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의 프린터 기술로 국내에 도전장
렉스마크는 전 세계 프린터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는 프린터 전문 회사다. 1991년 IBM의 프린터 사업부에서 분사한 이후 오로지 프린터·복사기만을 주력으로 생산해 기업 납품 시장만 보면 HP(휴렛팩커드)를 제치고 1위를 할 정도지만 한국에서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회사다. 2004년에야 한국 법인을 등록했고 지난해 자체 브랜드로 판매를 시작해 아직 걸음마 단계다.“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입니다만 누가 승자가 될지는 아무도 알 수 없죠.” 한국렉스마크 정영학 대표는 현재 회사가 처한 상황을 이렇게 보고 있다. 매출 약 1조 원에 20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한국HP가 골리앗이라면, 직원 50명의 한국렉스마크는 다윗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 대표는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포부를 당당히 밝히고 있다.“아마 HP가 지금 가장 경계하는 회사가 렉스마크가 아닐까요.”정 대표가 이렇게 자신하는 이유는 렉스마크가 프린터, 복사기 전문 업체로 독보적인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잠재력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HP의 잉크젯 프린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레이저 프린터는 자체 엔진이 없어서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굴지의 삼성전자도 잉크젯 프린터의 자체 엔진이 없어 HP의 것을 사용하고 있을 정도로 프린터의 핵심 엔진은 쉽게 따라잡기 힘든 기술이다. 예전 렉스마크의 엔진 기술을 이용하던 삼성전자가 기술 이전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HP로 납품 업체를 옮겼다는 에피소드도 있다. 렉스마크는 현재 신도리코의 제품의 일부, 삼보컴퓨터 드림콤보 올인원 복합기, IBM의 모든 프린터를 OEM으로 생산하고 있다.현재 프린터 업계를 주름잡고 있는 현역 경영인들은 과거 정 대표와 함께 일했던 동료들이라는 독특한 인연이 있다. 정 대표는 1994년 한국HP에서 유닉스(Unix) 사업부의 마케팅 업무를 시작으로 정보기술(IT) 업계에 발을 들였다. 당시 한국HP의 유닉스 사업부는 연간 200~300%의 성장률을 보였고, 한국은 HP가 전 세계에서 IBM의 매출을 따라잡은 유일한 국가이기도 했다. 이때 함께 유닉스사업부를 이끌었던 이들이 현재 한국HP 프린터 영업부의 조태원 부사장, 한국엡손의 박명철 전무다.한양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정 대표는 한국의 빌 게이츠를 꿈꾸며 미국으로 건너가 컴퓨터의 핵심 로직인 병렬처리를 전공했다. 이후 로스앤젤레스에서 PC숍을 내고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기도 했지만 경험 미숙과 학교 수업 병행이라는 우선순위에 밀려 사업을 접어야 했다. 이후 한국HP에 입사해 유닉스 총괄 매니저를 지냈고, 2000년에는 영상 보안 업체에서 잠시 벤처의 꿈을 키우다 회사가 6개월 만에 사업을 접으면서 ‘벤처 거품’을 경험하기도 했다.이후 세계적인 통신 업체 시스코의 한국법인과 프랑스의 통신장비 업체인 알카텔 한국법인에서 영업을 했다. 지난해 9월 사표를 쓰고 미국에서 개인 사업을 구상하던 중 렉스마크로부터 제안을 받았다.“알려지지 않은 작은 회사에서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선뜻 렉스마크 대표직을 맡게 된 이유였다.취임한 지 6개월이 갓 지났지만 정 대표는 그동안 컴퓨터OS, 보안 업체, 통신 업체를 두루 거친 경험이 렉스마크에서 꽃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최근 프린터·복사기 등이 단순히 출력에 그치지 않고 네트워크와 문서 보안의 핵심 허브로 떠오르고 있어 그간의 다양한 경험을 잘 살린다면 승산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약력: 1961년 출생. 89년 서던 캘리포니아대 컴퓨터공학 석사. 94년 한국HP 입사. 2000년 성진C&C,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 04년 알카텔코리아. 06년 한국렉스마크 대표이사(현).©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