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부동산 투자 자유화 1년이 지나면서 관련 시장이 급팽창 중이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 한 해 한국인의 해외 부동산 취득은 1268건, 5억1400만 달러 규모였다. 올 들어서는 상반기에 이미 작년 기록을 갈아 치우고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1분기 578건, 2억2600만 달러에 이어 2분기에는 809건, 3억5500만 달러가 해외 부동산에 투자됐다. 불과 1년여 동안 우리 돈 1조 원가량이 세계 곳곳의 집과 땅으로 이동한 셈이다. 최근에는 중산층이 투자 대열에 합류하면서 포트폴리오 분산 대상으로 각광받는 추세다.갓 열린 블루오션에는 도전자도 많다. 부동산·금융계를 중심으로 시장 선점을 노리는 이들이 속속 유입 중이다. ‘해외 부동산 투자 컨설팅’을 전면에 내건 업체들이 하루가 다르게 느는가 하면 해외에 본사를 둔 한국계 부동산 업체가 한국에 진출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은행과 증권사는 앞 다퉈 해외 부동산 관련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전문 컨설팅 업체와 제휴를 통해 PB센터나 유학센터에서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5월부터 ERA코리아와 손잡고 해외 부동산 컨설팅을 시작, 각종 정보와 세무 자문, 정착 지원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이뿐만 아니라 중견 건설 업체들은 규제가 많은 국내 주택 시장 대신 해외로 나가 투자자를 모으고 있다. 이미 성원건설 등이 두바이 중국 카자흐스탄 등에서 콘도미니엄 오피스텔 등을 분양해 국내외 투자자를 유치했다.그렇다면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이는 어떤 사람들일까. 루티즈코리아가 상반기에 접촉한 고객 293명에게 설문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해외 부동산 투자의 주고객층은 30~4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를 축적한 50대 이상이 많을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는 결과다. 임채광 루티즈코리아 팀장은 “유학이나 주재원, 여행 등을 통해 현지를 잘 아는 30~40대 젊은 층이 고객의 69%를 차지했다”면서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한 동남아 부동산이 최근 인기를 얻는 것도 젊은 층의 호응 때문”이라고 밝혔다.실제로 지난해만 해도 투자자 대부분이 미국, 캐나다 등 북미와 호주, 뉴질랜드에 집중됐지만 올 들어서는 동남아 비중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 미국 부동산이 조정기에 접어든 반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등지의 부동산 시장은 큰 폭의 성장을 계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는 외국인 자본 유치를 위해 전매 제한, 양도세, 외국인 소유 상한선 철폐 등을 단행해 최적의 부동산 투자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이와 함께 영국을 중심으로 유럽 부동산도 관심 지역으로 떠올랐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연 10% 이상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이는 동유럽 국가들이 주인공이다. 또 독일 불가리아 루마니아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돼 있다는 분석이다.하지만 이런 추세와 별개로, 해외 부동산 투자는 국내에 비해 리스크가 높은 게 사실이다. 낯선 나라에 거금을 투자하는 것 자체가 ‘불안한 일’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재경부는 투자 목적의 해외 부동산 취득한도를 300만 달러로 올리며 투자를 독려하는 듯하면서도 얼마 전에는 ‘세계 부동산 버블 가능성’을 언급하며 아시아 부동산의 투자 위험을 경고했다. 중국처럼 정부가 부동산 관련 제도를 갑작스럽게 바꿀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기약 없이 돈이 묶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상황이 이러니 투자자에겐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법적으로 안전하면서도 기대수익을 높이는 방편으로, 그리고 리스크 헤지 차원에서라도 우량 컨설턴트를 선택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안명숙 우리은행 PB센터 부동산팀장은 “국내외 제휴 네트워크가 탄탄한 업체를 우선으로 골라야 한다”면서 “세무, 법률, 송금, 사후 관리까지 원스톱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지도 체크하라”고 말했다.CB리차드엘리스(이하 CBRE)는 전 세계 420개 지점, 2만여 명의 전문 인력을 보유한 100년 전통의 다국적 부동산 회사다. 탄탄한 네트워크와 전문성이 CBRE의 최대 강점이다.기업 대상의 부동산 컨설팅에 주력하던 한국 CBRE가 일반 투자자를 위한 해외 부동산 사업에 진출한 것은 지난해 9월이다. 싱가포르 마리나 비즈니스 파이낸스 센터의 최고급 아파트 500여 가구를 인도네시아 홍콩 싱가포르의 CBRE 네트워크와 함께 분양, 이틀 만에 모집을 끝낸 것을 필두로 총 4번에 걸쳐 싱가포르 프로젝트를 국내에 소개했다.임동수 해외투자팀 부장은 “첫 상품 런칭에 앞서 동남아 10여 개국 시장을 모두 현장 분석하는 과정을 거쳤다”면서 “처음엔 싱가포르가 최적의 투자처라는 의견에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았지만 결국 모든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마무리하고 국내에 싱가포르 붐까지 일으켰다”고 말했다.싱가포르는 분양권 전매 제한이 없고 양도세 제도도 없다. 게다가 분양대금의 20%를 먼저 내고 4~5년 후 완공 시점에 나머지를 내면 되기 때문에 초기 자금 부담이 적다. 10억 원짜리 최고급 아파트라 하더라도 초기 투자금은 부대비용을 포함, 2억3000만 원 정도면 된다.연간 20% 이상 오르는 부동산 활황세도 큰 메리트다. 이 때문에 올 들어 국내에서도 싱가포르가 인기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임 부장은 “지난해만 하더라도 싱가포르 부동산 시장은 27% 상승했다”면서 “내외국인 차별 없는 자유로운 투자 환경이라 리스크가 적다”고 말했다.CBRE 해외투자팀은 유학파 4명과 부동산학 전공자 1명 등 총 5명이 한 팀을 이루고 있다. 팀이 추구하는 것은 ‘고수익을 올리는 좋은 시장, 좋은 프로젝트’다. 미래 가치가 높지만 당장 정치 제도적으로 불확실한 나라는 배제한다. 캄보디아 베트남 등이 이에 해당한다.최근에는 싱가포르 다음 시장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미 말레이시아를 다음 국가로 삼고 8월 중으로 새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말레이시아는 지난 4월을 기해 부동산 거래에 관한 내외국인 차별을 철폐했다.CBRE 해외투자팀이 꼽는 해외 부동산 투자의 매력은 무엇일까. 임 부장은 “서울 강남 같은 투자처는 세계에 아주 많다”면서 “고수익이 예상되는 상품에 직접 투자하는 즐거움은 펀드 같은 간접 투자에 비할 바가 못 된다”고 강조했다. 요즘 인기를 끄는 해외 펀드를 능가하는 투자의 매력이 있다는 이야기다.그는 또 “희소성과 미래 가치, 투자 환경 등을 고려해 ‘최상의 강남’을 찾는 게 우리 역할”이라며 “말레이시아 암팡, 몽키아라 등지의 하이엔드 상품에 주목하라”고 귀띔했다.박수진 기자 sjpark @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