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폭락은 없다’…강남 5~10% 하락

‘불패’ 신화를 이어가던 강남 지역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일부 재건축 단지는 1~2개월 사이에 20%나 가격이 떨어지기도 했다. 이 현상을 어떻게 봐야 할까. 일본과 같은 부동산 대폭락이 시작된 것일까. 전문가들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은다. 우려할 만한 수준의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한경비즈니스〉가 부동산 전문가 6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긴급 설문 조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이 단기적으로 하락한 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3명). 2명의 전문가는 단기적 하락 후에 재상승할 것으로 내다봤고 하락 폭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안명숙 우리은행 PB사업단 부동산팀장은 “현재의 부동산 가격 하락은 정부의 정책 등 시장 외적인 요인 때문이었으며 수급 불균형이라는 시장의 구조는 그대로”라며 “정부 정책의 변화가 없더라도 시장이 정부의 규제 정책에 적응하면 다시 활력이 돌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강북 뉴타운 가격 하락 없을 것’정부 정책이 시장을 위축시키고, 이로 인해 가격이 내림세로 돌아섰다는 데엔 이견이 없다. 그렇다면 가장 강력한 정책은 무엇이었을까. 전문가 전원이 ‘대출 규제’라고 답했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비롯한 세금 부담, 분양가 상한제 등 정책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돈줄을 묶은 게 유효했다는 지적이다.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아파트 가격은 소득 수준과의 접점에서 결정되는데 종전까지는 대출이 쉬워 소득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아파트를 구입하는 ‘과잉 수요’가 만연했다”며 “현재의 가격 하락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 소득 요인이 개입된 대출 규제로 인한 수요 감소의 영향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소장은 “정부 정책의 변화가 없는 한 아파트 가격은 중장기적으로 소득 대비 적정한 수준까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렇다면 집값 하락 폭이 가장 클 지역은어디일까. 6인의 전문가 중 4인이 ‘버블세븐’ 지역을 꼽았다. 이유는 단순명쾌하다. ‘산이 높은 만큼 골이 깊다’는 것이다. 내재 가치를 초과할 정도로 가격이 올랐으니 그만큼 많이 빠지지 않겠느냐는 분석이다. 매수세가 강하다면 추가 상승을 점칠 수도 있겠지만 이를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이다.박원갑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은 “강남권을 비롯한 버블세븐 지역은 대출 규제와 종부세 등 악재가 겹쳐 있는 상태”라며 “소득 증빙이 어려운 자영업자에까지 DTI가 적용되면서 이들의 시장 참여가 막혀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며 재상승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다른 의견도 있다. 안명숙 팀장은 뉴타운을 제외한 강북 지역의 하락세가 클 것이라고 판단한다. 지난해 말부터 이 지역 아파트 가격이 급상승했지만 수요 요인이 컸다기보다 대체 투자 차원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안 팀장은 “대출 규제가 지금보다 완화되고 강북 지역 외에 보다 매력적인 투자처가 생긴다면 이 지역의 투자금은 빠른 속도로 이탈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지역별로 하락 폭을 전망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한다. 고 대표는 “같은 지역이라도 차별화가 심할 것”이라며 “정부의 규제 정책과 분양가 상한제 등의 이유로 재건축, 재개발 대상 아파트의 하락 폭이 클 것”이라고 예상했다.아파트 가격 하락의 가장 큰 이유가 대출 규제라면 향후 가격 변동의 키는 정부 정책의 변화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시장 자체의 힘으로도 가격 변화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일단 7월까지 추가 하락이 예상되지만 시장이 바닥을 확인하는 8~9월이 되면 매수세가 서서히 돌아올 것”이라며 “하지만 가격이 급상승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내다봤다.전문가들이 시장 자체의 힘을 강조하는 데엔 ‘수급 불균형’이라는 한국 부동산 시장의 근원적인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되기 힘들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정부가 공급 확대 정책을 시행할 계획이지만 수요를 만족시킬 만한 수준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과열됐던 부동산 시장에서 거품이 제거되는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문제는 속도와 폭이다. 우리 경제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폭락한다면 그 후폭풍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하지만 폭락은 없을 것이며 연착륙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현재 가격이 빠르게 빠지고 있는 강남 지역의 하락 폭도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전문가들이 예상하는 강남 지역 하락 폭은 5~10% 정도다. 재건축 대상 물량은 20% 이상까지도 가격이 하락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5% 내외에서 조정이 마무리될 것이란 분석이다.이와 관련, 안명숙 팀장은 “강남 지역은 강동 송파 강남 순으로 정부 정책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크다”며 “강남구의 기존 주민들은 소득이 높아 대출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출 규제의 영향이 적지만 신규 입주자 비중이 높은 강동과 송파는 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낙폭 큰 급매물 노려라’비강남 지역의 하락 폭은 강남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됐다. 1~5% 사이에서 조정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말 급상승하기는 했지만 거품이 끼었다고 할 정도는 아닌 데다 워낙 개발 호재가 많아 오히려 추가 상승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김선덕 소장은 “비강남권은 철저한 재료 시장인데 이 지역엔 뉴타운 등 개발 호재가 수두룩하다”며 “대출이 규제되고 있지만 시중의 유동자금이 여전히 풍부해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다만 강남 지역 가격이 빠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김 소장은 덧붙였다.가격 변동이 심할 때 내 집 마련의 시기를 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가격이 떨어질 때 집을 사는 것은 어리석은 결정임이 분명하지만 언제 오를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망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다.박상언 대표는 오는 7~8월을 권했다. 가을철 이사 시즌인 9월 이전에 내 집 마련에 도전하라는 것. 고종완 대표는 올해 이후를 추천했다. 다만 시세보다 10% 이상 저렴한 매물은 언제 매수해도 괜찮다는 의견이다. 박원갑 소장은 5월 말 이전에 종부세 회피를 위한 급매물을 노리라는 것. 아파트 가격이 정점에 도달했던 지난해 말 대비 15~20% 싼 매물을 찾으라고 박 소장은 권했다. 안명숙 팀장은 시장이 안정되는 올 연말을 염두에 두라고 조언했다.그렇다면 어떤 매물이 유망할까. 이에 대해서도 일치된 의견은 없었다. 김선덕 소장은 수도권과 신도시의 신규 물량을 잡으라고 권했다. 서울에서 30~40분 거리의 미분양 물량도 유망하다고 김 소장은 덧붙였다. 박원갑 소장은 강남의 압구정동과 개포동 아파트, 용인과 수원의 아파트를 주시하라고 조언했다.안명숙 팀장은 9호선과 관련된 호재 지역을 추천했다. 박상언 대표는 강동구 명일동, 고양시 행신동, 경기도 광주시 태전동 일대의 아파트를 추천했다. 명일동은 명문 학군이 있으면서도 저평가된 지역이고 행신동은 서울에서 일산보다 가까우면서도 50%나 저렴하고 태전동은 분당에 근접한 데다 그 일대에 분양 예정인 아파트가 풍부하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