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유틸리티·IT·통신으로 종목 교체해야…중장기는 ‘이상 무’
좀 황당하지만 외계인과 조우하는 날이 온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이왕 가정하는 김에 그 외계인이 지구를 정복하기 위한 정찰대의 일원이고, 지구인의 지적 능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인간으로 변장한 다음 시골 장터에 나타나 소위 ‘야바위’ 게임을 벌인다고 상상해보자. 그런데 이 고도로 지적인 생명체는 우리의 머릿속을 훤히 꿰고 있어 어느 쪽 그릇에 주사위를 숨겨 놓았는지를 절대 맞힐 수 없게 조작한다고 생각해 보자.이렇게 되면 우리는 그와 백 번 천 번 게임을 해도 절대로 이기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예상대로 지구인의 생각을 모두 읽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이 미개한 행성을 안심하고 침공해도 좋다는 사인을 본부에 보낼 것이다.우리가 그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단지 내가 가고 싶은 방향, 혹은 내가 선택하기로 했던 방향과 반대되는 쪽의 그릇을 짚거나, 혹은 아무 생각 없이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나 뒷면이 나오는 대로 고르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그러면 이 지적인 생명체는 혼란에 빠질 것이다. 분명히 자기가 마음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미천한 지구 생명체가 자신을 이기는 것을 보고 지구의 생명체는 자신들이 파악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고도로 지적인 사고를 하는 존재로 오해하면서 지구 침공을 포기하고 말 것이다.필자는 시장을 보면서 가끔 어이없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즉, 시장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이며 그 생명체는 고도로 발달한 지능과 우리의 머릿속을 훤하게 들여다보는 독심술마저 가지고 있는 외계인 같은 존재이며, 이 외계인은 우리가 무엇을 생각하고 판단하는지를 이미 다 알고 있고, 주사위를 우리가 선택한 그릇이 아닌 다른 그릇으로 옮겨 놓으며, 예측을 하기 위해 시도하는 모든 시도들을 무력화시키고 있다고 말이다.우리는 항상 뉴스를 보고 정보를 읽고 가격을 살피며 나름대로 합리적인 견해를 유지하고 그에 따른 판단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 결과는 늘 우리의 예측이 절반도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대체 왜 그럴까. 무엇 때문에 정보 전달이 늦고 제대로 된 정보가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나 실시간으로 대량이 정보와 뉴스가 쏟아지는 지금이나 합리적 판단과 예측이 불가능할까. 이런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지만 결국 그 해답은 정보의 불균형성과 계측 불가능한 변수들 때문이라 치부되고 만다.그렇다면 만약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똑같은 정보를 공유하고 세상의 모든 변수들이 상수가 되는 세상, 예를 들어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연방 기금 금리를 정해진 날짜에 정해진 만큼 조정하며 기업 실적은 자로 잰 듯 예상과 부합하며 미얀마의 군사 정권은 사상자를 정확히 100명으로 산정해 시위를 진압하는 세상이 온다면, 우리는 주식시장의 방향성을 제대로 예측하고, 모든 시장 참가자들은 돈을 벌 수 있을까. 그 대답은 당연히 ‘아니오’일 것이다.이제 시장에서 우리가 말하는 예측 요인들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는 더 이상 부연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시장 상승과 하락의 이유를 항상 완벽하게 설명하지만 정작 그 설명에 근거해 내놓는 예측들은 모두 동전 던지기보다 못한 결과를 낳는다. 사실 애널리스트의 예상이 높은 승률을 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단 한 가지다. 시장이 오르면 계속 오른다고 주장하고 오르는 이유만 설명한다. 그리고 시장이 내리면 계속 내린다고 주장하며 내릴 수밖에 없는 이유를 내놓는다. 이렇게 하면 그는 최소 9할대의 엄청난 타율을 기록하는 스타 애널리스트가 될 것이다.애널리스트나 전문가의 의견을 클릭하는 사람들과 지금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모두 자신의 ‘예단’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예단에 부합하는 논리에 지지를 보낸다. 이를테면 현대중공업 보유자나, 중국 펀드 가입자들은 지금 끝 모르고 올라가는 중국 기업의 주가수익률(PER)에 대한 우려보다는 내년 이후 중국 기업의 수익성이 더욱 증가해 자연스럽게 PER가 희석될 것이라는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반대로 중국 은행들의 감춰진 부실이나 불투명한 기업 회계, 치솟는 인플레와 금리 등에는 귀를 막을 것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이렇듯 시장은 설명도 이유도 예측도 필요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늘 신묘한 예측을 기다린다. 시장은 오르는 힘에 따라가는 투자자와 내리는 압력에 몸을 맡기는 투자자에게 승률을 높여 줄 뿐이지만, 우리는 늘 그것이 특정 정보와 뉴스에 기초한 판단에 따른 것이라 여긴다. 다만 이런 방식의 투자자가 승률이 가장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승률이 결과적으로 결승선에서 테이프를 끊게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에 맞닥뜨리면 좌절에 빠지게 된다.시장은 계속 남아 있으면 열 번을 이겨도 한 번 지면 모두가 무너지고, 반대로 열 번을 져도 한 번을 제대로 이기면 역전이 일어난다. 그러나 최종적인 승리는 언젠가 어느 시점에 운이 좋아서였든 혜안이 있어서였든 간에 투자를 멈췄고 정말 그 지점이 대바닥이거나, 대천장이었을 경우에만 주어진다. 시장을 이길 수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늘 시장 참여자라는 점, 즉 멈춰야 할 지점에 멈추지 못하고 들어가야 할 지점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데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는 한 행운과 불운은 늘 반복될 것이다.그렇다면 논점을 돌려 지금이 멈춰야 할 바로 그 지점인가를 생각해 보자.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한 가지를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시장의 저점에 보유자는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고, 매수자는 두려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반대로 고점 주변에서는 보유자는 불안하고 매수자는 초조해 한다. 시장이 연일 오르면 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켜보기에도 고통스럽다, 하지만 그 와중에 주가는 비등점을 넘어버리고 주전자의 물은 금세라도 흘러넘칠 듯 끓어오르면 이 가련한 매수자는 결국 주식 투자에 뛰어들고, 너무 올라서 불안하던 보유자들은 시장에 물량을 던지기 시작한다. 이렇게 몇 번의 공방이 벌어지면서 거래량이 증가하고 주가는 제자리걸음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마지막 매수자가 주식을 사고, 더 이상 주식을 살 사람이 없는 지점이 오면 주가는 끝없는 하락을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시장의 방향성은 그동안의 방향과 반대의 길을 가게 된다. 대바닥을 이루는 시점 역시 마찬가지다.그렇다면 지금은 과연 어떤 지점일까. 매수 대기자들이 초조하기는 하지만 아직 이들의 세가 만만치 않다. 시장의 거래량은 일정하고 가격은 비등점에 도달하지 않았다. 그래서 중장기적으로 우리 시장은 아직은 끄떡없다. 하지만 단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좀 다르다. 시장은 주가지수 2000을 중심으로 등락을 거듭하고, 거래량이 ‘줄었다 늘었다’를 반복하고 있다. 하지만 다시 2000을 지나 전고점을 넘어서면(비등점에 도달하면) 어떻게 될까. 이것이 바로 필자가 2100~2200 내외까지의 상승 후 꽤 깊은 조정이 올 것이라 여기는 이유 중 하나다.그래서 필자는 지금 시장의 방향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그것은 지금 매수를 고려하는 사람들과 기존 주도주를 보유한 사람들은 지금부터 2000을 넘어 전고점을 향해 치닫는 동안 기존의 주도주를 버리고, 은행을 비롯한 금융주와 통신, 전기가스 등의 유틸리티와 일부 정보기술(IT)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시장이 다시 전열을 정비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다.‘시골의사’ 박경철현직 외과의사이자 국내 최고의 투자전문가로 꼽힌다. 본명보다 ‘시골의사’란 필명으로 유명하다. 투자 분석으로 영리 활동을 하지 않는 거의 유일한 전문가다. 명쾌한 논리와 유려한 문장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