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vs 롯데 vs 오리온 자존심 건 ‘혈투’
2007년 벽두부터 멀티플렉스 극장 업계의 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간 서울 출점에 소극적이던 롯데시네마가 1월 27일 건대 스타시티점을 오픈하면서 업계 1위 입성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씨제이 씨지브이(CJ CGV)도 2월 8일 강남점을 오픈하면서 그간 소홀했던 강남권 공략을 시작했다.롯데시네마 건대점은 인근에 있는 CJ CGV 강변점과 지척을 두고 경쟁 구도를 형성했고 CJ CGV 강남점은 메가박스 코엑스점과 경쟁을 벌이게 됐다. 그동안 멀티플렉스 업계는 경쟁 업체의 상권에는 진출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처럼 여겨지기도 했었지만 올해부터는 같은 상권 내에서의 경쟁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것이다.업계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장 포화와 성장 정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출점 확대를 미룰 수는 없기 때문에 앞으로는 같은 지역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최근 서울 동북부 지역이 개발 바람을 타면서 이 일대에도 멀티플렉스 출점 경쟁이 줄을 잇고 있다. 이 지역에는 그간 1998년에 문을 연 CJ CGV 강변점과 2005년 11월 개관한 롯데시네마 노원점이 전부였다. 기존 단관 개봉관이나 이를 리모델링한 것들이 있었지만 멀티플렉스의 진출은 잠잠했었다. 이 지역 주민들은 영화를 보기 위해 종로나 강남으로 가는 경우가 많았다.이는 그동안 CJ CGV가 강변, 압구정점을 제외하고는 서울 서쪽 지역에 치중한 반면 롯데시네마나 메가박스는 서울 지역 출점을 활발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업계 서울 동북부 지역 본격 진출롯데시네마는 지난해 5월 구리점에 이어 올해 1월 건대점을 개관했다. 지난해 11월 개관한 롯데백화점 미아점에도 극장을 유치할 예정인데, 내년 12월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2010년까지 청량리 역사에, 그리고 2009년까지 창동점을 개관할 예정이다.롯데시네마 측은 “그간 서울 지역 입점에 소홀했었는데, 올해부터는 적극적으로 진출하기로 했다. 극장 수도 점차 늘려 2010년까지 전국적으로 극장 75개, 스크린은 600개로 늘려 업계 1위로 올라서겠다”며 포부를 밝혔다.극장 사업 부문인 롯데시네마와 영화 사업 부문인 롯데엔터테인먼트는 현재 롯데쇼핑의 한 사업 부문이다. 잠실 롯데월드 인근의 부속 건물을 쓰던 사무실도 지난해 11월 서초동 신사옥으로 옮겨 영화 사업에 대한 의욕을 내비치고 있다.지난해 6900억 원의 순이익을 낼 정도로 롯데쇼핑의 자금력이 튼튼하다 보니 이를 바탕으로 영화 사업에 집중적인 투자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극장 및 영화 투자가 본궤도에 오를 때까지는 사업 부문을 분사할 계획이 없다고 한다.CJ그룹에서 성장세가 주춤한 식품 사업보다 영화 사업이 더 각광을 받는 것처럼 롯데도 유통 및 식품 사업에서의 성장 한계를 엔터테인먼트 사업으로 돌파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유통 식품 사업을 오랫동안 해 온 롯데의 문화에서 영화 사업이 쉽게 자리를 잡을 수 있겠느냐는 이견도 있다. 영화 사업이 요구하는 창조력을 살리는 데는 자금력만으로는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롯데엔터테인먼트 측은 “영화 사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기존 업체들을 금방 따라가지는 못할 것이다. 이미 좋은 시나리오 감독 제작자들을 기존 업계가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속적인 투자로 수익을 내는 구조를 만들어볼 계획”이라며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해외 진출로 돌파구 만들어CJ CGV는 올해 4월 미아삼거리에 45호점을 개관할 예정이다. 그렇게 된다면 지척에서 롯데시네마 미아점과 경쟁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재건축되는 왕십리 민자 역사에도 올해 안에 극장을 내고 청량리 롯데시네마와 경쟁하게 된다. 올해 8월에는 홍대점을 개관하게 돼 홍대 앞의 유일한 멀티플렉스가 된다. 신촌 지역을 메가박스와 양분하겠다는 얘기다.오리온 그룹 계열의 메가박스는 지난해 3개를 개관했는데 그 중 2개가 서울 지역이다. 4월 개관한 목동점은 CJ CGV 목동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 9월 신촌 역사에 입점한 신촌점은 아트레온, 그랜드시네마 등 지역 브랜드와 경쟁하고 있다.CJ CGV 측은 롯데시네마가 최근 ‘업계 1위를 노린다’는 얘기에 대해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어차피 1등을 물고 늘어지는 것이 2위의 생리”라는 반응이다. CJ CGV는 “올해도 국내 시장에는 변함없이 10개 영화관을 오픈하는 등 가던 길을 갈 것이고 해외 진출도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상하이 1호점에 이어 베이징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도 개관을 준비 중”이라며 해외 전출을 강조하고 있다.아직까지는 서울 지역에서 롯데시네마보다는 메가박스가 더 강세다. 롯데시네마 4개, 메가박스 3개로 극장 수로는 별 차이가 없고, 전국적으로 봐도 롯데시네마 38개, 메가박스 19개로 차이가 크다. 그러나 메가박스 코엑스점의 랜드마크적 성격이 워낙 강하다 보니 인지도와 선호도에서 훨씬 앞선다. 메가박스는 출점 경쟁보다는 주요 명소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메가박스는 “극장이 포화 상태다 보니 양으로 승부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멀티플렉스 사업이 ‘규모의 경제’가 작용하는 것은 맞지만 손실이 날 때는 손실 규모도 그만큼 커지는 경향이 있다. 관객 점유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에만 출점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사업 전략을 전했다. 올해는 서울 지역에는 개관하는 곳이 없는 대신 수도권에서 3개를 오픈할 예정이다. 2008년 3월에는 동대문 굿모닝시티 준공에 맞춰 메가박스 동대문점을 개관할 예정이다. 패션타운으로 젊은이들을 끌어 모으고 있지만 마땅한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없는 동대문의 새로운 명소가 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이처럼 멀티플렉스 업계가 레드오션으로 치닫고 있는 것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영화 관람료가 10년 전 6000원인데 비해 1000원 밖에 오르지 않았지만 시설이 점점 좋아지고 있어 투자가 지속돼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도 포화 상태에 다다르고 있어 파이 자체를 키우는 데도 한계가 있다 보니 결국은 상대방 코앞까지 진출하고 있다. 지금부터는 상대를 쓰러뜨리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적자생존의 길로 가고 있는 것이다.돋보기 롯데백화점과 이마트의 불편한 동거스타시티서 1위끼리 ‘진검승부’건대입구 스타시티에는 롯데백화점, 이마트, 롯데시네마가 함께 들어서 있다. 할인점 1위 이마트와 백화점의 강자 롯데백화점이 한 건물 안에 입점하는 것은 최초의 일이다.처음 이 곳 백화점을 유치했던 곳은 신세계였다. 백화점보다 경쟁이 치열했던 할인점 임대는 백화점이 신세계로 확정되면서 자연스럽게 이마트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건물주인 스타시티 측이 처음 1만2000평 규모의 백화점 부지를 줄여줄 것과 배치 변경을 요구해 왔다. 백화점 부지가 1만 평 이하로 줄어들자 신세계는 계약을 포기했고, 한동안 공백으로 있던 부지를 롯데백화점이 계약한 것이다. 롯데백화점은 규모가 줄어서인지 백화점보다는 영플라자 매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롯데백화점의 입점이 롯데시네마가 들어오는 데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신세계가 처음 계획했던 백화점-할인점 동시 유치가 되었더라면, 극장 임대는 다른 곳으로 갔을 수도 있다. 신세계백화점 죽전점은 신세계백화점, 이마트, CJ CGV가 함께 들어서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