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인구 1/4이 허덕…경제 망칠 악재

가계부채 문제는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악재 중의 악재로 꼽힌다.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것은 물론 오히려 악화일로에 있어 심각성을 더한다. 2006년 9월말 현재 가계부채는 총 558조8176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9월말 186조1055억 원의 3배에 이르는 액수다.특히 가계부채 증가는 2001년 이후 주택 가격 급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된 것도 2001~02년부터다. 사상 최저 저금리가 지속되고 금융사들이 경쟁적으로 대출을 늘리면서 가계 빚이 엄청나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금융사들이 대출을 줄이면서 부채 증가세는 주춤했지만 2005년부터 다시 속도가 빨라졌다. 현재 은행권 대출의 60% 정도를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고 있다.이에 따라 집값 버블과 가계부채를 한국 경제의 최대 난제로 꼽는 시각이 적지 않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은 현재 가장 두드러진 위기의 징후로 서울 수도권 아파트 가격의 버블과 이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을 꼽았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멈추지 않는다면 2007년 최악의 먹구름으로 작용할 것임은 말할 것도 없다.문제의 핵심은 최근의 가계부채 증가세가 소득을 훨씬 앞서는 속도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IMF 관리체제 이후 2005년까지 처분 가능 소득의 증가율은 평균 4.7%로 1990년대 초·중반의 평균 14.7%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가계부채 증가율은 10%를 웃돌고 있다. 벌이는 시원찮은데 빚만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형국이다.더구나 부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을 웃돌면서 빚 감당 능력도 저하되고 있다. 특히 상환 능력이 없는 저소득층의 사정은 악화일로에 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가계부채는 정상적인 소비를 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상태로, 300만 명 이상이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고 “그 가족들까지 합하면 대략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무거운 빚 부담에 허덕이고 있는 셈”이라고 밝혔다.가계부채의 증가는 소비에 직격탄을 쏘는 격이다. 무엇보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막지 못하면 2003년 일명 카드대란 이후 일어난 내수 부진과 신용불량자 양산 현상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다. 이 경우 금융권이 입을 타격도 만만치 않다. 또 소비 위축에 따른 사회 전반의 불황과 위기감 고조도 큰 문제다.이를 감안, 최근 정부와 여당은 앞으로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1가구 2주택까지 허용돼 있는 투기지역 내 주택담보대출을 1가구당 1건으로 제한하는 방안이다. 이를 통해 가계부채 증가를 막고 매물을 늘려 공급 확대 효과까지 내겠다는 것이다. 이미 시행 중인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도 비슷한 목적에서 나왔다.그러나 이는 핵심을 비켜간 조치라는 지적이 많다. 박종규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증가의 원인은 상환 능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과다하게 대출됐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투기지역 외 변두리의 서민들이 무리한 대출을 받지 않도록 제한하는 게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이라도 가계대출은 철저히 ‘상환 능력’ 중심으로 건전하게 운용돼야 가계부채 증가에 따른 부작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