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물가·집값 뜀박질… ‘거품 터질라’

인도 경제에 과열 경고음이 잇따라 울리고 있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호에서 인도가 급속한 경제 성장을 이루고 있지만 추가적인 개혁이 없다면 지속적 성장이 불가능하다며 중국처럼 고속 성장을 지속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인도 경제가 경착륙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인도의 경제 수도 뭄바이와 인도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방갈로르는 외국에서 온 비즈니스맨과 투자자들로 북적거린다. 이들은 모두 급성장하는 인도에서 돈 벌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인도의 타타스틸이 자기보다 덩치가 훨씬 더 큰 영국의 철강회사 코러스를 최근 인수하고 인도를 대표하는 소프트웨어 업체 인포시스는 비록 생긴 지 얼마 안 된 신생 기업이지만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세계 굴지의 기업인들과 투자자들은 거액을 들여 인도의 우수한 엔지니어와 컴퓨터 과학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몇 년 간 중국에 뒤처진 이웃으로만 치부됐던 인도는 이제 아시아는 물론 세계를 향해 포효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 경제는 9.2% 성장했으며 이는 중국의 10.4%에 크게 뒤지는 것은 아니다.지난 4년간 인도는 연평균 8%의 성장을 이뤘다. 이는 1980~90년대의 성장률 6%는 물론 1980년대 이전 30년 동안 기록했던 연평균 3.5%의 성장률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괄목할 만한 성과다.올해 인도의 성장률은 어떤 면에서는 중국을 따라잡을 수도 있다. 그리고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보면 인도는 곧 일본을 따라잡고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위 경제 대국이 될 전망이다.급성장하는 인도 경제인도 정부의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오는 2012년까지 연간 9%대의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대부분의 인도 경제학자들은 향후 5년간 최소 8%의 성장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인도 비즈니스맨과 정책 결정자, 그리고 이코노미스트들이 인도가 이제 관료주의적 울타리를 깨고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것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니다. 런던에 있는 회계법인 그랜트 손튼이 32개국 비즈니스맨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인도 응답자의 97%가 인도 경제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연간 3% 성장하는데 그쳤던 인도가 지금처럼 변한 데는 지난 1990년대 초반에 추진한 개혁이 결정적 요인이 됐다. 이 개혁의 상당 부분은 현 총리인 만모한 싱 총리에 의해 추진된 것으로 교역 장벽을 대폭 낮췄고 자본시장을 자유화했다. 그 결과 경쟁이 치열해졌고 인도 기업들은 살아남기 위해 경쟁력을 높였다. 개혁의 결과 상품 및 서비스 교역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개혁 이전 17%에서 최근에는 45%까지 올랐다. 인도에는 ‘믿을 수 없는 인도(Incredible India)’라는 수식어가 별로 이상해 보이지 않을 지경이다.그러나 최근 인도 경제 곳곳에서는 위험을 알리는 빨간 불이 여기저기에서 켜지기 시작했다. 국가 전체적인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앞질러 가면서 성장의 페이스가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에까지 몰리고 있다.과열을 이야기할 때 많은 애널리스트들이 중국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인도에는 훨씬 많은 과열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우선 물가가 문제다. 인도의 도매물가 상승률은 6%로 중국의 2.8%를 훨씬 앞서고 있다. 이는 인도 중앙은행이 정한 인플레 상한선(5.5%)을 넘긴 수치다. 인도에는 단일 소비자 물가지수가 없지만 몇몇 분야의 물가상승률을 대략 평균해 보면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7%를 넘는다.인도 기업의 99%가 적정 생산량을 초과해 공장을 돌리고 있다. 이는 최근 10년 동안 찾아볼 수 없었던 현상으로 이로 인해 기술자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들의 임금은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은행 대출도 급증세다. 은행의 기업 및 가계 대출 증가율은 연간 30%로 늘어나는데 이는 중국보다 두 배 빠른 것이다.상업용 부동산에 대한 대출은 84%, 모기지 대출은 32% 늘어났다.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가격에도 버블이 끼고 있다.주요 도시의 집값은 지난 2년간 두 배 이상 뛰었고 인도 주식시장은 최근 4년간 4배 넘게 올랐다. 중국 증시 상승률을 훨씬 웃도는 셈이다.흑자 누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중국과는 달리 인도는 경상 적자가 확대되고 있다. 인도는 지난 2004년 상반기에만 해도 GDP의 4%에 해당하는 경상 흑자를 기록했었다. 그러나 경상수지는 지난해 적자로 반전, 경상 적자 규모가 3분기에만 GDP의 3% 수준으로 급증했다. 해외에서 일하는 인도 근로자들의 본국 송금액을 제외할 경우 경상적자 규모는 GDP의 5% 선에 육박한다. 이는 지난 1990년대 초반 인도가 경상수지 위기를 겪었던 시절보다도 많은 것이다.이 같은 현상은 국내 생산이 급증하는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해 발생하는 바로 전통적인 과열 사인이다.곳곳에서 울리는 과열 경고물론 당장은 금융 위기의 가능성이 그리 높아 보이지는 않는다. 인도는 현재 1800억 달러의 외환을 보유 중인데 이는 11개월치 수입분에 해당하는 규모다. 인도의 대외 부채 역시 높은 수준은 아니다.그러나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늘어나는 경상 적자가 문제가 되는 것은 당장 금융 위기로 이어지기 때문이 아니다. 이는 바로 공급이 폭증하는 수요를 따라잡지 못한다는 데 있다.인도 경제는 또 중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장기에 걸친 외국인 직접 투자보다는 단기적인 해외 자본 유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최근 3년반 동안 인도에 유입된 외국 자금 중 80%가 단기 자금이었다. 이는 인도가 단기적인 금리 인상에 취약하다는 것을 의미하며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위험 회피가 본격화되면 인도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한다. 만약 인도 경제의 성장률이 더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이 같은 위험은 더욱 커진다.그러나 인도 중앙은행은 독립적으로 긴축정책을 펼칠 만큼 완전한 독립성이 없고 정치권은 일자리 창출과 가난 구제를 위해 더욱 급속한 성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긴축은 생각지도 않고 있다. 따라서 그나마 인도 경제의 과열 위험성을 줄이는 대안은 개혁을 가속화해 인도 경제의 공급 능력을 증대하는 것이다.지금까지 인도에서의 개혁은 창의적인 민간 기업들로 하여금 인도의 관료주의적 규제를 덜 받도록 하는데 집중돼 왔다. 이 같은 작업이 기업가 정신을 고취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는 더욱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이 같은 시점에서 장기적인 인도의 공급을 늘리기 위한 방안은 바로 공공부문을 개혁하고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인도의 형편없는 도로 전력 등의 인프라 수준과 교육 식수 등의 공공 서비스 부족은 인도의 성장을 제약하는 주범이다. 비록 인도 경제가 붐을 이루고 있지만 많은 공공부문 서비스는 오히려 최근 몇 년 간 악화돼 왔다.인도에서는 휴대폰을 손에 든 사람들이 식수를 배급받기 위해 몇 시간이나 줄을 서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종종 일어난다. 인도 최고 수준의 컴퓨터 과학자들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환영받지만 인도 대부분의 시골 지역 어린이들은 좀 더 생산적인 일을 찾기 위해 필요한 기초적인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인도 여성의 약 절반가량이 문맹인데 이는 중국 여성의 문맹률(7명 중 한 명꼴)과 비교할 때 매우 높다.불합리하게 규제 일변도인 관련 법규에 대한 개정도 이뤄져야 한다. 특히 제조업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노동관계법 개정은 시급한 분야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인도는 안전 속도 이상으로 앞으로 달려갈 게 아니라 장기적인 발전 토대를 마련하는 게 더욱 필요하다.물론 이 같은 공공부문 개혁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한 데다 막대한 돈이 투입돼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인도의 재정 적자는 최근 GDP의 6%대로 지난 2001~02년 GDP의 10%에 육박했던 때에 비해서는 많이 줄어들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은 저금리와 경제 붐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며 금리가 오르거나 경제가 둔화되면 재정 적자는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이 같은 취약한 재정 구조로 인도 정부는 인프라나 교육 보건 등에 필요한 재정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없고 이것이 장기적인 인도의 성장 잠재력 역시 제한하고 있다. 인도 경제가 발전하고 인도의 중산층이 높은 임금과 주택 및 주가 상승을 즐기고 있는 와중에도 인도 인구의 60%가 절대빈곤층이거나 여기에 근접한 생활을 한다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인도에서는 아직도 2억6000만 명의 사람들이 하루 1달러 미만의 돈으로 살아가고 있다.<이코노미스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가 진정으로 세계를 호령하는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비전 아래 공공부문 투자가 우선돼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