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금 부족액 9900억 원대 ㆍㆍㆍ군 특수성에 맞는 개혁 필요

지난해 말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회 법사위에서 군인연금과 사학연금에 대한 개혁 의지를 밝혀 눈길을 끌었다. “군인연금과 사학연금은 공무원 연금을 모태로 변형된 연금”이라며 “공무원 연금 개혁안을 마련한 후 군인연금과 사학연금을 손보기로 관련 부처와 합의했다”고 밝혔다.1963년 군인연금법 제정을 통해 실시된 군인연금은 말 그대로 중사·상사 이상의 직업군인이 퇴역한 후 국가에서 지급받는 연금이다. 현역 직업군인이 신체적 장애 혹은 만기나 정년으로 제대·퇴역했을 때와 전사·사망했을 때 본인이나 유가족에게 급여를 제공하는 제도다. 군인연금은 크게 퇴역연금과 퇴역 일시금, 상이연금, 유족연금, 유족 일시금으로 나뉜다.군인연금이 문제가 되고 있는 이유는 다른 특수 연금과 마찬가지로 국민의 세금으로 지급되는 정부 보전금이 불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재정 수지가 4대 연금 중 최악이다.국방연구원에 따르면 이미 1973년 적자로 돌아선 군인연금의 연금 부족액은 올해 9939억 원, 2008년에는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이대로라면 2010년엔 1조3078억 원, 2020년 1조7573억 원, 그리고 2050년엔 4조5955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물론 이 같은 재정 적자를 피하기 위한 노력도 있었다. 군인이 부담하는 기여율을 애초 3.5%에서 8.5%로 크게 높였고, 기존 연금 수급권자의 연금을 현역 보수 인상률 연동에서 소비자물가변동률로 변경하는 등 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해 노력해 왔다. 자생을 위한 노력으로만 보자면 군인연금이 공무원연금보다 훨씬 낫다고 볼 수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인연금의 재정 수지가 이토록 나빠진 이유는 군의 특수성과 전혀 들어맞지 않는 연금 구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공무원연금에서 군인연금이 분리된 1963년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선거로 대통령이 된 해”라며 “군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대한 고려가 없이 공무원연금 구조대로 혜택만 늘려 놓은 게 군인연금의 구조”라고 설명했다.잘 알려져 있다시피 군의 구조는 전형적인 삼각형 구조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인원이 많다. 직업군인의 경우 진급을 몇 년 동안 하지 못하면 전역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군인은 조기 퇴직 인원이 다른 조직보다 특히 많다.더불어 사망률도 높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군인으로 직무 수행하다 사망하는 비율은 일반 사회인보다 2.25배, 공무원보다 1.89배 높다. 또 전투 발생 시엔 같은 기간을 3배로 더 쳐준다. 이를테면 2년간 월남전에 참전했다면 연금 지급 시 6년으로 계산된다.이처럼 많은 변수가 있는 군인연금의 설계가 성급하게 고민 없이 이뤄졌으니 기금이 제대로 쌓일 리가 만무하다. 태생부터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국고 보전금과 실제 발생한 재정 수지 적자를 보전하기 위한 집행액의 차이(과다 계상 금액)도 크다. 군인연금은 연금법 개정으로 지난 2001년부터 보전받게 됐는데 그간 이렇듯 과다 계상된 금액이 1082억 원이나 된다. 공무원연금의 경우 이 금액은 같은 기간 2조746억 원에 이른다.결국 6년 동안 평균 3638억 원의 예산이 정작 필요한 국가 사업에 투입되지 못하고 연금에 발이 묶여 있는 셈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보고서를 통해 “공무원연금과 비교해 군인연금은 아직 적은 편”이라면서도 “국고 보전금은 법률 규정에 기초해 지출되는 법정 지출인 만큼 수입과 지출에 대한 명확한 추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잘못이 있다면 고치면 된다. 특히나 군인연금은 군인이라는 특수성을 고려해 구조 전체를 바꿔야 한다. 하지만 특유의 폐쇄성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평이다.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경실련 사회복지위원)는 “군인연금은 자료 구하기도 만만치 않다”며 “군 내부에서도 개혁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연금 분야 전문가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군에서도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느니 만큼 민간 전문가와 함께 계획을 짜는 것이 좋지 않을까 한다”고 강조했다.이홍표 기자 hawlling@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