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이 4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했다. 또 실질소득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민간 소비 등 내수는 비교적 호조를 보였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자료에 나타난 결과다.1분기 실질 GDP는 지난해 4분기와 같은 수준인 전 분기 대비 0.9%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년 동기와 비교할 때는 4.0% 오른 수치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1분기에 경기 저점을 통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민간 소비와 실질 투자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1분기 민간 소비는 1.3% 증가해 지난해 2분기 이후 3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설비 투자 성적표도 좋게 나왔다.전 분기에 비해 무려 4.0%나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5년 4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건설 투자 역시 1.2% 증가했다. 신도시 건설 등이 본격화된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서비스업 뚜렷한 회복세 나타내이에 비해 제조업 생산은 전년 대비 0.8% 감소했다. 반도체와 영상음향통신 등 정보기술(IT) 산업의 전반적인 부진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결과는 기업들이 재고를 줄이는 과정에서 빚어진 현상으로 파악하고 있고, 2분기부터는 생산이 증가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서비스업은 회복세가 뚜렷했다. 운수창고와 통신업 금융보험업 등의 증가세가 확대되며 1.2%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특히 운수창고와 통신은 지난해 1% 안팎의 성장세를 유지하다가 이번에 2.2%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보험 역시 2.2%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서비스 업종 가운데도 일부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은 전분기 대비 0.9% 증가하는 데 그쳤다.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지만 전체적으로 만족스럽지는 않은 결과다.교역 악화로 국내총소득(GDI)은 오히려 0.7% 감소했다. 전 분기 유가 하락과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교역 조건이 크게 개선돼 GDI가 2.6% 증가했던 것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1분기 GDI는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3.4% 늘었다. 한국은행은 “올해 전체적으로는 GDI가 전년 대비 3.5~3.6%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반도체 가격이 회복세를 보일 경우 교역 조건이 개선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 것이다.그렇다면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언제쯤 나아질까. 수치상으로 좋아졌다고 만족할 수 없고, 아직은 경기가 나아졌다고 느끼는 국민들이 거의 없다는 점을 감안할 때 관심이 가는 대목이다.한국은행 역시 아직은 피부로 느껴지는 부분이 별로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관계자는 “고용 여건이 나아지지 않은 데다 구조조정 국면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하반기에 경기가 계속 호전되고 일자리가 늘어날 경우 체감 경기도 나아질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삼성경제연구소 등 대부분의 연구기관들은 경기 흐름이 1분기에 바닥을 다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다만 앞으로 주변 여건상 회복 속도가 빠르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구체적으로는 과다한 가계 부채와 아직도 꽁꽁 얼어붙어 있는 고용 시장이 경기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 활성화나 내수 경기 진작이 쉽지 않은 까닭이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문제, 중국의 긴축 가능성 등 대외적인 불안 요인이 수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