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층 증가… 주식·부동산 ‘쥐락펴락’

고령화 문제는 이제 만인의 관심사가 됐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18년 4934만 명을 정점으로 서서히 인구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5세 이상의 노인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높아져, 2005년 9.1%에서 2018년에는 14.3%까지 높아져 ‘고령사회(인구의 14% 이상이 노인으로 구성된 사회)’에 진입하게 된다. 왜 우리나라는 이렇듯 급속한 노령화를 경험하게 됐으며 이런 인구의 변화는 우리 자산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부동산시장 양극화의 최대 원인우리가 급속한 노령화의 파도를 만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1957∼74년에 발생한 베이비 붐 세대(약 1800만 명)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낳은 첫 번째 원인은 물론 17년이란 너무나 짧은 기간에 전체 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엄청난 신생아의 출산 붐이 있었던 데 있지만, 베이비 붐 세대의 앞에 태어난 이른바 광복세대(1945∼50년 출생자)가 1950년 발발한 6·25 전쟁의 영향으로 크게 약화된 것도 베이비 붐 세대의 영향력을 확대시키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더욱이 1972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족 계획 정책 영향으로 출산율이 빠르게 떨어져, 지난 2005년 한국 여성의 출산율은 1.08명을 기록하는 등 2000년대의 평균 신생아 수는 51만6000명으로 베이비 붐 당시의 신생아 수의 절반에 불과한 상황이다.이런 한국의 인구 구성은 한국 자산시장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젊은 세대가 경제의 주를 이루고 있을 때에는 사회 전반의 저축률이 크게 떨어지는 대신 왕성한 소비가 나타나 고성장, 고물가 현상을 경험하게 되지만 젊은 세대의 비중이 줄어들고 중년 인구의 비중이 늘어나게 되면 경제 전체의 저축 수준 및 생산성이 높아지며 안정 성장, 저물가 현상이 출현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 등 한국보다 더 빨리 노령화 현상을 겪은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관측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먼저 소비 성향이 높은 젊은 인구(시장 진입 세대, 15∼34세) 증가율과 물가상승률의 관계를 살펴보면, 젊은 인구의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던 1980년대 중반까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연평균 10%대를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었지만 1990년대 후반 감소세가 본격화되면서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선까지 떨어졌다. 물론 1990년 한·중 국교 수립 이후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 중국산 저가 공산품 및 음식료 제품이 물가 안정에 큰 힘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왕성한 소비로 경제의 총수요를 자극하는 젊은 세대의 비중 축소는 경제의 총수요 압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음이 분명하다. 이와 같은 물가 상승률의 하락은 채권 시장에 대형 ‘호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물가 안정에 힘입어 한국은행의 정책 금리도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밖에 없으며, 소비자들도 물가 안정에 힘입어 구매력이 개선되기 때문에 낮은 금리를 제공하더라도 은행 등 금융사에 자금을 맡길 것이기 때문이다.시장금리의 하락이 시작된 2000년 이후 한국 부동산 시장은 강력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저금리의 영향으로 대출 이자 부담이 줄어든 데다, 중년 인구의 증가로 가계의 잉여자금이 커졌다는 점도 주택 가격 상승을 더욱 부채질한 요인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부동산 시장의 호황 속에서도 아파트와 단독주택, 그리고 서울과 지방 등 다양한 차원의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1990년 이후 주요 주택 가격의 상승률을 살펴보면, 단독주택 가격은 3.3% 상승에 그친 반면 아파트 가격은 무려 131.5%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파트 중에서도 서울지역 아파트 가격은 212.1%, 강남지역 아파트 가격은 282.2% 급등하는 등 주택시장의 양극화는 날이 갈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주택 시장 양극화가 빚어진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바로 25∼34세의 결혼 적령기 인구가 1990년 846만 명을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2006년 816만 명까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즉, 주택 시장의 신규 수요자가 줄어들며 이들이 선호하는 소형 단독·다세대주택 등 저가 주택의 인기가 떨어진 데다, 젊은 인구가 일자리와 교육기관이 집중된 수도권에 몰리면서 서울 등 수도권 집값만 상승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시도별 장래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00∼05년 동안 수도권으로 77만 명의 인구가 유입됐으며 서울의 15∼64세 인구(생산 가능 인구) 비중은 76.2%로 전국 평균(71.7%)을 크게 상회한 것으로 나타나 젊은 인구의 수도권 유입 추세를 입증하고 있다. 또한 젊은 인구의 감소와 달리 1990년대 중반 이후 40∼50대 중년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한 것도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06년 통계청의 가계 자산 조사에 따르면, 일생을 통틀어 가장 비싼 집에 사는 연령대는 50∼59세로 평균 2억9723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50대 인구는 1990년 361만 명에서 계속 증가해 2006년 548만 명으로 수직 상승 중이다.특히 이들 50대는 자녀의 성장으로 대학이 밀집해 있는 수도권 지역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는 상황이지만, 문제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주택 신규 공급이 줄어드는 데 있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서울지역의 건설 비중은 2000년 22.36%를 고비로 줄어들기 시작해 2006년에는 8.45%까지 줄어든 상황이다. 결국 서울 등 수도권에 대한 신규 및 대체 수요의 증가 추세를 외면한 채, 재건축 규제 강화 등을 통해 주택 공급을 억제하는 데 주력한 정책 당국의 실책이 최근 부동산 시장 양극화를 더욱 부추겼다고 볼 수 있다.35~49세 주식투자 비중 최고젊은 인구의 감소가 불러온 저금리 현상은 주식 시장에도 절호의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주식시장의 코스피지수와 시장금리(회사채 수익률)의 관계에서 쉽게 확인될 수 있듯이, 시장금리의 하락이 본격화된 지난 2000년 이후 한국 주식시장은 저점을 높여가는 유례없는 강세 행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금리의 하락은 왜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하는 것일까. 먼저 금리의 하락이 지속됨에 따라 낮은 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일부 가계를 중심으로 주식 등 위험 자산에 대한 투자를 점차 늘리게 된다. 또한 금리의 하락으로 인해 기업은 대출 금리 부담을 크게 덜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적극적인 차입을 통해 부실 기업을 인수함으로써 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로 올라설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최근 연이은 인수·합병(M&A) 붐의 시작은 바로 저금리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금리 하락뿐만 아니라 40∼50대 중년 인구의 증가도 주식시장이 2000년 이후 부활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증권연구소가 가구주 연령별 주식 투자 태도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구주 연령이 35∼49세일 때 전체 자산에서 주식의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자산을 축적하기 시작한 중년 인구들은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에 투자하고 있지만, 위험 관리 차원에서 그리고 저금리의 충격을 만회할 대안으로 주식 투자에 점점 더 비중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1990년대 말부터 시작된 가파른 40∼50대 인구 비중의 상승은 우리 주식시장의 수급을 개선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1990년대까지 우리 주식시장은 개인 투자자의 무관심 속에서 외국인 혹은 은행 등 금융사의 매수에 의존하는 변동성이 높은 장세를 보였다면, 1990년대 말 이후 개인 투자자의 직·간접 투자가 활성화되며 안정적인 수급 기반을 형성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최근 주식시장의 상승은 외부 여건의 호조뿐만 아니라 인구 변화가 불러온 주식시장 환경의 구조적 변화에 기인한 것이기에 과거와 달리 그 지속력이 월등히 강할 것으로 기대된다.홍춘욱·키움증권 리서치팀장 cwhong@kiwoo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