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은 유명 관광지에서도 통용되는 말이다. 주5일 근무제 실시 이후 그 어느 때보다 주말여행이 활성화되고 국민의 여가 활동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광 수요에 발맞춰 한 해에 전국에서 개최되는 지자체 축제가 1200여 개에 이르지만 관광객들의 만족도는 높지 않다. 인기 드라마 촬영지는 드라마 종영과 함께 방문객이 급감해 드라마 세트장 유지비에 세금을 낭비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이쯤 되면 고민이 생기게 마련이다. 지역 축제 활성화는 요원하고 대규모 드라마 촬영지를 이용해 테마파크를 추진하지만 관광 명소로서의 생명력이 길지 않기 때문이다. 이와 반대로 생명력이 길고, 성지 순례지처럼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고 찾아가는 곳은 어디일까.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 남쪽에 있는, 120년 역사의 알스미어(Aalsmeer) 꽃시장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재래시장이다. 전자 경매를 실시하는 알스미어 꽃시장에서 경매된 생화의 약 90%가 수출된다. 관광 상품으로 개발된 이 경매시장의 체험에 1인당 4.5유로를 내는 데도 하루 7000~8000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다. 관광 상품으로 개발된 경매시장 체험이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는 것이다.네덜란드까지 가지 않더라도 지역의 특색을 살려 전국적인 명물로 관광산업에 활력을 가져온 국내 사례도 많다.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 크기의 어시장인 포항의 죽도시장, 한국 최대의 어패류 전문 시장인 부산의 자갈치 시장, 영덕의 게 시장, 하동의 화개장터가 그곳이다. 누구나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재래시장과 이곳을 꾸준히 찾는 이들은 관광의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필자가 태어나 살고 있는 제주에도 재래시장과 오일장이 남아 있다. 제주 청정자원의 집결지이면서 특산품마다 특별자치도민의 정이 서려 있는 곳이다. 관광객들은 관광지에서 이국땅인양 낯설어 하다가도 생동감 넘치는 재래시장을 보면 왠지 익숙해지는 기분과 함께 그들의 정서에 곧잘 동화된다. 바로 재래시장의 ‘가치’다.제주특별자치도를 국제자유도시로 개발하기 위해 출범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는 제주의 재래시장과 오일장이 무한한 가치가 있는 관광 자원임을 인식하고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상품권 구매로 제주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또한 알스미어 꽃시장이 관광객들에게 보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꽃들을 경매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도입함으로써 거둬들이는 관광 수입에도 주목하고 있다. 전통을 지키면서 주어진 자산을 어떻게 활용해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는지 천혜의 관광 자원만을 내세우는 제주 관광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제주에도 앞서 말한 재래시장을 비롯해 현무암으로 형성된 돌담을 모두 이으면 만리(萬里)가 되는 흑룡만리, 제주 특유의 풍속 및 신화 등 활용할 수 있는 자원들이 많다.한편 관광객들이 직접 체험하면서 제주 및 한반도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제주신화역사공원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우리의 신화와 역사 속의 대표적인 이야기들을 선정하고 이를 토대로 실내형 놀이시설을 구성, 관광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테마파크다. 이 외에도 영화 테마파크, 국제 문화 공원이 함께 조성돼 세계인이 호흡할 수 있는 테마파크로 국제자유도시에 걸맞은 관광객 유치에 만전을 기할 예정이다.세계관광기구는 2010년 세계 관광 인구가 10억 명, 2020년에는 15억6000만 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본다. 우리의 정서를 덤으로 얹어주는 재래시장을 특화하고 세계인이 체험할 수 있는 우리 문화 테마파크로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관광 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세계 관광인이 대한민국으로 발길을 돌릴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할 때다.김경택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1955년 제주 출생. 75년 고려대 농학과 졸업. 79년 성균관대 경제학 석사. 86년 미 오하이오주립대 경제학 박사. 88~2006년 9월 제주대 교수. 03년 3월~04년 5월 제주도 정무부지사. 06년 9월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이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