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계 지키는 보람으로 일합니다’

약력: 1962년생. 85년 강원대 환경학과 졸업. 87년 강원대 대학원 졸업(생물학 전공). 93년 한국생태계보전연구소 책임연구원. 97년 군포시청 환경전문위원. 99년 신강하이텍 창업 및 대표(현). 2005년 금오공대 박사과정 수료(환경공학 전공). 수상: 2005년 경기환경그린대상(경기도) 등 다수.삶의 종착역이 다가올 즈음 연어는 마지막 여행에 나선다. 온갖 힘을 다해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때로는 거친 물살이 방해하기도 하고 폭포가 가로막기도 한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물살을 차고 오른다. 마치 비상하는 새 같다. 이 과정에서 머리가 깨지고 상처투성이가 되기도 한다. 새나 곰들에게 잡아먹히기도 한다.목적은 단 한 가지, 산란이다. 종족 보존을 위해 목숨 건 여행을 한 뒤 알을 낳은 후 암컷은 체력이 소진돼 죽는다. 수컷 역시 1주일 이내에 삶을 마감한다. 이런 광경은 러시아 레나강과 미국 알래스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뿐만 아니라 한국의 동해로 흐르는 하천 수계 등에서도 볼 수 있다.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연어만이 아니다. 은어 황어 송사리 피라미 모래무지 새우 등도 마찬가지. 하지만 한국의 하천에는 물을 가두기 위해 수중보와 댐이 설치되면서 이들이 상류로 올라가기가 힘들어졌다. 하류와 상류의 생태계가 단절돼 가고 있는 것이다.1년이면 여러 차례 강이나 하천에 들어가 이런 생태계를 조사하는 중소기업인이 있다. 조성주 신강하이텍 사장(45)이다. 수중보에 붙어 있는 이끼를 밟고 미끄러져 다치기도 하고 고무보트를 타고 호수 환경을 조사하다가 빠져 익사할 뻔하기도 했다. 물속에 빠지는 일은 비일비재하다.그가 이를 조사하는 것은 물고기에게 길을 열어주기 위한 것이다. 이른바 어도(魚道)다. 그는 국내에 설치된 일부 어도들이 풀이 없거나 경사가 가팔라 물고기들이 올라가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아이스하버식’ 어도 블록을 개발했다.이 어도는 길이 2m, 폭 1m에 무게 3톤에 달하는 블록을 만들어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시공한다. 블록은 높이가 낮은 것과 높은 것 두 가지가 있다. 낮은 것은 물고기들이 물길을 따라 넘어가기 위한 블록이고 높은 것은 힘이 부칠 때 쉴 장소를 제공하는 블록이다. 한국농촌공사 농어촌연구원과 공동 개발한 이 어도 블록에 대해 신강하이텍은 발명특허와 환경신기술을 획득했다. 이를 탐진강 탄천 가평천 입천 전주천 등에 설치했다.조 사장은 “어도 블록은 환경부에서 주관하는 차세대핵심환경기술개발사업의 과제로 선정돼 국내 하천 실정에 맞도록 개발한 제품”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공장에서 제조해 현장에서 조립함으로써 현장 타설에 따른 정밀 시공 곤란, 압축 강도 저하, 시공 기간 과다 등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덧붙였다.신강하이텍의 어도 블록은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처럼 연어나 뱀장어 등 경제성 있는 어종만을 보호하기 위한 게 아니다. 조 사장은 이 어도 블록에 대해 “유영 능력에 관계없이 모든 어종이 이용할 수 있도록 고안됐다”며 “생태계 복원은 물론 연어 뱀장어 등 경제성 어종의 보호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신강하이텍은 이 밖에도 독특한 환경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다. 경기도 군포에 본사를, 충주와 구례에 공장을 각각 두고 있는 이 회사는 어도 블록을 비롯해 비점오염원 처리장치, 오염하천 정화, 인공 수초재배섬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강원대 학부와 대학원에서 환경학과 생물학을 각각 전공한 뒤 금오공대에서 환경공학 박사과정을 수료한 조 사장은 한국생태계보전연구소 연구원과 군포시청 환경전문위원을 거쳐 1999년 군포에서 창업했다. 공무원 시절 팔당댐 수질을 조사하던 중 이를 정화할 필요성을 느끼고 자신의 전공 지식과 선진국 견학 등을 통해 얻은 경험을 토대로 사업에 나섰다.환경 관련 지식재산권 25건 획득초기 사업은 인공 수초재배섬이었다. 물 위에 떠있는 인공섬이라는 의미다. 팔당호에 설치한 수초재배섬은 가로 8m 세로 20m짜리 부유체 16개를 연결, 조립했으며 총면적은 약 2600㎡에 이른다.수초재배섬 상부에는 갈대, 줄, 애기부들, 노랑꽃창포 등 정수식물을 식재해 수질을 정화한다. 하부에는 인공근인 미생물 접촉재를 설치, 미생물에 의해 유기물을 분해하고 수질을 정화하며 어류의 산란 및 은신처 역할도 한다.조 사장은 “미생물 접촉재는 유기 형태의 질소, 인을 섬 윗부분의 식물이 영양분으로 섭취하기 좋은 상태인 무기염류로 분해해 준다”며 “이로써 질소, 인의 흡수를 촉진한다”고 설명한다.팔당댐에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낙동강 대청호 의암호 화진포호 상사호 등에 수초재배섬을, 임하댐과 소양호 등에 부유식 어류 산란 서식 장치를 시공했다. “인공 수초재배섬은 호반 침식을 방지하고 동물성 플랑크톤과 어류의 서식처, 은신처, 산란처를 제공하며 호수를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고 조 사장은 덧붙인다. 아울러 자연생태공원으로서 시민들에 친수 공간, 자연학습장 및 휴식처를, 겨울 철새들에게는 쉼터를 제공한다.오염 하천 정화를 위한 끈상접촉산화공법도 개발했다. 이 공법은 하천이 갖는 고유한 자연 정화 원리를 극대화한 기법으로 오염된 하천의 수질을 정화할 뿐만 아니라 구조물을 지하에 설치해 상부는 공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 시설은 경안천 안양천 신이천 등에 설치됐다.이 공법은 극심한 오염으로 몸살을 앓던 안양천에 물고기가 다시 살고 철새가 돌아오는 데 일조했다.‘레인마스터(RainMaster)’도 개발, 생산하고 있다. 비가 내릴 때 지표면의 오염물질과 토양이 빗물에 씻겨 유출되는 오염물질을 처리해 하천의 수질을 개선하는 장치다. 우수 관로에 설치되는 이 장치는 원심력과 필터를 이용해 오염물질을 분리해 맑은 물을 강으로 흘려보낸다. 이 장치는 유량과 농도 변화에 맞춰 처리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로 개발됐으며 낙동강 순천시 등에 설치됐다.이 밖에 축산 폐수 및 고농도 유기 폐수 처리, 악취 모니터링시스템, 해양 생태계 복원을 위한 ‘부유식 잘피 재배 장치’도 개발했다. ‘거머리말’ 또는 ‘진저리’로 불리는 잘피는 바다에서 자라는 식물 가운데 뿌리와 잎으로 영양분을 흡수해 오염물질을 걸러주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조 사장은 “그동안 번 돈의 상당 부분을 새로운 환경 기술 개발을 위해 쏟아 부었다”고 밝힌다.이를 통해 획득한 발명특허만 해도 어도 블록, 어족 보호용 부유식 어류 산란 서식 장치, 수리동력학적 여과 분리 방식을 이용한 오염물질 제거 장치 등 15건에 이른다. 또 실용신안 6건, 디자인 4건 등 지식재산권이 25건에 달한다. 11건에 대해 발명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또 환경부장관 표창을 비롯해 아름다운 환경인상(국회), 경기그린환경대상(경기도)을 받는 등 각종 환경 관련 상도 수상했다.기술 개발을 위해 자체 연구소를 두고 있으며 상명대 충주대 연세대 서울시립대 한밭대 순천대 남해수산연구소 등의 전문가들로부터 기술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조 사장은 “지난해 매출은 34억 원, 당기순이익은 3억 원에 그쳤으나 올해는 지난 5월 초순까지의 매출이 이미 작년 한해 매출을 넘어섰다”며 “올 매출은 80억~9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조 사장은 “직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기술 개발에 나서는 덕분에 이 같은 성과를 일굴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일부 직원들은 월요일에 출근해 금요일 저녁에 퇴근할 정도로 몸을 던져 환경관련 신기술을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그는 “앞으로 연구개발을 바탕으로 환경 사업과 신재생 에너지 사업, 환경친화적 건축재 사업에도 진출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또 “국내 시장은 좁아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승부를 걸기 위해 올 6월 베이징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등 외국시장 개척에 적극 나설 생각”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