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인구구조 달라…신흥시장 기회
3년 전에 친구에게 은밀하게 사업 아이디어를 주는 ‘선심’을 베푼 적이 있다. 선심의 내용은 이렇다. ‘우리나라가 고령화되면서 은퇴를 많이 하게 되는데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은퇴 준비금도 별로 많지 않기 때문에 살기가 만만치 않게 될 것이다. 따라서 물가 수준이 낮은 국가의 살기 좋은 지역을 은퇴자들에게 소개해 주거나 그 지역에 타운을 건설하고 현지의 기업들에서 일할 수 있는 직장을 구해주는 사업을 패키지로 구성하면 좋을 것이다.’이것은 내가 우리나라 고령화 문제와 아시아 시장의 성장을 보면서 생각한 것이다. 그 친구는 아이디어는 좋지만 시기상조라며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고 했지만 세상은 정말 빨리 변하고 있다. 지금 보면 3년 전 이러한 섣부른 아이디어의 방향이 틀린 것은 아닌 것 같다.우리는 고령화라는 인구 구조 변화와 향후 30억 인구의 중국과 인도가 21세기에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기 시작한 이 두 추세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는 시기에 있다. 이제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선진국 늙어가고, 아시아 시장 역동적일반적으로 고령화와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해 부정적인 효과가 부각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고령화 과정 중에 자산 계층이 급성장하면서 우리나라 자본시장을 크게 변화시킬 것이다. 여기에 많은 기회가 있다.이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각 국의 인구 구조 차이에 따른 투자 기회를 모색(global demographic bargain)할 수 있다. 유엔에 따르면 2030년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유럽은 24.3%, 아시아 국가들은 평균 12%, 라틴아메리카는 11.6% 정도다. 더욱이 중동지방과 북아프리카는 8.1%밖에 되지 않는다.인도는 2050년에 16억 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가 된다. 중국과 인도뿐만 아니라 현재 인구 1억9000만 명으로 5위인 브라질, 1억4000만 명의 러시아 연합, 2억2000만 명의 인도네시아 등도 주목해야 한다. 고령화된 선진국은 자산을 매각하고 젊은 국가들은 고령화 국가들의 자산을 매입하는 거래도 일어나게 될 것이다.고령화와 인구 구조 변화는 아시아 시장의 성장과 함께 향후 많은 변화를 야기할 것이고 투자 기회를 가져다 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대처하지 못하면 현재의 위치는 순식간에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다음과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첫째, 새로운 변화에 대응하거나 올바로 투자하기 위해서는 추세(trend)를 따라야지 순환(cycle)에 집중하면 안 된다. 순환에 집중해서 맞을 가능성도 별로 없고 타이밍을 재느라 머뭇거리다 선뜻 투자를 못할 수 있다. 다만 순환적인 가격 변동에서 이익을 얻고 싶으면 자산의 비중을 재조정(rebalancing)하면서 대응하면 된다. 예를 들어 중국 시장에 20%를 투자하고 있는데 가격이 상승해 비중이 25%로 증가하면 그 비중을 다시 20%로 재조정해 주는 것이다.적어도 추세에 역행하는 투자는 하지 말아야 한다. 추세에 역행하는 자산 배분이나 투자는 세월이 10년 정도 지나면 어느 새 자기 자신을 극빈층으로 만들 수도 있다. 순환에 흔들리지 말고 추세에 굳건하게 서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둘째, 우리나라 사람들은 자산의 77%를 주택 위주의 부동산으로 가지고 있다. 수익성 부동산에 대한 투자보다 집 한 채가 재산의 전부라고 할 만큼 주택에 과도하게 편중돼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매년 95만 명이 태어나고 이들이 사회에 진입하면서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러나 이제 사회에 진입하는 사람들의 숫자는 크게 줄어든다. 2005년 출생자는 43만 명에 불과했다. 게다가 앞으로 15년 정도만 더 지나면 우리나라 인구는 전쟁 등의 외부 변수 없이 인구가 감소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산업도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그리고 지식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태어나서 보아 온 것과는 사뭇 다른 흐름이 생겨나는 것이다.이런 환경에서 주택 위주의 자산 배분은 바람직하지 않다. 부동산의 전반적인 배분 비중을 줄여야 한다. 부동산도 주택 위주에서 오피스나 해외 부동산 등으로 분산할 필요가 있다.셋째, 아시아 시장에 초점을 두면서 해외 분산 투자를 해야 한다. 세계 자본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1%밖에 되지 않는다. 분산 투자는 ‘일종의 공짜 점심’인데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일본은 고령화와 자산 버블 붕괴를 맞이하면서 1989년부터 2003년까지 닛케이225지수가 4만에서 8000으로 떨어졌다. 이때 미국의 다우지수는 2700에서 1만1000으로 올랐다. 일본 주식에만 투자한 사람들은 자산이 크게 감소했을 것이다.해외 투자는 분산의 목적 때문만은 아니다. 아시아 시장의 높은 부가가치를 흡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선진국들은 늙어가고 있는 반면, 아시아 시장은 역동적이며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시장 흐름에 편승할 필요가 있다. 외환위기 때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 노인들의 은퇴 자금을 보조했다는 농담이 있었다. 외환위기 때 높은 수익률을 올린 연금 펀드들은 결국 미국 노인들의 은퇴 자금에 보태졌기 때문이다. 우리들도 노후 자금을 이런 식의 투자를 통해서 늘리려는 사고방식과 태도가 필요하다.옛날에는 높은 부가가치를 올려 국부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는 무력을 동원해서 식민지를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오늘날은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 그냥 그 나라에 투자하면 된다. 얼마나 손쉬운 일인가. 우리는 역동적인 성장 동력을 가진 국가들에 투자해 알파를 얻어야 한다.은퇴 후 아시아 국가에서 ‘제2의 인생’넷째, 각 부문(sector)의 흐름에도 주목해야 한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세계 시장에서 업종별 선택이 투 자성과에 준 영향은 1995년 10%에서 2001년 20%로 증가했다고 한다. 분산을 위한 업종 선택뿐만 아니라 유망한 업종을 선택해서 초과 수익을 얻는 것도 필요하다. 인구 구조 변화, 아시아 신흥시장의 성장, 우리나라 경제 구조의 변화 시점에서 이런 흐름은 더욱 중요해진다.예를 들어 제조업은 고용을 창출하는 분야이기 때문에 중국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고, 중국은 자기들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기반으로 경쟁에 나서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로서는 만만치 않은 경쟁 상대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지식산업으로 옮겨가고 인구 고령화도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 산업도 과거에 보았던 것과 다른 궤적을 그릴 가능성이 크다.한편 중국의 성장으로 유통, 인프라, 소비재, 원자재 등의 분야의 발전이 크게 촉진될 것이다. 이런 추세가 인구 구조와 결합되면서 소비재, 인프라, 자원과 환경, 헬스 케어, 자산 관리 부문 등이 유망 분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부문에 대한 글로벌 전략도 필요하다.여섯째, 노후의 시야를 아시아 시장으로 넓혀보는 것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유사 이래 이렇게 많은 영향력과 경제력을 가진 적이 없을 것이다. 아시아 시장에서 우리나라는 현재 일본을 제외하고는 경제 발전의 길을 먼저 걸어온 선구자이고 이에 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아시아 시장에서 유망한 이머징 마켓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북으로는 몽골이나 러시아로부터, 남으로는 베트남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활동할 수 있는 무대가 매우 넓어진 상황이다. 은퇴 후에도 우리가 쌓은 노하우로 이들 나라에서 부가가치를 낼 수 없을지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2년 전에 전직 스위스 은행가가 우리나라 저축은행 고문으로 있으면서 6개월은 우리나라에서, 6개월은 본국에서 생활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이제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 게다가 아시아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지 않은가. 아시아 시장에서 가방을 가지고 누빌 비전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옛말에 “멀리 바라보지 않으면 근심은 가까이 있게 마련이다”라고 했다. 지금은 이 말이 더욱 중요한 시점인 것 같다. 그 어느 때보다 장기 추세를 보면서 자산의 배분을 결정해야 할 때다. 그리고 우리가 아는 많은 것들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리라는 생각은 고쳐먹어야 한다.김경록·미래에셋 자산운용 채권금융공학 부문대표 grkim@miraeasset.com©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