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해성 혁신’으로 새 시장 일궈야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서야 한다. 21세기 시장은 예측을 허락하지 않는 불확실성의 시대다. 하지만 만성적인 공급 초과 상황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선다면 성공이 그리 요원한 것만도 아니다. 커피에 우아한 문화를 더한 스타벅스나 불필요한 포장이나 유통 경로를 단순화해 화장품을 생활필수품으로 바꾼 미샤의 경우는 ‘와해성 혁신’을 통해 성공을 거둔 예다.지금처럼 사업자가 넘쳐나는 공급 초과 상황에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지 않고서는 수익 증진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현재의 경쟁 시장보다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 나서는 것이야말로 자영업 혁신의 중요한 전략이다. 혁신이란 ‘가죽을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즉 와해성 혁신이란 애벌레의 몸을 뚫고 나오는 나비처럼 탈피의 과정을 의미한다. 점포를 운영하는 자영업자의 경우 상권이 쇠퇴해 수요가 줄었다면 새로운 상권으로 점포를 이전, 재창업을 시도하는 것도 새로운 시장을 찾아나서는 와해성 혁신의 출발인 셈이다. 만성 적자에 허덕이던 점포를 포기하고 새로운 상권으로 이전해 성공을 거둔 사례를 살펴보자.주말 저녁, 서울 송파동에 있는 ‘아빠가 만든 스파게티’를 방문했다. 가족 동반 외식 고객이 매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자리가 없어서 인근에서 일을 보고 다시 여덟 시께 매장을 방문했지만 식사를 할 수가 없었다. 이에 대해 이용석 사장(37)은 “개업 이후 지금까지 매일 150인분 이상은 판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신선한 식재료를 원칙으로 하기에 매일 아침 장을 봐다가 당일만 사용하고 있어 식재료가 동이 나면 영업을 마감한단다. 일매출 70만 원 수준이면 충분히 운영 가능하기에 욕심을 버리고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다는 이야기였다.경영 원칙을 지켜나가며 성공한 사업자의 모습을 갖춘 이 사장에게도 시련은 있었다. 불과 6개월 전인 지난해 여름, 경기도 내 최대 상권으로 명성을 유지하던 수원남문에서 스파게티점을 운영할 때만 해도 2층 70평 공간은 텅 비어 적막감마저 감돌고 있었다. 그때 이 사장은 “언제부턴가 손님이 줄기 시작하더니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다”며 진단을 의뢰했었다. 수원남문 상권은 재래시장과 백화점, 패션 브랜드 전문점 그리고 외식 유흥업소까지 밀집돼 10년 전만 해도 국내 10대 상권으로 손꼽히던 지역이었지만 수원 외곽 지역의 대규모 택지 개발과 함께 점진적으로 수요가 줄어들었고 도심 공동화 현상까지 심화돼 사실상 영업 수지를 맞춰내기가 쉽지 않은 상권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무엇보다도 2층 입지가 갖는 접근성의 한계로 영업을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그는 폐업을 결정하고 재창업을 시도하기로 했다.재창업을 위해서 먼저 창업자의 주체 경쟁력을 점검해 나갔다. 이 사장은 식품조리학을 전공하고 호텔 주방 경력까지 갖춘 특급조리사로, 동업자인 안금춘 사장(33)은 유명 패밀리레스토랑의 점장을 지낸 매니저였기에 이들이 갖고 있는 경험과 경쟁력을 살려 기존의 스파게티 전문점을 발전시켜나가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독점적으로 영업이 가능한 상권 선정에 골몰한 결과 스파게티 주요 수요층인 여학생이 많은 서울 송파구 한양아파트 입구를 포인트로 하여 입지 개발에 착수했다. 현실적으로 이 사장과 안 사장이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평형을 상권 수요에 대비, 설정해 본 결과 20~30평으로 결론짓고 상권 내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점포를 인수해 개점했다. 소란스러운 개점 이벤트 대신 시식회를 열어 고객들의 반응을 살핀 결과 주요 고객인 학생 수요가 만족할 만한 가격인 4000원대 분식형 스파게티를 선보여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새로운 성공이 시작되는 시점이었다.이 사장의 성공은 기존의 시장을 버리고 자신에게 맞는 시장을 찾아 자신의 경험을 살린 결과라 할 수 있다. ‘아빠가 만든 스파게티’의 성공 요인 중 첫째는 대형 상권을 버리고 창업자의 환경에 맞는 틈새상권을 공략해 독보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경쟁이 치열한 대형 상권보다는 적정 수요를 갖춘 틈새상권에서 경쟁력을 갖춰 독보적인 운영이 가능한 장수 매장으로 정착하겠다는 전략이 주효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는 용의 꼬리가 되기보다 뱀의 머리가 되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둘째는 고급형 스파게티를 학생층에 맞춰 분식형 스파게티로 변모시켰다는 점이다. 이는 수요층이자 수입원인 고객의 눈높이에 맞춘 새로운 시도이자 혁신이다.‘제대로 된 본보기’ 제대로 찾아야강남역을 비롯해 특급 상권으로 손꼽히는 지역은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솟아 있어 외식업의 경우 사실상 수익성을 담보하기가 매우 힘들어졌다. 실제 이곳에서 외식업을 운영하는 사업자들은 오히려 적자에 시달리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푸념하곤 한다. 결국 투자가치로 보면 틈새상권을 공략한 새우가 아사 상태의 고래를 잡아먹고 있는 셈이다.기존의 경쟁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와해성 혁신을 통해 좀 더 세분화된 고객 시장으로 타깃을 옮겨야만 할 것이다. 상권 내 상가가 포화상태이며 공급 시장이 만성 적자라고 해도 자신의 환경과 현실에 맞는 틈새상권 입지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상권 규모, 즉 상권 상세력을 감안해 적정 입지를 찾아 자신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아이템으로 승부한다면 성공이란 남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혁신을 위해선 기존의 시장과 기득권을 포기할 줄 알아야만 한다.혁신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은 자신에게 묻지 말고 소비자에게 물어보는 것이 현명하다. 사업의 모든 행위는 곧 소비자를 위한 것이기에 소비자의 선택에 달려 있을 뿐이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그의 저서에서 프로슈머(prosumer)란 용어를 사용했는데 이는 생산자인 프로듀서(producer)와 소비자인 컨슈머(consumer)의 합성어로 생산자의 역할을 맡은 소비자란 의미다. 즉 소비자가 생산과 가치를 결정한다는 의미다. 위에서 살펴본 ‘아빠가 만든 스파게티’의 판매 가격도 시식회를 통해 소비자가 정한 것이다. 이와 같이 메뉴, 품질, 양, 가격, 서비스 등 가치 결정을 소비자에게 묻고 정한다면 그것이 정답이 될 것이다.창업자는 자신에게 맞는 혁신을 이뤄야 한다. 위의 사례가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가 본보기라고 선택하는 사례, 즉 벤치마킹을 하는 경우를 살펴보면 사실상 객관적으로 뛰어난 것은 절반도 안 된다. 따라서 제대로 된 본보기를 선택하는 것이 우선적 과제이며 이를 자신에 맞게 수정 보완하는 과정이 수반돼야만 혁신을 이뤄낼 수 있다. 고경진·한국소자본창업컨설팅협회 사무총장www.consultunt.or.k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