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비용 들여 최대 효과 내야 ㆍㆍㆍ성장기 업종 '추천 1순위'
창업 시장에 ‘리모델링 창업’ 붐이 일고 있다. 소비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면서 매출 하락과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점포를 중심으로 업종 전환이나 점포 업그레이드 등 리모델링을 통해 위기를 타개하고자 하는 시도가 늘고 있는 것이다. 또한 프랜차이즈 본사들도 무리한 신규 창업 수요를 확보하는 전략 대신 부진한 점포를 업그레이드하는 저비용 창업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서울 북가좌2동에서 쇠고기 전문점 '소가미소 (www.sogamiso. co.kr)’를 운영하는 송경호 씨(44)는 ‘지는’ 업종을 선택했다가 실패를 맛보고 ‘뜨는’ 업종으로 간판을 바꿔 달아 재기한 케이스다.12년간 주방용품 유통 사업을 해 온 송 씨는 지난 2004년 6월 매출을 더 늘려볼 욕심으로 현재의 점포에 주방용품 소매점을 열었다. 그러나 유통 현장의 경험을 살려 점포를 운영해 보려는 초기의 의도는 시간이 갈수록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백화점과 대형 유통 업체의 증가가 맞물리면서 소점포의 경쟁력을 무력화시켰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발길이 대형 점포로 향하면서 송 씨가 가지고 있는 유통 노하우는 무용지물로 변했다.송 씨는 스스로 노력한 만큼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업종이 어디 없을까 찾기 시작했다. 답은 ‘트렌드’에 있었다. 급변하는 창업 시장의 유행 사이클에 늦지 않게 몸을 싣는 게 정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급기야 지난해 하반기부터 인건비 건지기도 힘들어지자 업종 리모델링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마침 외식 시장에 쇠고기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는 것을 감지하고 올 초 쇠고기 전문점으로 업종을 바꿨다. 그 결과 매출이 급증, 109㎡ 점포에서 아주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6월에는 5000만 원 매출에 순이익이 1500만 원에 달했다. 이대로라면 리모델링에 들어간 비용 3900만 원을 몇 달이 지나지 않아 상쇄하고 남을 전망이다.송 씨는 “미국산 쇠고기가 본격적으로 수입되면 시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기사를 보고 쇠고기 전문점에 대한 사업 전략이 구체적으로 떠올랐다”며 “주방용품점이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 업종인 반면, 쇠고기 전문점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업종이라는 생각에 업종 리모델링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업종은 특별한 음식 조리 경험이 없어도 되고, 대중적인 아이템이어서 초보자가 운영하기 쉬워 보여 망설이지 않고 결정했다.송 씨는 업종 리모델링을 결정한 후 프랜차이즈 본사 고르기에 많은 신경을 썼다. 창업 시장에 나와 있던 10여 개 브랜드를 두 달 동안 꼼꼼히 조사했다. 유통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송 씨는 무엇보다 유통의 노하우를 갖춘 본사를 우선으로 고려했다. 원가가 싸고 좋은 품질의 고기를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송 씨는 ‘맛있고 저렴한 미국산 고기로 승부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쇠고기 수입에 노하우가 많은 본사를 선택했다.판매 업종에서 외식업으로의 리모델링 창업인 만큼 인테리어에도 특별히 신경을 썼다. 동네의 허름한 고깃집과 차별화되게 깔끔하게 인테리어를 했다. 또 쇠고기는 숯불에 구워야 제 맛이 나기 때문에 본사의 지시대로 숯불 사용을 고집했다. 최근 쇠고기 전문점이 뜨면서 인테리어도 제대로 하지 않고, 운영하기 힘들다고 해서 숯불도 사용하지 않는 급조된 점포들이 급증하고 있는데 이러한 점포들은 생명력이 길지 않다는 것이 송 씨의 진단이다.음식 장사의 기본인 밑반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계란찜, 도토리묵, 동치미, 샐러드, 계절 나물 등 매일 10여 가지를 준비하고 있다. 반면 가격대는 아주 저렴하다. 미국산 우삼겹살 4500원, 차돌박이 6000원, 생갈빗살 안창살 부챗살 등 7500원, 생등심 9900원, 꽃살 1만3000원 등이어서 서민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그는 “현재 미국산 쇠고기를 본격적으로 판매하고 있는 음식점이 별로 없어 시장 선점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 같다”며 “리모델링 창업은 시기 적절한 업종 선택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대세가 시작되는 시점에 오픈하면 최소 비용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창업 전략이라는 것이다.리모델링 창업은 적은 비용을 들여 업종을 바꾸거나 전문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매출 상승에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장기 불황에 허덕이는 기존 점포를 트렌디한 업종으로 전환하거나 메뉴 복합화, 인테리어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리모델링을 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과당경쟁, 소비 침체 등으로 신규 창업 실패율이 높아지는 반면 리모델링 창업은 늘어나는 추세다.최근 리모델링 창업의 특징은 음식점들의 ‘옷(메뉴) 갈아입기’를 들 수 있다. 원래 외식 시장은 그 어느 업종보다 경쟁이 치열한 데다 ‘웰빙’, ‘친환경’ 등 건강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까다로워진 소비자의 입맛을 잡기가 쉽지 않다. 또한 외식업이 유행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옷 갈아입기’가 불가피하다.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논의 이후 기존 음식점들이 쇠고기 전문점으로 업종을 전환하는 사례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에 따른 가격 하락과 이에 따른 수요 증가 기대감을 배경으로 업종 전환이 늘고 있는 것이다. 당분간 쇠고기 전성시대는 외식업의 주요한 흐름으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업종 전환뿐만 아니라 메뉴를 복합화하거나 전문성을 높여 점포를 업그레이드하는 것도 리모델링 창업의 하나다. 메뉴의 복합화는 다양한 고객 요구를 충족시키면서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위험 요소를 제거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전문화 역시 점포의 특징을 부각, 차별화를 통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다. 또 이 경우 기존 시설을 이용해 리모델링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용을 낮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메뉴의 복합화는 치킨, 아이스크림 등 주로 레드오션 업종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이 밖에 웰빙이 메가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 대표적인 저칼로리, 저콜레스테롤 식품인 해산물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해산물 메뉴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문점의 확산도 눈에 띈다. 기존 음식점을 퓨전포차, 프리미엄 분식 전문점 등으로 전환하는 것도 흔히 볼 수 있다.그렇다면 리모델링 창업의 성공 조건은 무엇일까. 우선 판단이 빨라야 한다는 것이다. 주식 투자에서처럼 안 되는 업종은 손절매를 빨리 결정해야 한다. 보통 적자가 2~3개월 이상 계속될 때는 적극적으로 리모델링을 검토해야 한다. 경기 불황을 탓하며 ‘언젠가는 매출이 나아지겠지’라며 기다리는 동안 적자폭만 늘어날 뿐이다.리모델링할 때는 가급적 성장기 업종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더불어 기존의 사업 경험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업종인지도 살펴봐야 한다. 이는 자신감과도 직결되는 조건이다. 상권의 특성에 맞는 업종을 선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제아무리 뜨는 업종이라도 점포가 위치한 상권에 적합하지 않으면 매출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장사가 잘 되지 않는 점포 중 인테리어와 시설이 잘 갖춰진 점포를 인수해 상권에 맞는 업종으로 전환해 리모델링 창업하는 방법도 있다.비용을 최소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과다한 돈을 들여 리모델링하는 것은 위험하다. 기존의 시설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해야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뽑아낼 수 있다. 이는 리모델링 창업의 취지이기도 하다. 리모델링 창업 전후로는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 공사 기간에 현수막 게양 등으로 신규 업종을 알리는 것은 물론 점포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방법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강병오·FC창업코리아 대표©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