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새 주인공’… 문제는 ‘환금성’
타운하우스 시대가 열렸다. 지난해 수도권 택지지구를 중심으로 간간이 공급되던 타운하우스가 올 들어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에 예정된 공급량만 10여 개 단지 730여 가구에 달한다. 아파트와 달리 40평 이상, 50가구 안팎이 대부분인 단지 규모를 감안하면 전에 없이 공급량이 많아졌음을 알 수 있다.타운하우스는 미국 유럽의 중산층 밀집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주택 형태다. 출입문이 분리된 여러 가구의 주택을 한 개의 건물로 이어 짓는 ‘병렬 주택’이 기본형이다. 저층의 단독주택들이 연속으로 이어져 각 가구들이 지붕과 벽을 공유해야 진정한 타운하우스라는 조건이 붙기도 하지만 최근 공급되는 타운하우스들은 보다 폭넓은 개념이 적용된다. 단독주택이나 연립주택 단지를 타운하우스로 부르는가 하면, 고급형 빌라 이름에 차용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개별 정원과 독립 주거 공간을 갖추면서 관리 방식이나 편의시설은 공동주택의 장점을 갖고 있다면 타운하우스라 부르는 데 무리가 없다”는 의견이다.국내 ‘원조’ 타운하우스는 1983년 지어진 서울 구로구 항동의 그린빌라다. 2만 평 부지에 33, 50, 65평형 137가구로 구성된 이곳은 ‘숲속의 서구풍 마을’로 유명하다. 주민 공동 소유의 골프연습장과 농장, 수영장, 테니스장이 있고 주변이 시계 경관지구로 특급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넓은 대지 지분 덕에 현재 시세는 50평형이 13억2000만 원에 달한다.그린빌라 이후 타운하우스 공급은 거의 중단됐다가 지난 2004년 첫 삽을 뜬 파주 출판단지 헤르만하우스를 계기로 다시 주목 받기 시작했다. 후분양 방식으로 공급된 헤르만하우스는 지난해 입주를 시작, 국내 타운하우스의 ‘전형’으로 자리를 잡았다. 8500여 평 대지 위에 28(16가구), 33평형(121가구) 137가구로 구성돼 있으며 분양 초기만 해도 미계약분이 많았지만 지금은 ‘인기 단지’의 반열에 올랐다.건설업계 ‘타운하우스=블루오션’이제 수도권 택지개발지구 등에선 타운하우스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05년부터 공급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라 일부 인기 단지는 프리미엄이 형성되는 등 주가를 높이고 있다. 2005년 분양된 성남 시흥동의 린든글로브의 경우 65·75·87평형 총 57가구 분양가가 평당 2200만 원선이었는데 현재는 평당 2800만 원선으로 높아졌다. 판교 후광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파주 헤르만하우스 역시 평형별로 2억 원 안팎의 프리미엄이 붙었다.타운하우스 인기가 높아지자 건설 업계는 이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보고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모습이다. 특히 타운하우스 수요층이 삶의 질을 생각하는 중산층 이상이라는 점에 주목,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에 이을 고급 주택 상품으로 평가하고 있다. 게다가 올 9월 분양가 상한제 시행 등에 따라 주택 사업 환경이 위축될 전망이어서 ‘틈새 상품’으로 보고 차별화된 상품 개발에 나서는 사례가 많다.상반기 공급되는 타운하우스는 용인, 고양 등지의 택지지구에 집중돼 있다. 하반기에도 용인, 파주, 동탄, 평택, 성남 등지에서 공급이 잇따를 전망이어서 올 한 해 1500가구에 이르는 물량이 쏟아질 전망이다.공급이 늘어난 만큼 개별 상품들의 특징도 다양하다. 주상복합 못지않은 편의시설과 보안 시스템, 단독주택이나 다름없는 독립성을 자랑하는 단지들이 많다. 한일건설이 용인시 양지면에 짓는 루아르밸리는 100~110평 초대형으로만 52가구 구성된다. 단지 공동 보안은 물론 피트니스센터, 골프연습장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로 공동주택의 편리함을 살렸다.또 입주민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1억 원대의 고급 외제 승용차 2대를 배치하고 주민들은 6성급 서울 W호텔을 회원 자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한 채의 분양가는 평당 2000만 원이 넘어 총 분양가는 20억~24억 원선이다.신동아건설은 고양시 행신2지구에 ‘신동아 파밀리에’ 94가구(48~56평형)를 단독형 타운하우스로 설계했다. 탑상형이어서 동별 가구 수를 줄이고 동 간 거리를 넓혔다. 또 주택 층고를 2.9m로 높였고, 3면 개방형이어서 채광 효과가 뛰어나다. 분양가는 주변 아파트 시세보다 낮은 평당 1200만~1300만 원선이다.아파트를 주로 지어 온 중흥종합건설도 고양시 일산2택지지구에서 타운하우스를 공급한다. 51평형 타운하우스 94가구를, 행신2지구에 45평형 60가구를 연이어 분양한다. 분양가는 평당 1200만~1400만 원대다.수요·거래는 제한적타운하우스는 젊은층에게도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관심 있는 수요자들이 모여 택지를 매입하고 직접 공사를 진행하는 동호인 타운하우스도 등장했다. 1990년대 전원주택이 인기를 끌면서 나타난 현상이 타운하우스에도 비슷하게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이 같은 바람몰이는 주택 시장 안팎의 환경 변화에 따른 당연한 현상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우선 공급자 입장에선 신상품 개발 차원에서 적극 검토해야 할 대상으로 떠올랐다. 각종 규제로 어려워진 시장을 타개할 방안으로 타운하우스가 1순위로 꼽히고 있다. 올 하반기 타운하우스 공급을 계획하고 있는 한 개발 업체 관계자는 “각종 부동산 규제로 시장이 가라앉은 데다 향후 집값 전망도 불확실한 상황에선 지갑을 열 수 있는 확실한 수요를 타깃으로 삼는 게 여러모로 안전하다”고 밝혔다. 중산층 이상으로 수요층을 맞추는 이유가 이것인 셈이다.수요자 입장에서도 타운하우스는 매력적이다. 삶의 질을 높이는 단독주택 생활에 공동시설 관리의 효율을 높일 수 있어서다. 요즘 공급되는 타운하우스들은 가구마다 정원이 딸려 있는 것은 기본이고 피트니스센터, 야외 수영장에 골프장, 테니스장, 어린이놀이터 등이 설치된다. 입주민들만의 커뮤니티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다.그러나 단점도 있다. 분양가가 높아 웬만한 수요층은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 40평형 이상 중대형이 대부분이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시장 형성 초기부터 초고층 주상복합과 같은 ‘부자들만의 주택’으로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있다.그렇다고 해서 초고층 주상복합처럼 높은 프리미엄을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몇몇 단지들에 웃돈이 형성됐지만 아파트나 주상복합에 비하면 낮은 수준이다. 단지 규모가 작은 반면 개별 평형이 크기 때문에 거래량이 적다는 것도 약점으로 꼽힌다. 대부분 서울 외곽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수요가 적다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다시 말해 ‘환금성’이 떨어지는 게 타운하우스의 가장 큰 단점인 셈이다. RE멤버스 고종완 대표는 “투자성보다 실수요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