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로 부활한 홍콩무술

국내 영화팬들에게는 ‘홍콩 액션 영화’라는 암묵적 동의어가 있다. 저 멀리 왕우부터 이소룡과 청룽을 지나 리롄제에 이르기까지, 그것은 주로 남성 관객들이 열광하는 한국 극장가의 대표적 흥행 장르 중 하나였다. 그런데 위안허핑 위안쿠이 등 홍콩영화의 ‘대가’ 무술감독들이 하나 둘 할리우드에 진출하면서 정작 홍콩 본토의 액션 영화 장르는 그 힘을 잃어갔다.그와 동시에 액션 영화로 뜬 곳은 바로 태국과 프랑스다. 태국은 ‘토니 자’로 대표되는 〈옹박〉(2003)이 거센 열풍을 일으켰고, 프랑스 역시 최근 〈트랜스포터〉(2002)나 〈13구역〉(2004) 등을 통해 홍콩 못지않은 무술 실력을 뽐냈다. 한국에서도 류승완 감독의 〈짝패〉(2006)로 대표되는 토종 액션 영화가 독보적인 장르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용호문〉은 바로 이 새로운 경쟁자들에게 던지는 ‘종가’의 자존심 회복 선언이다. 무술감독이자 주연배우인 전쯔단은 바로 리롄제의 대를 잇는 정통 권격 스타라 할 수 있다. 그 누구도 따라하기 힘든 빠르고 경쾌한 액션 스타일은 그만의 장기다. 〈용호문〉은 바로 그 전쯔단의 모든 것이 담긴 영화다.‘용호문’은 범죄가 횡행하는 혼란스러운 세상을 바로잡으려 세워졌다. 창립자인 왕복호의 두 아들 왕소룡(전쯔단 분)과 왕소호(셰팅펑 분)는 부지런히 무예를 익히지만, 형 소룡은 용호문을 떠나 한 범죄조직 보스(천관타이 분)에 의해 길러진다. 세월이 흘러 전 세계를 돌며 무예를 익힌 쌍절곤의 고수 석흑룡(위윈러 분)이 용호문의 가르침을 받고자 입문하고 왕소호와 우정을 나눈다. 하지만 소호는 10여년 만에 만난 형이 범죄조직에서 활동한다는 사실을 알고 실의에 빠진다. 소룡 역시 용호문으로 돌아가길 원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다. 그래도 피는 물보다 진한 법. 거대 범죄조직 나찰문의 보스 화운사신이 용호문을 위협하면서 소룡과 소호, 흑룡은 힘을 합쳐 대항한다.〈용호문〉은 바로 중화권 무협 만화의 거장 황위랑 작가의 동명 대표작을 영화화한 것이다. 예웨이신 감독은 현재까지도 연재 중인 이 방대한 스토리를 형제의 우애로 풀어냈다. 또한 원작의 만화적 요소가 소위 ‘리얼 액션’의 대가 전쯔단과 만나면서 숨 가쁘게 몰아치는 액션의 호흡을 보여준다. 무협 만화의 영화화라는 점에서 과거 류웨이장 감독의 〈풍운〉(1998)이 과도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국내 관객들과 쉽게 조응하지 못했던 점을 떠올려보면 이는 멋진 선택이다.영화는 식당에서 펼쳐지는 초반부 액션 신부터 거침이 없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빌〉(2003)을 연상시키는 2층 구조의 식당에서 수십 명의 적들을 추풍낙엽처럼 처치해 나가는 전쯔단의 스피드는, 그 현란한 타격음과 함께 우리가 그동안 잊고 있던 홍콩 권격 영화의 아련한 향수를 되살린다. q주성철·필름2.0 기자 kinoeye@film2.co.kr개봉영화▶못 말리는 결혼부동산계의 큰 손 심말년 여사(김수미 분)의 아들 왕기백(하석진 분)과, 풍수지리가 박지만(임채무 분)의 딸 은효(유진 분)는 우연한 만남 후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골프장 건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심 여사에게는 골칫거리가 하나 있었으니, 죽어도 땅을 팔지 않겠다는 고집불통 땅 주인 박지만이다.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선생 김봉두〉의 조감독을 거친 김성욱 감독의 데뷔작.▶내일의 기억유명한 광고회사에 다니는 사에키(와타나베 겐 분)는 남부러울 것 없는 남자다. 그런데 그에게 갑자기 이상한 일들이 일어난다. 입사 이후 처음으로 회의시간에 늦고, 유명 배우의 이름도 생각나지 않고, 매일 운전해서 다니던 도로들이 생소하게 다가온다. 바로 알츠하이머병에 걸린 것이다. 와타나베 겐은 〈라스트 사무라이〉 〈게이샤의 추억〉 등의 영화로 현재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남자 배우다. 감독 쓰쓰미 유키히코. 출연 와타나베 겐, 히구치 가나코, 후키이시 가즈에.▶경의선지하철 기관사 만수(김강우 분)는 예기치 못한 열차 투신자살 사건으로 큰 충격과 혼란에 빠진 뒤 특별 휴가를 받고서 경의선 기차에 오른다. 한편, 같은 과 교수로 재직 중인 대학 선배와 위태로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대학 강사 한나(손태영 분)는 생일을 맞아 그와 함께 떠나려던 여행이 뜻밖의 사건으로 조각나 버리자 역시 큰 충격을 받는다. 한나는 경의선 기차에 오르고 만수를 만나게 된다. 〈역전의 명수〉로 데뷔한 박흥식 감독의 색다른 멜로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