보이는 숍에 들어간 거죠. 매장을 둘러보니 제품의 가격도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디자인이나 부드러운 가죽의 품질 등 모두 마음에 들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전 세계 82개 매장 중 ‘비즈니스맨의 도시’ 싱가포르 안에만 매장을 10여 개나 가지고 있더군요. 제품개발 센터도 독일 이탈리아와 더불어 싱가포르에까지 두고 있어요.”이후 출장 때마다 구두와 지갑 등을 빠지지 않고 구입하며 ‘팬’이 되어버린 김 대표는 아예 “직접 수입해 보면 어떨까”라고 생각했다. 한국의 명품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에 있는 반면 대부분의 제품이 핸드백 등 여성 용품일 뿐 ‘브라운 버펠’처럼 비즈니스맨들에게 적합한 남성 제품에 강점을 가진 브랜드는 그리 많지 않다고 판단해서다.“독일 본사에 조심스럽게 제안서를 보냈습니다. 제품이 좋아서 한국에 소개하고 싶지만 처음부터 크게 ‘판’을 벌이지는 못하겠다. 대신 오랜 역사를 가진 제품의 장인정신과 우수성을 한국 소비자에게 차근차근 알려 나가겠다고요.”이미 대기업 계열 패션 업체 두 군데서 제안서를 냈다는 소식을 들었던 터라 김 대표는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의외로’ 독일 본사는 김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김 대표는 “본사 사장의 설명을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졌다”고 했다.다품종을 소량 생산하는 명품 업체의 특성상 갑자기 많은 주문이 들어오면 본사 측면에서도 부담이 될 뿐만 아니라 보수적인 독일 기업의 문화상 김 대표의 ‘조심스러움’이 오히려 이사진의 호감을 얻었다는 것이다.10월 중순에 있을 ‘브라운 버펠’ 12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할 예정인 김 대표는 이탈리아 프랑스 등의 타지역 명품 브랜드와 독일 명품 브랜드의 가장 큰 차이를 독일인 특유의 지적인 전통에 기반한 ‘합리성’과 ‘전통성’으로 평가했다.김 대표는 “물론 세계 패션의 흐름을 따라가는 감각적인 상품도 내놓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깔끔하고 클래식한 디자인이 브랜드의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끝으로 김 대표는 “10월 중순 파일럿숍 형태의 1호점을 개장해 국내 소비자의 반응을 살핀 후 2008년 2~3월 중 정식 런칭할 것”이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약력: 1951년생. 77년 영남대 전자공학과 졸업. 76년 동양정밀공업 중앙연구소 입사. 92년 진한통신 기술이사. 95년 진명통신 대표이사(현). 81년 대한민국 전자전 상공부 장관상 수상.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