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기찬

추석이 지나 이제 완연한 가을이다. 발라드의 계절인 가을에 맞춰 남성 발라드 가수의 대표 주자 이기찬 씨(29)가 새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신곡 ‘사랑도… 이별도…’와 선배 이승환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기다린 날도 지워질 날도’ 두 곡이 담긴 디지털 싱글이다. 디지털 싱글은 온라인상으로만 음원을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기찬 씨는 신곡 홍보와 함께 온라인 쇼핑몰 빈티지엔와이(www.vintageny.co.kr)를 운영하느라 더욱 바빠졌다고 한다.“어린 나이에 데뷔해 무대의상을 자주 접하다 보니 패션에 대한 관심이 지대했습니다. 마침 고등학교 때부터 절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의류업에 종사하고 있었고요. 그러던 차에 둘이 의기투합해 지난 6월 빈티지엔와이를 오픈했지요.”그는 열아홉 살 나이에 라디오 프로그램 ‘별이 빛나는 밤에’가 주최한 장기 자랑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했다. 이번 싱글 앨범을 제외하더라도 내년 초에 발매 예정인 정규 앨범이 벌써 그의 10집이라고 한다. 5집 ‘또 한 번 사랑은 가고’, 6집 ‘감기’, 9집 ‘미인’ 등 히트곡을 내면서 11년째 연예 활동을 해 온 것이다. 연예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사가 된 패션이었지만 막상 쇼핑몰을 열려고 하니 고민이 많았다. 초기에는 여성 의류를 주로 판매했는데, 고객들이 그의 평소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받아들일지 미지수였기 때문이다.“10대에서 20대 여성들을 타깃으로 해서인지 다행히 팬들을 비롯한 고객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또래 남성들이 자신의 여자 친구에게 입히고 싶은 스타일이기도 했고요. 그러다가 가끔씩 이벤트를 마련해 남성 의류를 몇 가지 선보였어요. 남성 의류는 제가 직접 모델로 나섰더니 고객들의 반응이 여성 의류 못지않게 괜찮더라고요. 아차, 이거다 싶어 남성 의류도 본격적으로 취급하고 있습니다.”키 173cm인 그는 호리호리한 체격이지만 대한민국 보통 남성의 평균 신장을 보유하고 있다. 패션에 관심을 기울이는 젊은 남성이나 남자 친구 멋 내기에 공을 들이는 여성 모두가 옷을 고르는 데 참고하기에는 딱 좋은 체격의 모델이다.“남성 의류에 대한 호응을 보면서 저와 체형이 비슷한 고객들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우리 쇼핑몰에 올릴 사진을 촬영하다 보면 지나가던 분들이 ‘저 모델 이기찬 닮았다’라고 하실 때도 있어요. 어떤 때는 사인하느라 촬영이 지연되는 일도 많고요.”그는 모델로 서는 일과 함께 빈티지엔와이의 홍보와 마케팅에 주력한다. 스케줄이 없을 때는 직원들과 회의도 하고 필요에 따라 거래처에도 함께 방문한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패션 전문 용어들도 하나 둘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호스팅 업체나 동대문 시장을 방문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쇼핑몰 운영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다지게 된다고 한다.“동대문시장에 가면 열심히 일하는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됩니다. 쇼핑몰을 운영하는 다른 연예인들도 자주 마주치고요. 저도 자극을 받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됩니다. 또 제가 발품을 팔아야만 고객들이 알아주시고, 그게 구매로도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빈티지엔와이는 독특한 패션을 선보인다는 방침과 함께 저가 정책을 고수한다. 온라인 쇼핑몰로서는 당연한 가격 정책이지만, 연예인들이 운영하는 쇼핑몰에 거품이 있다는 세간의 지적을 반영한 결과인 듯하다. 그는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특별한 혜택을 누리지 않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더 나아가 매출이 안정세에 들어가면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약속도 했다.빈티지엔와이는 8월 중순부터 모바일으로도 시장을 확대했다. 연예인 쇼핑몰로는 첫 진출이다. 이번 모바일 쇼핑몰 오픈은 빈티지엔와이의 호스팅을 담당하고 있는 ‘메이크샵(www.makeshop.co.kr)’과 SK텔레콤의 서비스 제휴를 통해 이뤄진 것이다. 모바일 쇼핑은 ‘2300+nate’ 버튼을 누르면 빈티지엔와이를 비롯한 인터넷 쇼핑몰에 자동 접속이 되는 방식으로 이용할 수 있다.“일본에서는 모바일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한 사람당 하나씩 휴대폰을 들고 다니고, 정액 요금제 같은 것을 통해 인터넷 접속 등의 부가 서비스를 저렴하게 이용하는 일이 늘어났잖아요. 모바일 쇼핑몰도 인터넷 쇼핑몰만큼 시장성이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연예인은 수백 명에 달하지만, 모바일 쇼핑몰 진출 1호라는 특이점 때문인지 그는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하기도 했다. 지난 9월 11일 한양대 안산캠퍼스에서 ‘E-비즈니스’ 과정을 듣고 있는 학생들에게 빈티지엔와이 운영 전반에 관해 강의를 한 것이다. 아이템 선정, 쇼핑몰 준비, 쇼핑몰 구축, 쇼핑몰 홍보의 네 단계로 강의를 진행해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었다.“인터넷 쇼핑몰은 용량이 큰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 구매자들의 욕구를 채워줘야 하기 때문에 과부하에 걸리지 않도록 트래픽을 잘 관리해야 합니다. 배송 업체, 직원 채용, 고객 상담 등 주의해야 할 점들이 많이 있습니다.”평소 자신이 생각해 온 쇼핑몰 운영 노하우를 강의 시간에 전한 그는 1979년생 연예인들의 모임인 ‘79클럽’ 친구들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는 말로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특히 얼마 전에는 방송인 박경림 씨가 결혼식을 마친 그날로 신혼여행지에서 하객들에게 답례 전화를 일일이 하는 것을 보며 놀랐다. 쇼핑몰 운영을 하면서 인맥 관리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각인하게 된 그로서는 좋은 격려가 됐다고 한다.그가 대학생 강의에 초청된 데는 독학으로 키운 어학 실력도 한몫했다. 한 연예 프로그램에서 할리우드 스타인 브루스 윌리스와 영어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크게 화제가 된 터다. 영어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캐나다에 1년 산 후 계속 공부한 덕에 능숙해졌고, 일본어는 79클럽의 원타임 출신 송백경에게 영향을 받아 회화가 될 때까지 공부했다고 한다. 타고난 감각과 꾸준한 노력은 언어 공부뿐만 아니라 쇼핑몰 운영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아직은 사업이라고 하기도 쑥스럽고, 홍보도 더 많이 해야 하는 형편입니다. 바쁜 스케줄 속에서도 함께 일하고 아껴 주시는 여러분의 도움으로 유지하고 있지요. 팬이나 고객들이 주신 사랑을 좋은 음반과 상품으로 꼭 돌려드리겠습니다.” 김희연 객원기자 foolfox@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