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구조 변화와 주택시장

오랜 기간 지칠 줄 모르고 오르던 주택 가격은 정부의 1·11 대책 이후 상승세가 멈추는 듯하다. 이번의 대책도 예전처럼 일시적 조정 과정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도 있으나, 주택 대출 규제가 더 강화됐고 양도세 중과와 종합부동산세 강화 등으로 주택 구입이 여의치 않다. 그동안 주택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는 비판도 11·15 대책의 공급 정책 로드맵 발표로 그 불확실성이 상당히 제거된 것으로 보인다.하지만 여태껏 정부 대책이 주택 가격 안정화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현재 문제를 해결하는데 무게 중심이 쏠려 있는 것 같다. 즉, 현재의 주택 가격 안정화에는 기여할 것으로 보이나 향후 2~3년 후의 주택 시장의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그렇다면 향후 주택 시장은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 할 것인가.2000년 들어 주택 시장을 구조적으로 크게 바꾼 것은 저금리와 주택 대출의 접근성이 좋아졌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주택 시장에서의 구조적 변화의 영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는 인구 구조의 변화가 주택 시장에 미칠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생각된다. 이에 따라 향후 주택 시장의 큰 흐름을 이해하고 정책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인구수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구수의 변화는 향후 주택 수요 변화를 예측함에 있어 다른 지표보다 불확실성이 적을 뿐만 아니라 주택 수요의 기본 단위가 되기 때문이다.국민은행이 조사하는 ‘2006년도 주택금융수요실태조사’에 따르면 주택구입 가구주 중 30대가 57%를 차지하고, 40대는 2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40대가 주택 구입 주 연령층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30~40대 인구가 어떻게 변화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주택 수요의 큰 흐름을 이해하는 데 매우 유용하다. 연령대별 인구의 변화는 통계청이 2050년까지 예측하고 있다.연령대별 인구수의 추이와 아파트 가격을 비교해 보면 인구수의 변화와 주택 시장과의 의미 있는 관계를 찾을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전국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상승하던 기간 동안 30~40대 인구도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과거에는 주택을 한 채 사려면 일정 정도 목돈이 있어야 했으나 2000년 이후 주택 대출이 쉬워지면서 과거처럼 목돈이 많지 않은 사람들도 대출을 이용해 주택 구입이 가능해졌다. 이런 관점에서 30대 인구의 증가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다. 결국 2000년대 초반 전국적인 주택 가격 상승의 주요인이 저금리와 주택금융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시기 30대 인구의 증가가 주택 가격 상승의 속도를 증폭시켰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이해된다.그런데 중요한 것은 주택 구입의 주 수요 계층인 30~40대 인구가 2008년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점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30대 초반은 이미 2003년을 정점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30대 후반은 2008년까지 상승하다 2014년까지 감소한다. 40대 인구는 1993년부터 2006년까지 매우 빠른 속도로 상승하면서 그동안 큰 주택 수요층을 이루어 왔으나 2007년부터는 오랜 기간 안정화되는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이러한 인구 구조의 중장기적 변화는 향후 주택 시장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그동안 주택 가격을 높인 여러 요인 중에서 적어도 인구 수 증가에 의한 요인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주택 가격이 상승하던 시기에 수립된 주택 공급 확대 정책으로 2008년 이후 입주 물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시기와 인구가 감소하는 시기가 거의 일치하고 있다. 11·15 대책의 주택공급정책 로드맵에 따르면, 수도권의 주택 공급 물량은 2010년까지 총 164만 호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2007년부터 2010년 기간 동안 연평균 약 36만 호를 공급, 수도권에 연간 필요한 추정물량 30만 호를 크게 상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수 감소를 감안하면 2~3년 후에는 주택 가격의 급락을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50~60대 인구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으므로 노년층의 주택 수요 행태가 어떻게 변할 것인지도 주목해야 할 것이다.이제 현재의 고민거리 해결에 집중한 주택 정책도 다가올 미래의 주택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인구 구조 변화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시기다.지규현 대한주택공사 주택도시연구원 부동산시장분석팀장1970년 생. 95년 한양대 도시공학과 졸업. 2001년 한양대 도시공학과 박사. 2001년 국토연구원 책임연구원. 2002년 국민은행 연구소 연구위원. 2005년 주공 주택도시연구원 수석연구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