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크게 낮아져…PB센터 ‘복덕방’ 역할

‘부자들만의 펀드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최근 은행 증권사 등의 프라이빗 뱅킹(PB: 고액의 고객 자산만을 관리해주는 별도의 서비스)센터를 중심으로 부유층 자산가의 구미에 맞는 별도의 사모 펀드가 대거 등장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사모 펀드란 공개적으로 모집하는 공모 펀드와 달리 소수 특정인만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펀드를 말한다. 법률에 따르면 50인 미만에게 청약을 권유할 수 있으며 실제 펀드 가입자는 30인 이하로 제한돼 있다. 소수 큰손 투자자에게만 가입이 제한돼 있는 대신 펀드 운용에 대해선 자유롭다.예를 들어 공모 펀드는 특정 종목에 10% 이상 투자할 수 없고 동일 회사 발행 주식의 20% 이상 매입할 수 없다. 그러나 사모 펀드는 펀드 자산의 100%까지 한 종목에 투자할 수 있다. 사모 펀드에 대한 투자는 일반적으로 공모 펀드보다 고수익을 추구하는 만큼 투자 위험도 매우 높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장기적인 재무계획부터 세워야초창기 사모 펀드는 채권 위주의 안정적인 상품이 주류를 이뤘다. 개인보다는 보수적인 법인 고객이 대다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펀드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보다 적극적인 개인 투자자들이 증가하면서 주식 비중이 높은 상품을 비롯해 미술품 공연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로 확산되고 있다. 목표 수익률 역시 과거보다 높아지고 있다.사모 펀드 시장의 발달은 비단 국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에서도 소액 투자자들이 사모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과거에는 수십~수백억 달러 이상의 막대한 최소 투자금액이 요구돼 소액 투자자들이 사모 투자에 접근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최근 헤지 펀드나 사모 펀드의 투자 패턴을 모방한 뮤추얼 펀드가 등장하거나 최소 투자 금액을 낮춰 소액 투자자의 접근이 상대적으로 쉬워졌다.전 세계적으로는 헤지 펀드와 사모 펀드로 유입된 자금 규모가 이미 2조 달러를 초과해 전체 뮤추얼 펀드 자금 규모의 20%를 상회하고 있다. 그렇다면 사모 펀드를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사모 펀드에 대한 활용법을 알기 전에 먼저 투자할 때 구체적인 펀드 상품 선택보다 장기적인 투자 계획과 전체 자산에 대한 자산 배분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많은 투자자와 일선 PB 전문가들이 구체적인 펀드 상품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상품부터 선택하려 하고 어떤 상품에 투자하느냐가 성과를 좌우한다고 생각한다.하지만 실상 장기적인 투자 결과는 결코 상품에 달려 있지 않다. 이보다는 전체 자산에 대한 자산 배분 결정이 우선돼야 한다. 실제로 1974년부터 1983년 사이에 이뤄진 미국의 91개 대규모 연금 플랜에 대한 연구(Gary Brinson, L. Randolpf Hood, and Gilbert L.Beebower, Determinants of Portfolio Preformance, Financial Analysts Journal(July~August 1986), pp.39~44.)를 살펴보자.이 연구는 각 연금 플랜의 성과에 영향을 주는 3가지 요인을 자산 배분 정책, 시장 예측, 증권 선택으로 나눠 분석했다. 여기서 자산 배분 정책이란 전체 자산을 놓고 주식과 채권 부동산 유동성 등으로 배분하는 장기적인 투자 계획을 말한다. 놀라운 것은 자산 배분 정책이 연금 플랜의 총 성과 변동에 대해 대부분이랄 수 있는 91.5%를 설명했다. 이에 비해 증권 선택이나 시장 예측 요소는 각각 변동의 4.6%와 1.8%만을 설명했을 뿐이다. 이는 자산 배분 정책이 투자 성과에 가장 중요한 결정 요인이며 시장 예측에 따라 이 상품 저 상품으로 옮겨 다니거나 어떤 투자 상품을 선택하느냐 하는 것은 투자 성과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결국 ‘부자들만의 펀드’가 바로 아름다운 꽃길로 갈 수 있는 열쇠가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사모 펀드 투자에 앞서 장기 투자 계획부터 세워야 한다. 즉 자녀 유학이라든지 편안한 노후 등과 같은 인생의 재무 계획부터 세운 다음 이에 따른 투자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 없이 그저 기대 수익률이 높다는 상품만 쫓아다니다 보면 막상 자금이 필요한 시기에 제때 돈을 쓸 수 없는 낭패를 볼 수 있다.사모 펀드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모 펀드의 특성을 명확하게 알아야 한다. 사모 펀드는 공모 펀드에 비해 투자의 제약이 거의 없는 데다 대부분의 투자자 보호 장치도 강제하고 있지 않다.중도 환매 쉽지 않아 충분한 상담 필요간접 투자 자산운용업법에 의하면 사모 펀드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환매 금지형이라도 상장 등록하지 않아도 된다 △투자설명서 제공이 생략된다 △기준가격을 매일 계산 공고하지 않아도 된다 △신탁 약관 또는 정관은 공시하지 않아도 된다 △자산운용보고서를 투자자에게 제공하지 않아도 된다 △영업보고서 및 운용 실적 공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판매 보수 및 수수료 한도가 없다 △성과 보수를 취득할 수 있다 등이다.결국 사모 펀드는 본질적으로 소수의 투자자와 펀드 운용사가 사적으로 맺은 계약의 일종이어서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률 규제를 최소화했다. 따라서 투자자는 사모 펀드 투자에 앞서 법률적으로 개인 투자자가 보호받을 수 있는 장치가 많지 않다는 점을 반드시 인식해야 할 것이다.공모 펀드가 많은 사람들이 정해진 목적지로 가는 ‘노선버스’라면 사모 펀드는 특정 소수 투자자들이 직접 정한 목적지로 가는 ‘소형 전세 버스’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사모 펀드는 투자자의 투자 성향을 반영할 수 있고 PB 전문가로부터 직접 운용 현황 등에 대해 자세히 상담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공모 펀드와 차별된다. 다른 여러 사람들의 돈과 섞이지 않고 자신에게 맞도록 운용되는 펀드를 원한다면 사모 펀드가 적격인 셈이다.하지만 사모 펀드는 규모가 작아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한계가 있다. 즉 주식 펀드는 여러 종목으로 분산 투자하기보다 일부 종목에 집중 투자할 가능성이 높다. 또 사모 펀드는 대개 중도에 환매하기가 쉽지 않다. 상품에 따라서는 장기간 자금이 묶일 수 있는 만큼 PB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할 필요가 있다.대부분의 사모 펀드가 PB센터의 PB 전문가를 통해 만들어져 판매되고 있는 만큼 믿을 수 있는 PB 전문가를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다. 사실 이 점이 사모 펀드 투자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믿을 수 있는 전문가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 역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여러 금융회사 지점을 방문해 상담 결과를 모아 보고 비교해 보는 것이다. 여러 증권사나 은행 지점을 방문해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다. 주위 사람들의 추천이나 본인이 평소 눈여겨봐 뒀던 곳도 우선 찾아본다. 이때 상담 내용을 꼼꼼히 기록해 두고 투자자 역시 투자 목적과 원하는 운용 방식 등을 충분히 이야기하면 좋다.이렇게 모은 상담 내용을 서로 비교 분석해 본다. 이때 꼭 숫자로 된 내용뿐만 아니라 상담 직원의 성실성과 느낌 등도 중요한 평가 내용이다. 일정한 수익률을 보장한다거나 이를 확언하는 태도, 투자자의 말을 잘 경청하지 않는 사람은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또 함부로 주가나 금리 등을 예측해 단기적인 신상품 가입만을 강조하는 곳도 피해야 한다.거래를 시작한 이후에도 중요하다. 주기적으로 투자자에게 판매한 상품이나 자산 구성에 대해 종합적으로 평가해 주는 전문가를 만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민주영·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 watch@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