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매출 5000만 원 ㆍㆍㆍ여중 ㆍ고생 집중 공략이 성공비결

‘10대 CEO’라고 해서 ‘어린 나이에 사회 경험을 쌓아보는 것도 좋지’라고 귀엽게 봐줄 일이 아니다. 니지샵 윤새별 대표(15)를 보는 순간 일반인의 선입견은 여지없이 무너진다. 일단 윤 대표가 열다섯 살의 중학교 3학년이라는 것에서 놀라고 월매출이 5000만 원대라는 것에 다시 한 번 쳐다본다. ‘아이들 장난’이 아닌 것이다. 사업자 등록도 본인이 직접 챙길 정도로 어엿한 ‘사업가’인 윤 대표는 서울 영등포구의 최연소 사업자로 등록돼 있다.윤 대표가 운영하는 ‘니지샵(nizishop.com)’은 10대 여중생·여고생에게 특화된 전문 인터넷 쇼핑몰이다. 10대의 마음은 10대가 가장 잘 알 수 있다는 점을 공략한 점이 성공 포인트다. 윤 대표는 자신의 집 방 한 칸을 따로 사무실로 마련해 쓰고 있다. 학생이다 보니 아직은 학업을 소홀히 할 수 없어 출퇴근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다. 인터뷰도 방과 후인 저녁 시간에 이뤄졌다. 마침 갓 귀가한 윤 대표가 교복 차림으로 나왔는데, ‘혹시 윤 대표의 언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성숙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언뜻 보면 중3이라고 생각하기 힘들 정도다.‘옷걸이’가 받쳐줘서인지 윤 대표는 초등학교 때부터 옷이 너무 좋았다고 한다. “설날 세뱃돈을 받으면 옷 사는 데 다 썼어요.” 부모님이 옷을 그만 사라고 해도 몰래 사다 놓을 정도였다. 처음에는 옷만 샀지만 차츰 관심이 반지 귀고리 목걸이 같은 장신구에서부터 시계 샤프펜슬 볼펜 등 예쁘고 아기자기한 물건으로 넓어졌다. 특이한 디자인을 보면 사지 않고는 배기지 못했다.용돈은 한정돼 있고, 사고 싶은 것이 많다 보니 돈이 부족했다. “초등학교 때는 용돈으로 충분했지만 중학생이 되면서 브랜드라는 것도 알게 되고 옷값도 비싸져서 받는 돈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지요.” 돈을 마련하기 위한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처음 시작한 것은 위탁 판매다. 인터넷 쇼핑몰에 올라와 있는 상품들 중에서 또래의 여학생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옷들을 선별해 자신의 사이트에서 소개해 주고 수수료를 받는 것이었다. 자신의 숍 이름은 ‘3분 카레’에서 힌트를 얻은 ‘3분 간지(일본어로 ‘느낌’, ‘모양새’라는 뜻)’로 정했다.주변 친구들이 관심 가질 만한 옷이 어떤 것인지 재빨리 캐치해 내는 ‘센스’가 있었던지 그의 사이트가 인기를 끌면서 아예 쇼핑몰 자체를 운영해 줄 수 없겠느냐는 요청이 들어오기도 했다. 처음 경험을 쌓기 위해 시작한 위탁 판매에서 자신감을 얻자 직접 쇼핑몰 운영에 나서게 됐다. 중학교 2학년이었던 지난해의 일이다.창업 자금은 10만 원. 어머니에게 그동안 위탁 판매를 해 왔음을 ‘커밍아웃’하고 투자를 부탁했다. 요즘 무료로 인터넷에 쇼핑몰을 만들어 주는 업체가 많이 생겨 이를 이용했다. 대신 부가 서비스를 사용할수록 비용을 받는 구조다. 쇼핑몰 이름은 직접 생각한 ‘무지개’란 뜻의 일본어 ‘니지’로 지었다. “패션이 한 가지만 있는 게 아니라 무지개처럼 여러 종류, 여러 색이 있다는 뜻이에요. 또 무지개를 흔히 볼 수 없는 것처럼, 보기 힘든 특별한 옷들을 판다는 의미도 있어요.” 피팅 모델(fitting model)은 친구들이 나섰다. 친한 친구 3명이 옷을 입고 윤 대표가 직접 사진을 찍었다.처음 손에 쥔 10만 원으로 청바지 5벌을 사서 가위로 아랫단을 자르는 리폼을 거쳐 포장하는 비용에 썼다. 5벌을 팔고 난 다음에는 10벌, 그 다음에는 20벌, 이런 식으로 규모를 키웠다. 지금은 하루에 수백 벌의 옷 주문이 들어올 정도다. 품목의 가짓수도 많아져 옷뿐만 아니라 신발 시계 안경 목걸이 귀고리 등으로 늘어났다.1년이 지난 지금은 어엿한 인터넷 쇼핑몰의 ‘사장님’이 됐다. 1주일에 한 번 정도 찾는 동대문시장의 의류 도매 상가에서 그는 이미 유명 인사다. 매장 주인이 옷을 보여 주며 의견을 묻기도 하고 추후 유행할 아이템이 무엇인지 물어보기도 한다. 단골 가게와는 ‘언니, 동생’으로 트고 지내기도 하고 샘플을 건네주며 쇼핑몰에 올려 달라고 요청하기도 한다.주말을 이용해 피팅 모델을 하는 친구 3명을 불러 쇼핑몰에 올릴 사진을 찍는다. 얼굴이 나오지 않도록 옷만 부각해서 찍기 때문에 굳이 전문 모델을 쓸 필요는 느끼지 않는다. 원래 친한 친구들이지만 시간당 1만 원의 수고비를 꼬박꼬박 챙겨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집에서 촬영하기도 하고 야외에서 찍기도 하는데, 교통비와 일이 끝난 뒤 맛난 먹을거리를 사 먹는 비용도 윤 대표가 부담한다. 여중생 네 명이 어울려 다니며 옷 구경도 하고 수다도 떠는 장면을 상상해 보면, 이들에게 일이라기보다 즐거운 주말 나들이다.카메라 셔터도 누르지 못할 정도로 사진에는 문외한이었지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이다 보니 인터넷을 통해 사진 찍는 법을 금방 배웠다. 사진뿐만 아니라 일본 패션 잡지를 읽기 위해 일본어도 독학으로 익혔다. 몇 년 전부터 일본의 10대를 겨냥한 패션지인 ‘비비’ ‘큐티’ 등을 읽으며 안목을 넓히는 데 이용해 왔는데 처음에는 그림만 보다가 차츰 내용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쇼핑몰의 규모가 이처럼 커졌는데, 일과 학업을 병행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러나 윤 대표는 이런 우려에 대해 “아직까지는 괜찮다”는 반응이다. “업무 시간이 정해져 있고 주말에는 쇼핑몰이 쉬는 데다 어차피 노는 시간에 하는 것이니까요.”그렇지만 내년에는 고등학교로 진학해야 하기 때문에 학업과 일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하지 않을까.“규모가 더 커지면 ‘알바(아르바이트)’를 써서 하면 되지 않을까요”라며 간단한 해결책을 내놨다. 지금도 아르바이트로 고용한 대학생이 웹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부모 몰래 옷을 사 모으고 일을 벌일 정도로 열정과 안목이 뛰어나다고 해도 결정적으로 부모의 지원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보통 부모 같으면 ‘공부나 하라’고 무시했을 테지만, 조그만 사업체를 경영하는 아버지와 보험사 대리점을 운영하는 어머니는 ‘경영 마인드’ 때문인지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며 밀어주는 편이다.마침 집에 남는 방 하나를 아예 쇼핑몰을 위한 사무실이자 창고로 흔쾌히 내줬다. 방과 후 제품을 포장할 때는 어머니가 도와주고 있다. 이익금은 어머니가 전적으로 관리해 주고 있는데, 윤 대표 개인 계좌를 만들어 펀드에 꼬박꼬박 넣고 있다고 할 정도니 ‘경제·경영’ 교육은 확실히 시키고 있는 셈이다.그래도 힘든 점은 있지 않을까. “새벽시장 가려면 밤 12시가 넘어서 가야 되는데 집에 돌아오면 새벽 4시쯤 돼요. 3시간만 자고 학교 가야 할 때면 좀 힘들기도 하더라고요.”윤 대표는 쇼핑몰의 규모를 키우는 것,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것, 디자이너가 되는 것을 장래 계획으로 세워놓고 있다. 기회가 되면 이탈리아와 프랑스로 유학을 가고 싶고, 패션뿐만 아니라 전자제품 등 다양한 제품의 디자인을 하고 싶다고도 했다. 꿈 많은 여중생의 도전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