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혜택 타고 ‘훨훨’…고수익 기대 ‘금물’

최근 출시된 ‘정크본드(Junk bond) 펀드’가 분리 과세 혜택에 힘입어 투자자들의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정크본드 펀드란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이 발행한 투자 부적격 채권이나 어음에 투자하는 펀드로 ‘고수익 고위험 펀드’ 혹은 ‘하이일드 펀드’라고도 불린다. 이들은 올해 설정된 펀드로 이름에 ‘고수익 고위험’이나 ‘분리 과세’라는 말이 붙어 있다. 고수익이라고는 하지만 펀드 자산의 대부분을 국공채 등 안정성이 높은 우량 채권에 투자하고 있는 만큼 지나치게 높은 수익을 기대하는 것은 금물이다.1억 원까지 세율 6.4% 불과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설정된 정크본드 펀드는 4월 25일 현재 총 20개로 4183억 원어치가 판매됐다. 이처럼 짧은 기간 많은 자금이 몰린 것은 낮은 세율의 분리 과세 메리트가 절세에 관심이 높은 고액 투자자들에게 어필했기 때문이다.정크본드 펀드는 정부가 회사채 시장을 다양화하고 중소기업을 지원한다는 취지로 지난 3월 초 도입했다. 이미 비슷한 유형의 펀드가 지난 2000년, 2001년에도 일정 기간 판매된 적이 있는데 이는 당시 은행이나 자산운용사들이 보유하고 있던 부실 채권을 해소할 목적이었다는 점에서 다르다. 하지만 상품구조나 세제와 관련된 부분은 매우 유사하다.최근 설정된 정크본드 펀드는 펀드 자산의 60% 이상을 국공채 및 회사채에 투자하는데, 특히 10% 이상의 자산을 투자 부적격 채권이나 어음, 즉 채권은 신용등급 BB에서 C등급, 어음은 B등급과 C등급에 투자한다. 가장 낮은 신용등급인 D등급만 제외해 투자 가능한 투기 등급의 범위를 넓혔다. 과거 정크본드 펀드의 투자 가능한 채권과 어음은 B등급까지였다.그렇다면 정크본드 펀드의 세제 혜택은 얼마나 될까. 정크본드 펀드에 1년 이상 3년 이하 동안 투자하면 1인당 1억 원까지 6.4%의 낮은 세금만 내면 된다. 반면 다른 채권 펀드는 총 15.4%의 세금을 내야 한다. 또 금융 소득이 4000만 원이 넘으면 훨씬 높은 세율을 적용받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되지만 정크본드 펀드에 가입한 자금에 대해서는 최장 3년까지 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예를 들어 종합과세 대상이 되는 투자자가 1년간 1억 원을 정크본드 펀드에 가입해 5.5% 정도의 수익이 났다면 일반 채권 펀드에 가입했을 때보다 적게는 122만 원에서 많게는 177만 원까지 세금이 절감되는 효과(우리CS자산운용 자료)를 기대할 수 있다.정크본드 펀드가 설정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지금까지의 수익률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 회사채 금리의 지표로 쓰이는 AA- 등급(3년 만기)의 채권 금리는 5.36%(4월 24일 기준)이지만 정크본드의 금리는 공식적인 수치가 없다. 시장에서는 대략 9.4~9.8% 선으로 추정하고 있다. 만약 정크본드 펀드가 3년 만기 BB+채권에 20% 정도 투자했다면 이론적으로 적격 등급 채권 펀드보다 1%포인트 높은 6%대 수익률이 나온다. 지난 2000과 2001년에 설정됐던 정크본드 펀드의 최근 1년간 평균 수익률은 6.15%로 나타났으며 최근 2년, 3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각각 7.79%, 6.85% 정도로 집계됐다.정크본드 펀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크본드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할 때는 채권의 원금과 이자를 제대로 갚을 수 있느냐 하는 상환 능력에 따라 신용평가 회사로부터 등급을 받게 된다. 이때 등급은 A에서부터 D까지 알파벳 순서로 매기는데 최고 등급인 AAA에서부터 BBB등급까지는 투자 적격 등급으로, BB부터 C등급까지는 투기 등급(정크본드)으로 구분한다.분산 투자 차원 접근 바람직가장 하위 등급인 D등급은 기업의 부도나 화의 등으로 원금과 이자를 갚을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이번 정크본드 펀드는 BB에서 C등급까지의 투기 등급 채권에 펀드 자산의 10% 이상을 투자한다. BB 등급은 원금과 이자 지급 능력에 대해 당장 문제는 없지만 장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채권을 말한다. 투자 가능 채권 중 가장 낮은 단계인 C등급은 채무 불이행 위험성이 높고 원리금 상환 능력이 전혀 없는 채권으로 정의된다. 결국 정크본드란 경우에 따라 원금과 이자를 받지 못할 수 있는 위험이 매우 높은 채권이라고 할 수 있다.그렇다면 정크본드 펀드에 투자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투자 위험을 따져보자. 우선 앞서 설명했듯이 정크본드의 특성상 발행기업들의 재무 상황이 악화되거나 부도 등으로 인해 원리금 지급이 제때 이뤄지지 못할 위험이 크다. 이 때문에 정크본드 펀드의 원금 손실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과거 대우 채권과 같이 원금의 일부분만 돌려받게 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둘째, 펀드 자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수 있다. 투자한 정크본드에 지급 불능 사유가 생기면 바로 펀드 환매가 중지되며 향후 대책 등을 결정하기 위한 수익자 총회 등을 거치게 된다. 상당 기간 ‘불쾌한 상황’을 겪어야 하는 것이다. 특히 외국과 달리 문제가 된 채권을 싸게라도 팔 수 있는 시장이 없기 때문에 펀드에서 자금을 찾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거나 아예 일부 자금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셋째, 투자할 정크본드 물량이 많지 않다. 회사채 시장의 투자 등급 채권 발행 잔액이 1조 원을 하회하고 있으며 지난 2004년 이후 3년 동안 회사채 발행액의 1.91%에 불과하다. 따라서 투자할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 이럴 경우 기대할 수 있는 수익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아직까지는 정크본드 펀드의 판매가 어느 정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회사채 시장 규모가 아직 작을 뿐더러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세제 혜택을 일정 기간 부여한다고 해서 회사채 시장이 커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채권 신용 분석의 역량 강화, 부도 채권의 사후 리스크 관리 확충, 신용파생상품의 도입, 정크본드 펀드의 대형화 및 장기화 등이 함께 이뤄질 때 회사채 시장이 발전할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정크본드 펀드도 유용한 투자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그렇다면 정크본드 펀드에 투자할 때 어떤 점에 유의해야 할까. 첫째, 펀드에 따라 투자 대상이 다르다는 점이다. 투기 등급 채권 이외에 부도 시 채무 변제 순위가 일반 채권보다 뒤지는 후순위 채권에 투자하기도 하며 공모주 등에 일부 투자하는 상품도 있다. 따라서 투자설명서나 약관 등을 통해 투자하려는 펀드가 어떤 자산에 투자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둘째, 정크본드 펀드의 성패는 어떤 정크본드를 편입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시장에 물량이 충분하지 않은 정크본드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규모가 돼야 하며 회사채에 대한 분석 능력도 갖춰야 한다. 따라서 펀드를 운용하는 회사가 충분한 전문 인력을 갖추고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셋째, 최근 기업들의 부도 위험이 상당히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정크본드 펀드는 어디까지나 투자 부적격 등급의 회사채에 투자하는 만큼 여느 펀드보다 투자 위험이 높다. 따라서 다른 주식 펀드나 채권 펀드들과 함께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위험 분산 차원에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민주영·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 수석연구원watch@miraeasset.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