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저평가…상반기 ‘좋은 예감’
올해 들어 은행 업종의 주가는 지난해 말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의 지급준비율 인상,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강화 적용된 11·15 및 1·11 부동산 대책 등의 여파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은행주들이 2월 들어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이는 중국 주식시장의 침체 및 정보기술(IT) 주식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반사적으로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평가에 따른 밸류에이션 플레이 때문이기도 하다.사실 국내 은행주는 매우 저평가돼 있었다. 중국은행 중국공상은행 등 신흥시장의 은행주들이 순자산 가치 대비 3.5배 수준 이상에서 거래됐던데 비해 대부분 순자산 가치 대비 1.5배를 약간 넘는 수준에서 거래됐다. 물론 실질경제성장률이 8%를 넘어서는 중국 인도 등의 은행들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그러한 성장률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국내 은행의 저평가 수준은 지나쳤던 것으로 보인다. 1998년 업종 전반의 재평가 이후 은행 업종의 밸류에이션 동향을 살펴볼 때, 부동산 문제로 인한 경제 전반의 시스템 위기를 가정하지 않는다면 올해 1월의 상황은 밸류에이션의 최저점에 해당했기 때문이다.부동산 규제 마무리 국면 ‘호재’저평가돼 거래되던 은행주들이 상승한 것은 이자 부문 수익성의 단기적 개선과 부동산 규제에 대한 시각 전환 때문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은 선제적 리스크 관리 및 은행간 과당경쟁 방지라는 측면에서 실제로는 은행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실제로 대출 억제 정책으로 은행들의 대출 자산 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한국은행의 지급준비율 인상으로 인해 시중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지난해 4분기 은행 업종의 순이자 마진은 소폭 상승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은행 대출 금리의 80%가 CD 금리에 연동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1분기에도 순이자 마진은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결국 이러한 이자 부문 수익성의 방어가 단기적으로 주가에 우호적인 흐름을 조성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1·11 부동산 대책과 1·31 금융감독원의 주택담보대출 모범 규준이 발표되면서 추가적인 부동산 대책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러한 점들을 생각한다면 최근 10% 수준의 갑작스러운 상승을 보였다고 은행 업종 주가에 대해 부정적으로 접근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은행 업종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전망을 갖지 않더라도 밸류에이션 부담이나 큰 리스크 요인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상반기 중에는 은행 업종에 대해 긍정적 접근이 유효해 보인다. 그러나 연간 전망을 살펴보면 은행 업종의 상승 여력 역시 크게 높지는 않다.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첫째, 2006년까지 은행 업종의 자산 성장을 이끌어 온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올해부터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의 부동산 관련 정책이 경착륙을 의도하고 있지 않고 여전히 실수요는 견조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므로 주택담보대출의 기본적 수요는 유지될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2007년에도 2005~06년 평균 수준인 23조 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 증가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경제 규모의 확대와 은행의 자산 성장을 고려할 때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하락이 불가피하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은 2004년부터 14% 수준을 유지해 왔는데 2007년에는 10.6%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둘째, 주택담보대출의 성장세 둔화로 인해 중소기업 대출 및 카드 부문에 대한 은행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2006년 실적 발표 및 2007년 연간 전망을 통해 대부분은 은행들이 2007년 중소기업 및 소호 여신 증가에 주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기에 대한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대부분의 은행들이 중소기업 여신 증가에 나서게 됨에 따라 중소기업 여신 금리 경쟁도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셋째, 카드 부문 성장 및 비이자 수익 증가를 위해 은행들의 판관비는 증가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은 이미 실질 카드 회원 증가를 위해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수익증권, 방카슈랑스 판매 확대를 위한 판매 채널 확보 노력의 일환으로 점포망 확장이 진행되고 있다. 신용카드 위기 이후 다소간 긴축 추세를 유지하던 판관비가 은행들의 영업 확대 전략 때문에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은 단기적으로 은행 손익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신한·기업 ‘최고 유망’하반기의 경우 은행 업종에 대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요인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은행 업종의 미래는 여전히 밝은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2008년 이후에는 추가적인 은행 업종의 재평가, 즉 주가 순자산 가치 배율 2.0을 넘어서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우선 점포 확대와 판관비 증가는 장기적 관점에서는 투자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주력하고 있는 간접 상품 판매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고객 접점을 확대하고 전문적인 판매 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시급하다. 따라서 결국 중요한 것은 판관비의 증가 여부가 아니라 판관비 증가가 적절한 수준에서 통제될 수 있는가일 것이다.은행들의 자본이 점차 충실해지고, 낮지만 안정적인 성장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순차적으로 배당 성향도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2008년부터 시행예정인 바젤Ⅱ 등에 대한 대비로 감독 당국이 대손충당금 적립 요건을 강화함에 따라 2005년 2조 원, 2006년 2조5000억 원 수준의 추가 충당금을 적립했음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순이익은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금융 감독 당국도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이 미국 대형 은행들에 비해서는 다소 낮지만, 일본이나 영국은행들에 비해서는 높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렇게 높은 수익성이 유지되고 있어 결국 자본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배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이 장기적으로 은행 업종의 주가를 재평가하는 근거가 될 것이다.더구나 자산건전성의 확보로 인해 단기적으로 연체율이 상승하더라도 실제 손익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은행에 대한 장기적인 신뢰를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실제로 금감원이 밝힌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은행들의 무수익 여신 비율은 0.71%로 미국 0.74%, 영국 2.04%, 독일 4.33% 등에 비해 오히려 양호한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2006년 12월 말 기준으로 고정이하 여신 비율도 0.84%로 안정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이러한 장기 전망 하에 세부적으로 종목들을 살펴보면, 신한지주와 기업은행이 가장 유망해 보인다. 신한지주의 경우 금융지주회사로서 가장 완비된 구조를 갖추고 있고 LG카드 인수를 통해 지속적으로 이익 창출 능력을 높여가고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최근에는 굿모닝신한증권에 대해 5000억 원의 증자를 단행, 자본시장통합법 시행 이후 자본시장의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다만 신한지주에 대한 투자에는 장기적인 전망이 필요해 보인다. 이미 LG카드의 영업이 정상화됐으며 편입 이후 시너지효과가 발생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3월말 LG카드가 편입된 이후에는 단기적으로는 신용카드 수수료율 조정이나 신용카드 부문 경쟁 격화와 같이 부정적인 뉴스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투자 관점이 요구된다고 하겠다.기업은행은 2006년 정부 지분 출회 가능성이라는 부담 때문에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억눌려 왔다. 그러나 정부 지분 15% 매각이 올해 예산안에 반영되지 않아 물량 출회 가능성은 낮아진 것으로 판단되며 2006년 높은 자산 성장을 바탕으로 2007년에도 꾸준한 성장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더구나 2007년 은행권의 화두 중 하나인 중소기업금융에서 최강자라는 점도 긍정적인 측면이다. q이병건·신영증권 애널리스트©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