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에 빠지려거든 이 여인을 보라
감독과 배우 등 〈밀양〉 제작진들은 이미 프랑스 칸으로 떠났다. 〈밀양〉은 올해로 60회를 맞는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렸다. 한국영화로는 김기덕 감독의 〈숨〉과 함께 올랐으니 수상 가능성도 높게 점쳐지고 있다. 현재 가장 유력하게 얘기되는 부분은 바로 전도연의 여우주연상 수상이다.〈밀양〉은 ‘전도연의 발견’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그녀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절망의 끝에서 울부짖고, 그 흘릴 눈물마저 소진돼 잔뜩 웅크리고 앉아 있는 그 모습은 말 그대로 우리 시대의 아픔 그 자체다. 언제나 그의 곁을 맴도는 송강호 역시 자신의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이 가슴 아픈 ‘멜로영화’에서 가장 낮은 자세로, 하지만 모두의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 인물을 연기한다.밀양 입구의 국도, 아들과 함께 죽은 남편의 고향을 향해 가던 신애(전도연 분)의 차가 고장 나고 카센터의 종찬(송강호 분)이 레커차를 끌고 와 세 사람은 함께 밀양으로 간다. 새로이 정착한 밀양에서 신애는 피아노 학원을 연다. 이웃들에게 좋은 땅을 소개해 달라며 자신만만하게 새 생활을 시작한다.한편, 종찬은 서울서 밀양에 살러 온 신애에게 살 집을 소개해주고, 피아노 학원 자리를 봐주고, 그녀를 따라 땅을 보러 다닌다. 신애의 남동생 민기(김영재 분)에게 ‘당신은 누나 스타일이 아니다’라는 얘기까지 듣지만 그래도 계속 신애에 대한 호감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새로운 생활을 시작한 신애의 풋풋한 희망도 잠시, 아들 준이가 유괴된다. 유괴범의 지시에 따라 돈을 마련했지만 싸늘한 준이의 시체만 발견하고 오열한다.폐허 위에서 피어나는 꽃이라고나 할까? 〈밀양〉은 인생의 밑바닥에서부터 희망을 말하는 영화다. 신애는 남편도 잃고, 자식도 잃고 그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지점에서부터 다시 딛고 일어선다. 준을 떠나보낸 뒤 기독교에 귀의해 보기도 하지만 결국 그 ‘종교’란 것도 삶의 대안이 되지 못한다. 신애는 그렇게 모든 걸 혼자 힘으로 버텨내야 하는 것이다. 신애는 감독의 전작 〈오아시스〉(2002)만큼이나 사회로부터 소외된 존재로 비쳐진다.여러 언론을 통해 〈밀양〉이 기독교에 대한 회의나 비판을 담고 있는 영화라고 흔히 얘기되고 있지만, 그것은 바꿔 말해 ‘그 모든 것에도 의지하지 않은 채 우리는 과연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이창동 감독의 진지한 물음이다. 문화관광부 장관을 지내고 4년 만에 돌아온 이창동 감독은 여전히 변함없는 우리 시대의 중요한 작가임을 증명한다. 〈밀양〉의 수상이 기다려지는 것은 바로 그것이 감독 개인에게나, 우리들에게나 멋진 선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q주성철·필름2.0 기자 kinoeye@film2.co.kr개봉영화▶전설의 고향1980년대 〈여곡성〉(1986)을 끝으로 그 맥이 끊겼던 한국 사극 공포영화가 20년 만에 부활한다. 상이한 성격을 지닌 어린 쌍둥이 자매가 우연한 사고로 호수에 빠진다. 동생 효진은 죽고, 언니 소연(박신혜 분)은 살아남아 10년의 세월이 흐른 뒤 기억이 지워진 채 잠에서 깨어난다. 부모는 어렸을 적 소연과 정혼을 맺은 선비 현식(재희 분)과의 혼인을 서두르지만 현식의 마음은 어릴 때부터 효진에게 머물러 있다.▶캐리비안의 해적3:세상의 끝에서〈스파이더맨3〉에 이어 또 하나의 흥행 폭풍을 예고하는 작품. 거대한 바다 괴물 크라켄에게 잡혀간 캡틴 잭 스패로(조니 뎁 분)를 구출하려는 윌(올란도 블룸 분)과 엘리자베스(키이라 나이틀리 분), 바르보사 일당은 단 한 번도 닿아본 적 없는 세상의 끝으로 모험을 떠난다. 그들은 이국적인 동양 해역에서 악명 높은 동양 해적 사오 펭(저우룬파 분)과 맞닥뜨린다. 이번 3편에서는 전편에서 풀리지 않았던 모든 궁금증들이 풀릴 예정이라고.▶사무라이 픽션2〈사무라이 픽션〉(2000)으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나카노 히로유키 감독이 다시 닌자 영화로 돌아왔다. 일본 전역이 피로 피를 씻는 전쟁에 몰두하고 있을 무렵, 그들에게 고용된 닌자들 역시 매일매일 격렬한 사투를 벌여야만 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닌자술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도 점점 줄어 지금은 두령인 백영(다케나카 나오토 분)과 적영(안도 마사노부 분), 청영(무라카미 준 분), 아스카(아소 구미코 분)라는 세 명의 젊은 닌자 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