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라는 키워드가 올해 화두다. 돈, 명예, 물질적으로 가질 수 있는 행복을 넘어 정신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 현대인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평균수명이 연장되고 고령화 사회로 진입되는 현 시점에서 ‘중년의 행복한 삶’이라는 명제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관심 대상 1호다. 건강, 경제력, 가족 등 중년의 행복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많지만 그 중에서 빠뜨릴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것은 단언하건대 바로 ‘섹스’다.그런데 ‘중년의 성(性)’이라고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사랑의 황홀감은 어느새 사라져 버렸고 아내로, 남편으로, 부모로 살다 보니 어느새 섹스는 일상에 묻혀 버린 그림이 떠오를 것이다. 의외로 여러 가지 연유로 섹스와 담을 쌓고 사는 중년의 ‘섹스리스(sexless)’ 부부를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섹스가 빠진 중년의 삶이 과연 행복할 수 있을까? 답은 ‘노(No)’다.◇방치되고 있는 중년의 성(性)= “회사에서 실적을 올리지 않으면 승진할 수 없기 때문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자연히 아내와의 성관계가 힘들어지게 되고 그런 상태가 오래가다 애정이 완전히 사라질 것 같은 불안감이 들었습니다. 잠자리에서 ‘의무방어전’을 한번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나니 두려움이 앞서 더 이상 시도조차 하지 않고 있습니다.” 42세의 H 씨.“아내가 잠자리를 기피해 외도를 하기 직전까지 갈 뻔했어요. 수험생 아이 둘을 뒷바라지하는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일 피곤하다며 잠자리를 피하는 아내로부터 심한 모욕감마저 듭니다”라고 고백하는 45세의 S 씨.◇중년의 성 무엇이 문제인가?= 위의 사례들처럼 우리의 중년은 젊을 때에는 오로지 돈을 벌고 자식 키우기에 급급했다. 이제 자녀들이 모두 성장하고 정작 부부 둘만의 생활을 찾아야 하는 시기가 됐지만 소통할 대화의 기술도, 섹스의 기술과 지식도 터득하지 못한 경우가 허다한 것이 우리 중년 부부의 자화상이다.섹스리스의 원인은 과도한 피로나 스트레스, 부부간의 갈등, 단순한 성욕 저하도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부부간 대화의 단절’이다. 섹스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법이 사라진 부부들이 섹스리스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남성들의 유교적, 가부장적 분위기도 문제다. 아내에 대한 배려 없이 ‘사정’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부부 관계는 아내로 하여금 섹스에 흥미를 잃게 만드는 것이다.중년의 성기능 장애 역시 중요한 원인이다. 성기능이 부실하다 보니 점점 섹스를 두려워하고 회피해 버리는 것인데 당사자인 자신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성기능 장애 때문에 시작된 섹스리스 상태는 부부의 정서적 관계까지 좀먹는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병원을 찾았더라면 쉽게 해결될 ‘보이지 않는 벽’이 두 사람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는 것이다.◇중년 최고의 웰빙 ‘섹스’= 부부간의 성적 접촉은 정서적 친밀감을 지속시켜 주는 접착제 역할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집 안팎에서 받는 여러 스트레스와 긴장감을 이완시켜 주고 삶에 활력을 주는 비타민과 같은 작용을 한다. 성생활을 하면 엔도르핀과 성장호르몬이 분비돼 스트레스 완화 및 체지방을 줄여 준다. 또한 근육을 늘려주고 노화를 늦춰 주는 효과가 있다. 게다가 심폐기능을 높여주고 통증을 완화시키며 글로불린A가 분비돼 면역성을 높여준다.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의 남성들은 섹스를 느긋하게 즐길 여유가 없어 보인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아이들 교육에, 남편 뒷바라지에 자신의 일까지 하는 슈퍼우먼이라면 섹스가 사치스럽게 여겨질 정도다. 하지만 건강한 부부 관계를 유지하려면 평소에 가스 점검하듯 성관계를 통해 서로의 애정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감정적으로는 충실한지, 불만은 없는지, 다른 곳으로 유출되는 감정의 손실은 없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함으로써 보다 풍요롭고 행복한 중년을 삶을 만끽하길 기대해 본다.이무연·아담스클리닉 원장(전문의/의학박사)가톨릭의대 외래교수. 세계성의학회 정회원. 아시아·태평양 남성학회 정회원. 미국 성기성형학회 정회원(아시아 유일). 유럽 남성성기수술학회 정회원(아시아 유일). www.adamsclini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