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승 SBS 아나운서
하루를 48시간으로 사는 방송인이 있다.바로 SBS의 이혜승 아나운서(30)다. 현재 ‘출발! 모닝와이드’와 ‘접속! 무비월드’를 진행 중인 그는 아나운서계의 ‘팔방미인’ ‘수재’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본 토익 시험에서는 990점 만점까지 받아 ‘토익 만점 아나운서’로도 화제가 됐다.분, 초를 다투는 바쁜 방송 생활을 하면서 석사 과정 또한 2개나 수료했다. 여기에 올 초에는 영어 교육 자격증인 TESOL (Teaching English to Speakers of Other Languages)까지 땄으니 그 부지런함에 입이 딱 벌어진다.“지난해 FM 라디오의 영어 프로그램인 ‘이혜승의 모닝 익스프레스’를 진행했어요. 각종 영어 표현을 청취자에게 알려주는 생방송 프로그램인데, 코너 중에 ‘토익 만점 강사와 함께하는 토익 공부’가 신설됐지요. 프로그램에 워낙 큰 애착을 갖고 있던 터라 보다 재미있고 성심성의껏 진행하기 위해 토익 시험을 봤는데 운 좋게 만점을 얻었어요.”이 아나운서의 영어 실력은 네이티브급이다. 사내에서도 ‘영어’하면 ‘이혜승 아나운서’를 바로 떠올릴 정도로 ‘영어통’으로 자리 매김했다. 미국의 초특급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방한 시 통역 없이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의 초청 강연회의 사회도 맡는 등 수많은 국제회의와 포럼의 영어 진행자로 활약 중이다.그는 사실 어릴 때 해외에서 살았던 적이 있다. 하지만 해외 거주 경험이 있는 모든 이가 토익 만점을 받는 것도, 영어를 능숙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 끊임없는 노력이 수반돼야 ‘영어의 귀재’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게 사실이다.“초등학생과 중학생 시절 배운 영어로는 비즈니스를 하거나 회의를 진행할 수 없잖아요. 제 나름대로 영어 공부법을 많이 생각하고 실천해 왔어요.”이 아나운서가 가장 우려하는 영어 학습법은 ‘무작정 시트콤으로 공부하기’다. 재미있게 영어를 익히기 위해 영어권 국가의 시트콤을 보고 또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하지만 탄탄한 기초 없이 시트콤부터 보면 실력이 쌓이기 전에 무너져 버린다.“공부하는 재미는 없어도, 처음에는 영어 교과서, 각종 교재로 기초부터 닦아야 해요. 그 다음 시트콤 등을 보며 응용 영어를 배우는 게 순서입니다.” ‘테이프 듣기’ 또한 어학 공부의 지름길이 된다. 차를 운전하며 갈 때 등 평소에 교재의 부록인 테이프를 반복 청취하며 큰 소리로 따라하면 좋다. 연기를 한다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흉내를 내다보면 어학 실력이 절로 는다.“수강 시간이 정확히 정해진 학원에 다니는 등 반 강제적인 상황에 본인을 밀어 넣는 법도 바쁜 직장인에게 추천해요. 영어 이외의 다른 어학을 공부하고 싶어서 지난해부터 일본어를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초반에는 학원에 다니다가 최근 점심시간을 이용해 개인 레슨을 받았더니, 일정을 자꾸 미루게 되더군요.” 시간을 본인이 조절할 수 있는 개인 레슨의 장점이자 단점을 경험한 그는 어학 공부 초반에는 학원에 다닐 것을 권유했다. 학원이든, 개인 레슨이든 1주일에 1~2번 정도로는 어학 실력이 늘 수 없다. 적어도 1주일에 3~4번 학원에 가거나 개인 레슨을 받아야 효율적이다. 한번 마음먹으면 집중적으로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뉴스 진행을 하다 보니 뉴스를 통한 영어 공부 노하우도 터득했다. 평소 방송 뉴스나 신문, 잡지를 보다가 한국적인 표현이다 싶은 게 있으면 메모해 놓고 영어 표현을 찾는다. “예를 들어 ‘코드가 맞는다’는 말이 영어로는 무엇일까 궁금하면 영자신문에서 찾아보세요. 그러다 보면 상황별로 적합한 표현을 많이 익히게 됩니다.”연설문이나 각종 원고, 글을 보며 통·번역해 보는 법도 유용하다. 한글 연설문이 있다면 눈으로는 읽고 머리로는 해석하며, 입 밖으로는 영어로 표현하면 된다. 영어 원고도 마찬가지로 한글로 큰 소리로 번역해 본다.이 방법을 쓰다 보면 짧고 간결한 의사 표현이 가능해져서 일석이조다. 문장이 긴 만연체보다 간결체로 통역, 번역하는 게 말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편하다.해외 저자가 쓴 베스트셀러, 화제의 책을 통한 어학 학습법도 애용한다. 한글로 번역된 책보다는 원서를 사서 읽으려 한다. 또 전자사전을 늘 가지고 다니며 모르는 단어를 보면 그때그때 찾아본다.영어를 잘하고, 관심 또한 많다 보니 직장인으로서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지는 일도 거뜬히 해냈다. 바로 통번역대학원 수료다.“통번역대학원 전에 언론정보 대학원도 다녔어요. 언론정보 대학원에는 대학 졸업 직후인 1999년 입학했지요. 대학원 재학 중에 매일경제TV에 입사해 기자로 활동했고, 이어 2000년 SBS 아나운서 공채 시험에 합격했습니다. 그래서 언론정보 대학원은 SBS를 다니면서 수료했어요.”하루 9시간 근무가 원칙이기 때문에 오전 4시에 출근, 새벽 방송을 하면 오후에 짬이 난다. 남들이 쉬는 그 짧은 틈을 이용해 대학원 수업을 들었던 열성파다.“언론정보대학원 수업 과정을 모두 끝마치고, 논문 자격 시험에 합격한 뒤 논문 프러포절까지 냈던 게 2003년이었어요. 최종 논문 심사를 앞두고 갑자기 통번역대학원에 눈길을 돌리게 됐지요. 사내 각종 국제 행사에서 영어를 쓸 일이 많다보니, 본격적으로 통·번역을 공부하면 도움이 되겠다 싶었습니다.”생각을 하자마자 실행에 옮기는 진취적 성격인 그는 ‘통번역대학원을 알아봐야지’라고 생각한 날 바로 대학원 준비 학원에 등록했다. 강행군이 시작됐다. 새벽 방송을 끝마친 뒤 월·화·목·금요일은 학원 저녁 타임에 가서 하루 4시간 씩 수업을 들었다. 다행히 학원 수업이 없는 수요일에 방송 녹화가 많았다. 토요일은 대학원 준비 스터디, 일요일 생방송까지 하다 보니 몸이 고장 났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노인들에게 생긴다는 ‘대상포진’에 걸려버린 것이다.“이렇게 1년을 준비하다가는 큰일 나겠다 싶어 대학원 입시를 빨리 끝내려고 집중적으로 공부했습니다. 결국 다행히 석달 공부 후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에 붙었어요.”통번역대학원 가운데에도 한국외대는 들어가기 쉽지 않기로 유명하다. 재수, 삼수를 해도 입학시험에 낙방하는 이가 수두룩하다. 아울러 한 학기 3~4개의 수업을 듣는 다른 일반 대학원과는 달리 전문대학원인 통번역대학원은 한 학기당 7개의 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직장인이 대학원 시험을 합격하기도 힘들지만 입학하면 대다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다.“직장과 학업을 병행하기 위해서, 시간 계산을 잘했습니다. 오전 4시에 출근해 5시 뉴스를 마치면 오후 1시에 퇴근해 학교에 갈 수 있었어요. 오전 수업도 물론 있었는데, 토요일과 일요일 주말 근무를 모두 하면 평일에 쉴 수가 있어 수업을 들을 수 있었죠.”모든 공휴일과 여름휴가를 모아 학교 가는 데 썼다. 이와 같은 초인적 생활을 2년간 하다 보니 어느새 모든 수업을 다 듣게 됐다. 그것도 한 학년 50~60명 중에서 12명만 들어간 국제회의반 시험에 합격해 수료했다. 이제 남은 것은 그 어렵다는 졸업시험. 수료 첫 해에 국제회의반 전원이 졸업시험에서 떨어졌고, 지금까지 3~4명이 붙었다. 이 아나운서도 곧 다시 도전할 계획이다.올 초 미국 변호사 민준기 씨와 결혼한 후에도 공부 열기는 식지 않았다. 지난해 어린이 영어 교육 프로그램 ‘TV 영어마을’을 진행하며 유아 영어 교육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영어를 전문적으로 가르치기 위해 따는 TESOL은 석사 과정이 있는 동시에 자격증을 취득하는 방법이 있다. 호기심 많고 배우는 것 자체를 즐기는 그는 TESOL도 눈독 들이게 됐다.“이제 더 이상은 석사 과정에 입학할 생각이 없어서, 어린이 TESOL 자격증을 따기로 했어요. 신혼 초였지만 주말 16시간 과정을 3개월 동안 이수해서 TESOL 자격증을 취득했지요. 주말을 함께 보내지 못해 남편이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응원해 줬어요.”그는 “3~4년 후 단기적인 시각이 아니라 인생을 길게 놓고 보면 공부가 언젠가 어떤 식으로든지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나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기 위해 자기 계발은 필수”라고 똑 소리 나게 말했다.약력: 1977년생. 95년 서울 예일여고 졸업. 99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졸업. 99년 매일경제TV(mbn) 기자. 2000년 SBS 8기 공채 아나운서(현). 2002년 서울대 언론정보 대학원 수료. 2006년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한영과 국제회의반 수료. 2007년 어린이 TESOL 자격증 취득.이효정 기자 jenny@kbizweek.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