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창업 ‘대박’ 스토리의 주요 진원지는 온라인 쇼핑몰이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인프라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그만큼 온라인 쇼핑 문화가 일찍부터 발달했다. 온라인 쇼핑도 편리하지만 쇼핑몰을 운영하는 것은 더 쉽다. 카페24, 메이크샵 등 온라인 쇼핑몰 솔루션 업체들을 이용하면 클릭 몇 번으로 쇼핑몰 오픈이 가능하다. 온라인 결제나, 택배 서비스도 완벽하다. 예전처럼 인터넷에 대한 복잡한 기술적 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10대들이 뛰어들기에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은 없다.몇 년째 10대들의 온라인 쇼핑몰 창업 붐이 이어지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카페24의 조사에 따르면 6만 개에 가까운 자사 고객 쇼핑몰 가운데 5.3%가 10대(1988년 이후 출생) 운영자들의 쇼핑몰인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10·20대 파워는 한층 뚜렷해진다.(그래프 참조) 온라인 쇼핑몰을 차리려면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만 하면 된다. 나머지는 감각과 성실성이 성패를 결정한다.올해 중학교 3학년인 윤새별 니지샵 대표(15)는 10대 여중생과 여고생의 감성을 공략해 성공한 사례다. 윤 대표가 운영하는 니지샵은 월평균 5000만 원의 매출을 올린다. 연매출로 따지면 6억 원가량이 된다. 웬만한 직장인은 입이 떡 벌어질 규모다. 2007학번 대학 새내기인 이상미 간지나는 우피세상 대표(19)는 창업 2년째인 ‘고참’ 쇼핑몰 운영자에 속한다. 이 대표는 포털 사이트에 개설한 패션 관련 온라인 카페를 발판으로 창업했다. 카페 회원들의 홍보가 큰 힘이 됐다.하지만 온라인 쇼핑몰은 누구나 뛰어들 수 있는 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변덕스러운 네티즌들의 클릭 하나에 좌우되기 때문에 부침도 심한 편이다. 성공한 쇼핑몰 운영자들은 하루 3~4시간 자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런 어려움들도 10대 최고경영자(CEO)들의 뜨거운 열정을 꺾지는 못한다.10대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분야는 온라인 쇼핑몰만이 아니다. 흔히 ‘닷컴 비즈니스’로 불리는 인터넷 관련 사업에서 10대들은 무시할 수 없는 파워 집단이다. 고등학교 3학년 때 e러닝 집중력 향상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이를 메가스터디, EBSi 등 유명 온라인 교육 업체에 판매한 이강일 메가브레인 대표(21)는 ‘휴토리’라는 독창적인 커뮤니티 사이트로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 중 하나인 싸이월드에 도전장을 던졌다. 이 대표는 개인과 사회를 연결해 주는 휴토리로 새로운 공동체 문화를 만들어내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개인화 포털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는 표철민 위자드웍스 대표(22)는 이미 ‘업계’의 중견 CEO에 속한다. 중학교 3학년 때 도메인 등록을 대행해 주는 다드림커뮤니케이션을 설립한 10대 벤처 사업가의 대표 주자다. 그는 개인화 포털 서비스는 대형 포털의 정보 독점 구조에 대한 도전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당장의 돈보다는 더 큰 꿈과 새로운 가치를 추구한다.10대 중반의 어린 나이에 사업에 첫발을 디뎠다는 것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수많은 실패를 경험했지만 이들은 좌절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련을 딛고 겸손할 줄 아는 성숙한 벤처 기업가로 성장했다.10대들의 성공 신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아직도 이중적이다. 한편에선 이들의 자립심과 도전 정신에 박수를 보내지만, 다른 쪽에서는 ‘돈벌이에 나선 10대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남아 있다. 대학 입시라는 현실적인 벽도 여전하다. 최학용 기업가경제교육연구소장은 “일류 대학을 나와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인식이 깨지지 않은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창업에 뛰어드는 것은 엄청난 모험”이라고 말한다. 정보기술(IT) 특성화고인 한국디지털미디어고를 졸업한 이강일 대표도 “만약 인문계고였다면 ‘얌전히 공부나 하라’는 소리에 창업은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하지만 10대 창업 활성화는 필연적이다. 최 소장은 “우리나라 학생들은 대부분 진로 중 창업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며 “이는 청년 실업, 조기 은퇴, 비정규직 문제 등 최근의 현실에도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또한 한국 경제의 미래 경쟁력을 위해서도 창업 교육, 기업가 정신 교육은 필요하다.최근 국내에서도 창업에 관심을 갖는 10대 청소년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들을 대상으로 한 지원 제도와 교육 프로그램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미국은 1919년부터 청소년을 대상으로 기업가 정신과 창업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유럽 국가들은 이를 벤치마킹해 초등학교부터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 역시 청소년 창업 지원에 적극적이다. 박계현 한국 YMCA연맹 청소년경제체험센터 소장은 “창업에 대한 10대들의 흥미와 관심도는 높지만 민간 프로그램만으로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며 “학교 차원에서 창업 교육을 수업의 일환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장승규 기자 skja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