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높이 분석으로 고객 눈물 닦아줄 터’

남달리 더운 5월이었지만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상무)의 사무실은 시원한 바람이 넘쳐났다. 에어컨 때문이 아니라 활짝 개방된 창문 때문이었다. 고층 빌딩이라 예전에는 창문이 한 뼘밖에 열리지 않았지만 실내 공기 개선을 위해 창문을 개방형으로 개조한 것이다. 이는 평범한 주부에서 기업가로 변신한 대신증권 이어룡 회장의 남다른 세심함의 결과다.오너의 특이한 내력과 더불어 대신증권은 리서치센터장이었던 김영익 전 상무의 개인 브랜드로도 유명했다. 지난해 10월 김 전 센터장이 대신경제연구소 대표이사로, 올해 1월 대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으로 옮기는 동안 대신증권 리서치센터는 6개월 넘게 수장을 구하지 못할 정도로 전임자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그러다 보니 5월 2일부터 센터장을 맡은 구희진 센터장에게 쏟아지는 업계의 관심과 기대는 그만큼 뜨겁다. 구 센터장으로서도 13년 간 뼈를 묻었던 ‘친정’으로 ‘금의환향’하긴 했지만 어깨가 가볍지만은 않다. 입사 때만 해도 업계 1~2위를 다투던 대신증권이 지금은 4~5위로 밀려나 있다 보니 이를 만회해야 할 책임감을 느끼는 것이다.“지금 시장 상황에 비해 리서치센터가 고객의 눈높이를 못 따라가고 있습니다. 여전히 과거에 해오던 지수 예측에 치중하고 있지만, 지금 주가가 높아졌음에도 눈물을 흘리는 고객이 많습니다. 과거 세계 산업의 주도국이었던 미주 시장 중심의 정보기술(IT), 자동차 산업에 대한 투자 비중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대신 신흥시장이 성장하고 철강, 화학, 건설, 기계, 발전 부문의 수요가 크게 늘어나면서 업종 간 차별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고객들도 이제는 단기적인 주가 예측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산업 분석, 투자 전략을 원하고 있습니다.”구 센터장은 리서치센터 개편을 위해 41명이던 인원을 70명으로 크게 늘렸다. 인력 확충 과정에서 기존 증권 업계 출신은 최소화했다.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현업 기술자 출신을 애널리스트로 영입하는가 하면, 독자적인 밸류에이션 툴을 개발하기 위해 회계사 출신을 데려오기도 했다.또 ‘디지털 리서치센터’를 표방해 일방적으로 분석 자료를 발표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고객으로부터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구 센터장이 2000년부터 5년 연속 전기·전자, IT부문에서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하는 베스트 애널리스트에 오를 수 있었던 비결도 고객들의 다양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서 아이디어를 얻었던 것에 있었다.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은 모든 애널리스트들의 꿈이다. ‘신이 내린 자리’라고도 할 정도로 되기도 힘들지만 책임감도 막중하다. “늘 보던 후배들인 데도 ‘주말에 잘 쉬었느냐’라고 물어보면 이제는 대답을 잘 못하는 걸 보면 센터장이 된 것을 실감합니다.” 애널리스트라는 직업이 아침 7시부터 밤 11까지 강행군을 하는 데다 주말에도 하루는 회사에 나와 일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보니 임원이 물어보는데 잘 놀았다고 대답하기가 눈치 보인다는 얘기다.대학원에서 국제경제학을 전공한 구 센터장은 학생 때부터 리서치 분야의 일에 매력을 느꼈는데, 기업 분석이 실물 경제를 더 잘 볼 수 있을 것 같아서 애널리스트를 택했다. “특히 자신의 전망이 맞았을 때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기도 하지요.” 주 85시간 이상 일하는 힘든 일상이지만 본인이 성장하고 있다고 느낄 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때가 구 센터장이 애널리스트로서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약력: 1965년생. 한국외국어대 무역학과 학사, 석사. 89년 대신증권 경제연구소 입사. 2000년 우리투자증권(옛 LG투자증권) 애널리스트. 05년 우리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07년 5월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 상무(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