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금 50만 원 들고 사업 뛰어들어

옷 좀 입는다는 남자들은 쇼핑몰 즐겨찾기 목록에 ‘후즈(WHO-Z)’를 리스트 업 한다. 클릭비 출신의 방송인 김상혁(25)이 운영하는 후즈는 2004년 여름 오픈한 인터넷 쇼핑몰로 남자들을 위한 옷과 가방 신발 등의 액세서리를 판매한다. 최근 연예인들의 인터넷 쇼핑몰이 붐을 이루고 있지만 이 당시만 해도 인터넷 쇼핑몰이 한창 활성화 단계에 접어들던 시점으로, 쇼핑몰을 운영하는 연예인들이 거의 없었다. 연예인이 운영하는 인터넷 쇼핑몰의 원조격인 셈이다.쇼핑몰을 시작하게 된 동기는 보통 연예인들과 다르지 않다. 옷 좋아하고 옷 잘 입으니 팬들이 항상 그의 스타일에 궁금해 했고 주변에 쇼핑몰과 의류 사업에 종사하는 지인들이 있으니 쇼핑몰 창업에 필요한 기본 필요충분조건이 갖춰진 셈이었다. 친형에게 사업을 제안, 형제가 의기투합해 달랑 50만 원을 들고 시작한 사업이다.“서너 달 정도 준비해 시작했어요. 옷만 알았지 쇼핑몰이나 사업에 관해서는 정말 너무 몰랐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많이 헤맸죠. 초기 멤버는 저를 포함해 4명, 사무실도 없었고 주로 우리 집에 모여 일을 했어요. 워낙 자본금이 적었으니 뭐 손해랄 것도 없었죠. 오픈 후 한 2년 정도는 버는 돈이 없었다고 보면 돼요. 그러면서 쇼핑몰과 사업에 대해 배워나갔어요.”사업이야 돈 벌자고 하는 것인데 2년이나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쇼핑몰을 운영해 온 게 신기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동업자이자 형인 김상만 씨는 이렇게 말한다.“아무리 적은 돈으로 시작했다고 해도 상혁이 이름 걸고 시작한 일이잖아요. 사업이 잘 안된다고 그냥 접을 수는 없었죠. 멤버들도 모두 이에 동의했어요. 우리는 팀워크가 워낙 좋거든요. 상혁이를 구심점으로 끈끈하게 맺어져 있었기에 오랫동안 버틸 수 있었죠. 시간이 지날수록 승산이 있는 일이라는 감이 오더라고요. 안 되는 일이 아니라 우리가 못하는 거였죠.”젊은 패기·차별화된 아이템으로 ‘홈런’몸으로 뛰며 사업에 필요한 시스템과 노하우를 배워 나갔다. 이 과정을 통해 자본금 50만 원으로 시작한 후즈는 현재 하루 매출 1500만 원 정도를 기록하는 탄탄한 인터넷 쇼핑몰로 성장했다. 연예인이라는 덕을 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대놓고 홍보하지도 않았다. 방송에 출연해 재미난 얘기를 하거나 이슈가 되는 프로에 출연할 때 인터넷에 ‘김상혁’이라는 이름을 검색하면 후즈가 동시에 나오니, ‘이게 뭔가’ 궁금한 마음에 한 번씩 들어가 보면서 자연스럽게 홍보가 됐다. 그러나 김상혁이 하는 홍보보다 중요한 후즈의 성공 비결은 일단 한 번 들어온 손님이 사이트를 쉽게 나가지 못하게 잡아둔 데 있었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질 좋은 제품이었다.후즈는 아이템에 있어 다른 인터넷 쇼핑몰과 차별화된다. 필리핀 싱가포르 영국 등지에서 직접 들여온 제품들을 판매한다. 우리나라에 정식으로 판매되지 않는 미유통 브랜드와 리바이스나 아디다스 등의 제품이 주력 상품이다. 국내에 판매되는 제품은 소비자가보다 30% 정도 저렴하다. 물론 후즈도 처음에는 동대문 제품을 판매했다.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다른 사이트들과 제품이 겹치며 경쟁력이 떨어지고 결국 가격 싸움이 돼버렸다. 게다가 제품의 구색을 맞추다보니 김상혁의 이미지와 맞지 않는 제품들을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후즈의 이미지와 스타일을 고수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이 해외에서 제품을 구입해 판매하는 것이었다.“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해외 출장을 가 각 브랜드의 아이템과 전체적인 분위기를 점검합니다. 각국의 슈퍼바이저들이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샘플 사진을 찍어 보내주세요. 그걸 보고 직접 샘플을 받아볼 제품을 결정하죠. 제품이 도착하면 실제로 입어보고 체크한 다음 시장성이 있는 것들을 추려 구매를 부탁합니다. 이렇게 구입한 제품들을 사이트에 올려 판매하는 겁니다.”미유통 브랜드에, 디자인당 기본 50벌 정도, 많아도 100벌을 넘기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남들과 다른, 새로운 디자인의 옷을 원하는 20대들에게 반응이 좋다. “품절되면 재입고가 힘드니 마음에 들면 일단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브랜드 제품이니 퀄리티는 보장된 상태, 가격 경쟁력까지 갖췄다. 그러다보니 입소문을 듣고 들어온 손님들을 고정 고객으로 확보하기 쉽다. 현재 60~70% 정도가 단골손님일 정도.동년배의 취향과 기호를 제대로 파악하기 때문에 제품 자체가 불량이 아닌 경우 재고가 거의 없다. 옷 보는 눈, 옷 입는 스타일이 남다른 편. 그가 먼저 따지는 것은 브랜드보다 디자인이다. “요즘 제 또래의 고객들은 브랜드보다 디자인을 먼저 봐요. 유명 브랜드 제품이라도 예쁘지 않으면 사지 않아요. 당연한 일이죠. 따라서 제품을 가져올 때도 디자인을 가장 먼저 봐요. 다음은 미유통 브랜드인가를 살피죠. 아무래도 희소성과 소장 가치가 있기 때문에 미유통 브랜드가 반응이 좋은 편이니까요. 브랜드 이미지까지 고려해 제품을 구입합니다. 다년간의 노하우로 판매자의 입장이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내가 입고 싶은 옷’을 고르면 고객들에게도 반응이 좋더라고요.”정기적 해외출장으로 업계 흐름 살펴현재 직원은 10명 정도. 20대 중반 또래로 구성돼 있다. 젊고 감각적인 구성원들의 분위기는 인터넷 쇼핑몰에도 그대로 묻어난다. “옷만 사러 들어오면 재미없잖아요.” 옷 사러 들어오는 쇼핑몰이니 옷만 예쁘면 되는 거 아닌가. “우리 쇼핑몰에 들어오면 재미를 느낄 수 있어요.” 맞다. 후즈에는 옷 말고도 볼거리가 곳곳에 숨어 있었다. 웹진에는 외국 출장 시 찍은 풍경 사진이 현장감 있게 담겨 있고 회원들 간 직거래 장터도 있다. 멤버스 갤러리와 후즈 갤러리까지 돌아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회원가입’에 클릭하게 된다. 개성 강하고 트렌디한 문화를 즐기는 후즈 멤버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후즈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 그렇기 때문에 옷만 쭉 나열돼 있는 사이트를 지양한다.“처음 후즈는 포털 인터넷 쇼핑몰로 기획했어요. 옷도 팔고 핸드폰도 팔고 한쪽 구석에는 꽃바구니도 있었을 정도죠. 너무 몰랐으니까(웃음)…. 그러다 우리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으로 아이템을 정리해 남자 옷을 판매하게 된 거죠. 그런데 사실 아직 그때의 꿈을 버리지 못했어요. 그때 막연하게 구상했던 포털 쇼핑몰이 커뮤니티라는 새로운 형식으로 변형된 것이죠. 같은 생각과 문화를 공유하는 사람들의 ‘닷컴(.com)’을 만들고 싶어요. 옷을 통해 우리의 문화와 생각,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이고 그 스타일에 공감하는 분들이 우리 쇼핑몰을 사랑해 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옷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 소통하는 거라고 말하면 너무 거창한가요?”이를 위해 오픈 이후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회원들과 만난다. 2004, 2005년에는 ‘후즈 파티’를 기획, 후즈를 알리는 동시에 회원들과 호흡하는 행사를 가졌고 작년에는 VIP 손님들과 함께 송년 파티를 열었다.강수정 객원기자 firstline01@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