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드라마·미술품 등 투자대상 ‘갖가지’

사모 펀드는 모으기, 만들기 나름이다. 30명 이하 범위에서 돈을 모아 어떠한 대상에도 투자할 수 있다. 오로지 투자자 마음에 달렸다. 액수, 기간 등 운용에 대한 제한도 없다. 자유롭게 펀드를 만들어 원하는 투자 대상에 자유롭게 운용한 다음 수익을 나눠 갖는다. 이런 특징 때문에 공모 펀드는 ‘기성복’, 사모 펀드는 소수 고액 투자자에게만 파는 ‘맞춤복’으로 비유하기도 한다.요즘 가장 눈길을 끄는 사모 펀드는 부동산과 실물에 투자하는 특별 자산 펀드다. 자산 가치가 저평가된 기업에 자본 참여한 뒤 기업 가치를 높인 다음 기업 주식을 되팔거나 인수·합병(M&A)의 도구로 활용하는 사모 펀드도 많지만, 대부분의 자산가들은 이색적인 투자 대상으로 눈길을 모으는 특별 자산 펀드에 관심을 두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외국계 운용사들도 특별 자산 펀드를 내놓을 수 있도록 감독 규정이 바뀌어 온갖 종류의 특별 자산 펀드들이 쏟아지고 있다. 조한조 우리투자증권 투자정보부 펀드 애널리스트는 “요즘 만들어지는 특별 자산 펀드들 중에는 주가지수 등 뚜렷한 인덱스가 없는 투자 대상이 많아 공모 방식이 아예 먹히지 않는다”면서 “사모 펀드 참여자 대부분은 고수익을 좇는 고액 자산가들로, 주로 강남 금융권 PB센터를 중심으로 자금이 모인다”고 밝혔다.돈 되는 것이면 무엇이든 OK자산운용협회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현재 자산운용사들이 운용 중인 사모 방식의 특별 자산 펀드는 130여 개에 달한다. 펀드 설정 잔액도 3669억 원(KB자산운용 ‘발해인프라투융자회사’)에서 5000만 원짜리까지 제각각이다. 참여자 성격, 투자 대상 등에 따라 제각각 다른 규모를 나타내는 게 사모 펀드의 특징이다.이들 펀드의 투자 대상은 실로 다양하다. 대학 기숙사, 선박, 고철, 태양광 에너지, 해외 부동산, 드라마·뮤지컬, 항공기, 미술품에다 한우, 삼겹살까지 있다. BTL(민간자본유치사업), SOC(사회간접자본) 등 굵직한 사회 인프라는 투자자들이 가장 눈독을 들이는 기본적인 투자 대상이다. 최근에는 탄소 물 와인 등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대상이 타깃으로 등장하고 있다. ‘돈’이 되는 대상이라면 무엇이든 사모 펀드가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색 펀드 가운데 가장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 중 하나인 한우 펀드는 마이애셋자산운용이 지난해 11월 만들었다. 상품명은 ‘마이애셋사모순한한우특별자산’. 펀드 업계 최초로 ‘생물’에 투자하는 이 펀드는 ‘좋은 송아지를 사서 키운 다음 유통사에 팔아 수익금을 분배해 준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 펀드 운용 관계자는 “한우 시장의 복잡한 유통 구조를 단순화해 좋은 육질의 고기를 좋은 가격에 공급하면서 수익을 얻는 구조”라고 말하고 “예상 수익률은 8~9%선”이라고 밝혔다.이 펀드는 송아지를 전문 사업자에게 위탁 사육한 뒤 유통 업체에 팔아 수익을 실현한다. 투자 기간은 3년. 기관과 개인 30명이 참여해 80억 원을 설정했다. 이 운용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체결로 달라진 시장 환경을 주시하면서 두 번째 상품 설정도 준비하고 있다.마이애셋은 항공기와 한류 문화 상품에 투자하는 사모 펀드도 운용 중이다. 항공기 펀드는 펀드가 항공기를 소유하고 임대를 통해 수익을 내는 게 골자다. 지난 3월 총 100억 원으로 설정됐으며, 현재 태국 항공사와 제휴해 이르면 6월부터 한국~태국 직항을 시작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펀드 역시 기관과 개인이 고루 섞여 있다. 펀드 운용 관계자는 “중고 항공기를 사서 엔진을 바꾸는 등 수리하는 단계”라면서 “구체적인 투자 대상은 태국 신설 항공사인 스카이스타에어라인”이라고 밝혔다. 항공기 펀드는 산은자산운용도 운용하고 있다.문화 상품도 사모 펀드의 중요한 투자 대상이다. 지난 2005년부터 설정 붐이 일기 시작해 현재 수십 개 펀드가 설정돼 있다. 거의 모든 자산운용사가 드라마, 영화, 뮤지컬 등 문화 콘텐츠에 투자하는 사모 펀드를 운용 중이라고 할 정도로 관심이 높다.이 가운데 가장 각광받는 분야는 드라마. 물론 한류에 힘입은 측면이 크다. 마이애셋의 ‘MBC-E&B 한류사모’는 중국에서 드라마를 찍어 중화권 시장에서 판권 수익을 노리는 펀드다. 이 회사는 뮤지컬 공연에 투자하는 특별 자산 펀드도 운용 중인데 지금까지 5개 사모 펀드가 설정돼 있으며 설정액만 100억 원을 훌쩍 넘는다. 이 밖에 현대와이즈자산운용, 굿앤리치자산운용, 골든브릿지자산운용 등도 한류를 염두에 둔 드라마 사모 펀드를 운용 중이다.미술품을 매입한 후 되파는 방법으로 수익을 올리는 ‘아트 펀드(또는 미술품 펀드)’도 눈길을 끈다. 지난해 9월 굿모닝신한증권과 표화랑이 손잡고 내놓은 75억 원 규모의 첫 번째 아트 펀드가 ‘서울명품아트사모’다. 골든브릿지도 지난 1월 한국미술투자와 손잡고 100억 원 규모의 ‘골든브릿지스타아트사모’를 내놓았다. 서울명품아트사모는 3년 반 만기로 연 10%대 목표 수익률을 제시하고 있다. 김흥수 백남준 등 국내 유명 작가와 중국 유명 화가인 위민준 등의 작품으로 포트폴리오를 짠 게 특징이다.지난 4월 증권사 투자 분석 관련 부서 담당자들이 카자흐스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우림건설이 알마티시에 짓는 중대형 아파트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서였다. 그 결과 나온 것이 현지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모 펀드. 굿모닝신한증권은 4월 말 카자흐스탄 아파트에 투자하는 ‘리치플랜사모’를 내놓았다. 운용사인 현대와이즈자산운용 관계자는 “3000가구의 아파트를 지어 1차 540가구를 분양하는데 펀드에서 91채를 통째로 산다”면서 “사전 분양을 받아 향후 분양권을 팔아 수익을 내는 방식”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카자흐스탄 부동산 시장이 폭등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먼저 분양받아 천천히 파는 게 이득”이라면서 “안정적이면서도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밝혔다.부동산 관련 사모 펀드 중에는 기숙사 등 대학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도 있다. 산은자산운용이 운용하는 400억 원 규모의 ‘산은서강사랑사모’는 서강대 내에 96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와 지하 캠퍼스 등 부대시설을 건립해 학교에 기부하는 대신 시설 운영권을 받아 운용 수입으로 펀드 원리금을 상환하는 방식이다. 산은자산운용의 ‘건대사랑사모’, 동양투신운용의 ‘강남대기숙사사모’ 등도 상품 내용이 비슷하다.고철, 태양광 에너지 등 생소한 분야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고철을 수입해 되파는 이른바 ‘고철 펀드’는 중국의 수요 급증에 따라 수익률이 훌쩍 뛰었다. 한국투신운용이 지난해 11월 선보인 ‘한국사모스틸1호’는 지금까지 연 11%에 가까운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세계의 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에서 대규모 건설 사업이 벌어지면서 고철 공급 부족 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펀드 운용 관계자는 “고철 가격이 뛰면서 은행 대출을 받아 고철을 수입해 팔아도 이윤이 남을 정도”라면서 “동유럽 철도 레일을 수거한 뒤 국내로 들여와 도매상에게 팔아 이익을 남기고 있다”고 밝혔다.이들 특별 자산에 투자하는 사모 펀드는 앞으로 종류, 규모 등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투자 리스크도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조성욱 제로인 펀드 애널리스트는 “사모 펀드는 리스크 분석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결국 ‘알 수 없는 위험’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고액 자산가들은 분산 투자 차원에서 접근할 만하지만 고위험 상품을 선호하지 않는 투자자에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