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대선·전세·세금 ‘체크 1순위’

역사적으로 정해년(丁亥年)은 시국이 어수선한 해였다. 60년 전인 1947년에는 정치적으로 좌우익이 극심하게 대립했었고 1887년에는 거문도 사건이 발생했다. 18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1827년에는 효명세자(익종)가 대리청정을 하자마자 세도가였던 안동 김씨를 견제하면서 군신 간 대립각을 세웠고 충청, 전라도의 천주교도들이 대거 검거되는 사건이 있었다. 물론 2007년도 예외는 아닐 듯싶다. 2007년은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면에서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해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정부와 시장 간 계속된 줄다리기의 결말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정책 당국자, 투자자 모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요즘 각종 부동산 포털 사이트에는 헬트(HELT)라는 말이 자주 등장한다. 헬트란 2007년 부동산 시장의 4가지 변수를 함축적으로 표현해 주는 말이다. 고수들이 주목하는 4대 변수는 △반값 아파트(Half price) △18대 대선(Election) △전세시장(Lease) △세금 폭탄(Tax)이다. 이들 변수가 어떤 결과로 나타나느냐에 따라 시장의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전망된다.가장 뜨거운 감자인 반값 아파트부터 살펴보자.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반값 아파트는 정확히 말하면 토지임대부주택 분양 방식을 의미한다. 이 방안은 건축비만 분양가로 책정하고 분양가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땅값을 월 임대 방식으로 전환해 분양가를 대폭 낮추도록 한다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임대료 책정, 재정 지원 여부 등을 놓고 정부 여당이 난색을 표하고 있어 실제 시행될지는 미지수다.다만 주목해야 할 부분은 여·야·정 모두 집값을 잡기 위해서 신규 아파트 분양가에 메스를 대야 한다고 판단한다는 점이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인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분양가는 참여정부 출범 초기 평당 504만 원이었지만 2006년에는 평당 783만 원으로 55.4%나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실제로 관련 업계는 2006년 하반기 주택시장 불안은 판교신도시 은평뉴타운 등 택지지구 아파트의 고분양가가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분석한다. 급기야 당정은 2006년 12월 15일 정책 협의를 통해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 아파트에도 적용키로 합의했다. 이뿐만 아니라 용인시 인천시 등 각 시도 지자체들도 지역 내 공급되는 아파트 분양가를 적극적으로 낮출 방침이어서 분양가 상승 움직임은 일단 제동이 걸린 상태다. 분양가 상한제, 반값 아파트 모두 분양가를 직접적으로 규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정부가 분양가 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천명한 이상 이들 제도가 시행될 경우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기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재개발, 재건축 등 민간 개발사업은 사업성 악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며 이에 따라 분양 시장은 당분간 동면기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된다.세금 중과도 시장 전체로 봐선 큰 악재다. 2007년은 제대로 된 세금 폭탄 효과가 나타나는 원년이다. 우선 보유세가 대폭 인상된다. 종합토지세, 재산세 등은 물론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현실화된다. 특히 요율이 인상되는 종부세는 다주택자들의 시름을 한층 깊게 만들 전망이다. 2007년에는 기준시가의 0.75%가 종부세로 부과되며 2008년부터는 1%로 인상된다. 이렇게 되면 기준시가 6억 원 이상 주택을 여러 채 보유한 투자자들은 세금 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나게 된다. 토지 투자자들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주택은 매도가 빠르지만 토지는 토지거래허가 등의 규제책이 중첩돼 있어 매수자를 찾기가 여간 쉽지 않다. 또 2007년부터는 1가구 2주택자가 주택 한 채를 팔 경우 양도차익의 50%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신방수 세무사는 “정부가 예고한 세금 폭탄 경고가 제 효과를 거두는 시기는 2007년부터”라면서 “해당 부동산을 보유할지 처분할지 면밀히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그렇다고 해서 당장 울상을 지을 필요는 없다. 정부 방침대로 시장이 굴러가면 모르겠지만 지금까지 정부와 시장 간 대결에서 승자는 언제나 시장이었다. 정부는 그동안 경제학개론에서 볼 수 있었던 시장의 힘을 톡톡히 맛봐야 했다. 정부가 대책 발표에 신중을 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타이밍과 효과 등을 정확하게 검토하지 않은 설익은 대책이 몰고 온 후폭풍을 여러 번 맛본 정부로선 2007년 부동산 시장의 동향을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다. 특히 2007년에는 17대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해 온 부동산 정책이 참여정부의 최대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듣는 상황에서 정부로선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장 안정을 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선거 때마다 되풀이되는 공약 남발은 부동산 시장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대치동 토마토공인 김성일 대표는 “강남 사람들은 대선을 전후로 규제완화책이 발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공급을 늘리기 위해선 강남 재건축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대선 전까지 당분간 관망하겠다는 의견이 많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부동산뱅크의 보고서를 보면 1990년 이후 3차례 치러진 대통령선거는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했다. 14대 대선이 치러진 1992년 12월 서울지역 아파트 값은 0.19%를 기록했다. 15대, 16대 모두 전월보다 0.93%, 0.29%씩 상승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1997년 12월(15대 대선) 강남권은 1.61%, 비강남권은 0.39%나 뛴 것으로 집계됐다. 2007년에 있을 17대 대선은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내내 계속된 부동산 규제 정책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짙어 다주택자들의 기대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3번의 대선 ‘시장에 호재’입주량 감소로 인한 전세 시장 불안은 또 하나의 잠복된 시한폭탄이다. 수년간 계속된 공급억제책으로 신규 아파트 공급이 대폭 줄어들면서 전셋값 상승이 매매값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6년 서울지역 전셋값은 전년도에 비해 4.8% 상승했다. 심각한 것은 최근의 상승세가 국지적인 가격 상승이 아닌 매물 부족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다. 국민은행이 전국의 부동산 중개업소 3328곳을 대상으로 전세 수급동향을 설문조사한 결과 ‘공급이 부족하다’는 응답이 78.1%를 기록했다. 부동산 114의 통계를 살펴보면 2007년 전국 아파트 입주 가구 수는 30만9310가구로 2006년(33만8367가구)보다 8.6%나 줄며 이중 수요가 가장 많은 서울은 2006년에 비해 20.8%나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로는 강남구가 50.9%, 서초구가 94.7% 감소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2007년에 매매값은 1.5% 상승하겠지만 전셋값은 3.3% 뛸 것으로 예상했다.결국 2007년에는 무리한 대출보다는 틈새 투자처를 중심으로 투자를 모색하는 방법이 필요하다. 최근 2~3개월 사이 이상급등 현상을 기록한 강북지역은 강남권의 상승세가 한풀 꺾일 경우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비인기 지역의 주택은 시장 상황을 봐가며 매도를 모색하되, 유망 지역은 당분간 관망세를 펼 것을 주문한다. 다만 대선 등의 정치적 변화에 너무 큰 기대를 거는 것은 금물이다. 정부가 바뀐다고 해서 기존 정책이 180도 바뀌기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접근하기에는 지금의 투자 환경이 썩 좋지 못하다.투자 패턴의 변화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지난 2~3년 동안 부동산 투자의 일반적인 패턴은 ‘단기 차익실현’이었다. 그러나 2007년부터는 꾸준한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임대사업이 유망할 것으로 전망된다. 입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에서는 전월세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주택자들은 매수 타이밍을 2007년 하반기 이후로 잡아야 한다. 반값 아파트 등 분양가 인하 대책이 발표되면 지금보다 훨씬 저렴한 값에 내 집 장만이 가능하다. 그러기 위해선 청약통장부터 개설해 둘 필요가 있다. 무주택자들에겐 청약통장이 주는 매력이 여전하다. 가격 인하에 우선권까지 더해질 경우 내 집 마련의 꿈은 그리 먼 일이 아니다. 건설교통부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6개월째 감소하던 청약통장 가입자 수가 2006년 11월에는 전월 대비 6만 명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