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노하우 ‘푸짐’…재야 고수 사랑방

‘집을 구매하는데 과연 얼마간의 시간을 투자해야 할까요. 단순 계산으로 100만 원짜리 컴퓨터 사는 데 10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면 2억 원 하는 아파트는 그것의 200배는 생각해야 된다는 결론이 되는가요. 그러면 시간상으로는 2000시간이고 날짜로는 83일간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고 집에 대해서만 알아봐야 한다는 결론이 납니다.’인터넷 포털 다음의 ‘맞벌이 부부 10년 10억 모으기’ 카페 게시판에 올라있는 글의 서두다. 이후 글은 5회에 걸쳐 최초의 집을 장만하기까지의 구구절절한 사연과 고민이 이어진다. 신문이나 잡지에 나오는 기사는 이에 비하면 토막글에 불과할 정도로 자세하다. 집을 사 본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유용한 참고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인터넷 커뮤니티가 재테크 정보의 젖줄이 되고 있다. 십만 개 이상의 커뮤니티를 통해 주식 부동산 펀드 등 다양한 재테크 정보가 흘러 다닌다. 회원의 수는 어림잡아도 수백만 명에 이른다. 다음에 개설된 ‘짠돌이’ 카페 회원이 56만 명, ‘맞벌이 부부 10년 10억 모으기’ 카페는 50만 명을 넘어선다.인터넷 재테크 커뮤니티가 이렇게 활성화된 이유는 무엇보다 정보의 양과 질에서 다른 매체를 압도하기 때문이다. ‘선한 부자’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조상훈 운영자는 “흔히 ‘재야의 고수’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노출을 극도로 꺼리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며 “금융사나 컨설팅 업체의 상담은 이해관계가 얽히게 마련이지만 인터넷은 금전적 관계가 없어 오히려 신뢰할 수 있는 답을 들을 수 있다”며 인터넷 커뮤니티의 장점을 소개했다.인터넷 커뮤니티가 단순히 정보 공유의 장으로만 이용되는 것은 아니다. 뜻이 맞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오프라인 모임을 만들어 네트워크를 구축하기도 한다. 이들끼리 공동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를 통해 꽤 많은 수익을 거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말하자면 투자의 기초부터 실행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셈이다.회원이 수만에서 수십만에 이르는 대형 커뮤니티들의 회원들은 대개 일반인들이다. 직장인은 물론 학생들도 적지 않다. 연령은 20대 중후반에서 30대 후반이 주축을 이룬다. 한창 재테크에 관심이 높은 나이다.‘특별한’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도 있다. 다올부동산신탁이 운영하는 ‘다올커뮤니티’가 대표적이다. 회원수는 6000명이 채 안되지만 부동산 관련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실무자들이 대부분이어서 수준 높은 정보를 접할 수 있다. 투자 정보보다는 전문 지식 위주로 운영된다.대형 커뮤니티들은 오프라인 공개강좌를 진행할 정도로 힘이 세졌다. 금융사 등 기업의 후원을 받기 때문에 비용도 들지 않는다. 회원들은 정보를 얻고 기업은 이미지 제고 효과가 있어 ‘윈윈’할 수 있다. 최근 알리안츠와 공동으로 공개강좌를 실시하고 있는 ‘맞벌이부부 10년 안에 10억 만들기’의 박범영 운영자는 “경쟁률이 10 대 1에 이를 정도로 회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라며 “후원 기업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오프라인에서 출발한 모임도 적지 않다. 관심사가 같은 직장 동료들끼리 모여 스터디그룹을 만들거나 공동 투자를 하는 식이다. 공식적인 모임인 경우 회사의 지원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은 비공식 모임이다. 업무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유로 회사 측이 금하고 있기 때문이다.인터넷 커뮤니티를 100%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지름길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글쓰기는 물론이고 관련 행사에도 꾸준히 참여해야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함께 투자할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한다. 과거 사례로 봤을 때 대부분 결말이 행복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모임의 리더가 투자를 권할 경우 한번쯤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는 충고다.다올커뮤니티를 운영하는 이학구 다올부동산신탁 해외사업실장은 “인터넷 커뮤니티는 관심을 유발하고 동기를 부여하기 때문에 재테크의 좋은 출발점”이라며 “하지만 실제 투자할 때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상의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