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실력 ‘IT강국’과 격차… 업무 효율 높일 수 있는 e러닝에 주력

고객들의 주문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고 바이어들의 선적 독촉은 갈수록 심해진다. 그런데 하루에 10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자동차 업체에서 종업원들의 능력 부족으로 500대만 만들고 있다면 최고경영자(CEO)의 심정은 어떨까.생산직의 업무 평가는 비교적 간단하다. 생산량을 따지면 된다. 하지만 사무직은 그렇지 않다. 요즘 사무직은 모든 업무를 컴퓨터로 처리한다. 컴퓨터 활용 능력이 부족해 생산성이 절반밖에 나오지 않는다면 이 회사 경영자는 어떤 생각을 할까.CEO들은 사무직원들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니 대부분 전문가라고 여기기 십상이다. 하지만 활용 능력이 부족해 1시간에 해치울 수 있는 일을 2~3시간 동안 끙끙거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게다가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기초적인 문서 작성이나 정보 검색, e메일 확인 수준인 직원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파워포인트, 엑셀 작업, 프로그램 작성, 웹디자인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갑자기 컴퓨터 속도가 느려지면 아예 손을 놓는다. 전문가가 와서 고쳐줄 때까지 하루 종일 업무를 볼 수 없는 경우도 많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경영자들이 이런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들 역시 컴맹에 가까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정현경 중앙ICS 대표(34)는 기업체 사무직원들의 컴퓨터 활용 능력이 과연 얼마나 되는지 궁금했다. 국내외에서 ‘한국은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 직장인들의 컴퓨터 실력 역시 세계 정상급일까.이를 계량화하기 위해 서울대 경영대 안중호 교수와 함께 평가 툴을 개발했다. 이를 토대로 CEO를 포함한 ‘지식 근로자의 컴퓨터 활용 능력 및 인식에 대한 실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무늬만 IT 강국’이라는 추측이 사실로 드러났다. 직장인의 컴퓨터 및 오피스 활용 능력이 5점 만점에 2.7점에 불과했던 것이다. IT 강국이라면 적어도 3.5점 이상이 돼야 했다.정 대표가 컴퓨터를 쉽게 배울 수 있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동기가 여기에 있다. 그는 이 조사를 토대로 ‘컴퓨터를 통해 컴퓨터를 가르치는’ 사업을 하고 있다. 대다수의 직장인들은 영어나 경영 일반, 직무에 관한 교육은 열심히 들으면서도 컴퓨터 공부는 등한히 하는 사례가 많다. 모르면 후배에게 시키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학원에 다닐 시간도 마땅치 않다.그래서 아이디어를 낸 게 e러닝이다. 인터넷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컴퓨터 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있었다. 적합한 강사를 구하는 일이었다. 컴퓨터에 대한 해박한 지식은 물론 오랜 교육 경험이 중요했다.더 큰 관건은 수준별로 고객들을 잘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이었다. 컴퓨터 기초 교육이냐, 자격증 교육이냐, 아니면 고급 과정이냐에 따라 강의 내용과 교수 기법이 달라지는데, 그런 면에서 정 대표는 남다른 강점이 있었다. 정 대표의 부친은 한국의 대표적 정보 교육기관인 중앙정보처리학원의 창업자인 정상은 회장(60)이기 때문이다. 정 대표는 30여 년의 교육 노하우를 지닌 중앙정보처리학원의 200여 강사들의 지원을 받아 강의 콘텐츠를 만들고 질의응답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모회사인 중앙정보처리학원의 온라인 교육센터인 아이중앙 (www.i-choongang. co.kr)에 대한 콘텐츠 인큐베이팅을 진행해 온 정 대표는 이를 토대로 본격적인 e러닝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기업의 직무 향상을 위해 철저하게 성과를 낼 수 있는 내용으로 교육 과정이 설계돼 있다”며 “지난 2001년부터 4년간 콘텐츠 개발에 주력해 왔다”고 덧붙인다.IT 분야에 특화된 70여 개 과정을 개발했다. 한글 엑셀 파워포인트 등 컴퓨터 기초 과정을 비롯해 자바 리눅스 등 프로그래밍 과정과 웹디자인 플래시 전문가 등 디지털디자인 과정, 워드프로세서 정보처리산업기사 컴퓨터활용능력 등 자격증 분야다.이 밖에 특별 과정으로 퇴근 후 쇼핑몰로 1억 원 벌기, 합리적인 쇼핑몰 창업 방안, CEO를 위한 오피스 등도 개발했다.정 대표의 주요 사업 목표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B2B 시장이다. IT-MBA(Ma-stery of Business Application) 프로그램을 만든 것도 기업 종사자들을 위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기 위한 것이다. IT 감각을 키워주는 컴퓨터 기본 교육을 비롯해 효과적인 문서 작성, 효율적인 정보 처리, 완벽한 프레젠테이션 등의 과정을 담고 있다.정 대표는 “e러닝을 통한 IT 교육은 노동부 고용보험료 환급 대상이어서 기업들로선 부담이 거의 없다”고 말한다. 대기업은 교육비의 80%, 우선 지원 대상 기업(주로 중소기업)은 100%까지 환급된다. 중소기업으로선 직원들의 컴퓨터 직무 교육을 무료로 시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IT 이외 다른 분야의 교육이나 B2C 시장, 해외 시장 등도 중장기적으로 꾸준히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정 대표는 국내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뒤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USC(남가주대) 경영학과를 졸업, 1999년 중앙ICS를 창업했다. 정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꿈이 ‘사업가’라고 말할 정도로 기업 경영에 관심이 있었다.창업 자본은 부친이 출자해 줬다. 부친은 사업비용을 대준 뒤 정 대표가 모든 것을 알아서 처리하도록 했다. 사업에 대한 철학만 얘기해줄 뿐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선 일절 간섭하지 않았다. 그게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치는 길이라고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에 본사가 있는 중앙ICS는 40여 명의 직원을 두고 있다. 이 중 10여 명은 여성 전문 포털 사이트 ‘젝시인러브’를 운영하고 있다. 여성 포털과 IT 분야 e러닝이 양대 사업인 셈이다. 하지만 그는 요즘 IT 분야 e러닝에 승부를 걸고 있다.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정 대표는 “IT 분야 e러닝 사업은 기업체 임직원에 대한 교육, 위탁 운영, 콘텐츠 판매 및 임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고 설명한다. 교육 대상 기업으로는 다산네트워크 어드밴텍테크놀로지스 등 20여 개 업체가 들어 있다. 위탁 운영 및 콘텐츠 전략적 제휴 기관으로는 대한상공회의소 한국생산성본부 등이, 콘텐츠 판매 및 임대 기관으로는 경북대 금오공대 한양사이버대 등이 포함돼 있다.정 대표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 등을 인정받아 지난해 소프트웨어 산업인의 날엔 정보통신부 장관상을, 올해 우수 여성벤처기업인상(산업자원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정 대표는 “30여 년 동안 200여 만 명의 수강생을 배출한 중앙정보처리학원의 든든한 노하우가 있어 IT e러닝 사업에서 강점을 가질 수 있다”며 “고급 IT 과정은 중앙정보처리학원과 연계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병행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외국어와 기업 경영에 관한 e러닝이 최근 활발해지고 있지만, PC 활용 능력을 포함한 IT 교육 분야도 온라인 교육으로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분야”라고 강조한다.그는 기업을 경영하면서 부친으로부터 받은 가르침을 항상 잊지 않는다고 말한다.‘5만 원짜리 그릇을 사서 깨뜨리면 손해가 5만 원으로 끝난다. 하지만 5만 원 내고 교육을 받았는데 그 교육이 잘못되면 수강생에겐 5만 원의 여러 배에 해당하는 손해를 끼치게 된다’는 것이다. 교육은 그 사람의 수강료뿐만 아니라 시간과 미래가 걸린 문제인 만큼 이왕 하려면 ‘제대로 된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그래서 정 대표는 “교육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이를 통해 실질적으로 얼마나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사업에 임하고 있다”고 각오를 밝힌다.약력 : 1973년생. 96년 미국 USC(남가주대) 경영학과 졸업. 99년 중앙ICS 창업 및 대표(현). 2004년 서강대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 2005년 와세다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수상;2006년 정보통신부 장관 표창. 2007년 우수 여성 벤처기업인상(산업자원부장관상) 등.김낙훈 편집위원 nhkim@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