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도영업 ‘외길’…맨파워 ‘으뜸’
퇴직연금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지 1년이 되어간다. 미국 일본의 사례를 보면 퇴직연금제도가 정착하는데 10년 이상 많은 시간이 걸렸다.우리는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성과를 거뒀다. 먼저 정부 투자기관들은 경영평가 항목에 퇴직연금제도 도입 유무가 반영될 것으로 알려지자 올해 초부터 준비에 들어갔다. 또 외국계 기업과 일부 국내 기업이 퇴직연금 제도를 도입했다.하지만 주요 선진국들의 퇴직연금 발전 속도로 볼 때 아직은 초기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향후 비약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특히 본격적으로 시장이 열리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하다.이러한 상황에서 퇴직보험의 메이저사인 교보생명이 걷고 있는 길은 남다른 데가 있다. 기업과 근로자가 퇴직연금의 특성을 잘 알고 제도 운영 과정에서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퇴직연금 본연의 가치를 알리고 개별 기업에 맞는 제도를 준비하고, 더 나아가 맞춤식 서비스로 고객사의 만족도를 높여주고 있기 때문이다.교보생명은 실적에 연연하지 않는다. 편법을 쓰지 않고 정도 영업을 한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금융사의 지위를 이용해 기업 고객을 상품 중심으로 밀어붙이거나, 꺾기 등을 일절 하지 않는다. 아울러 자사 계열사와의 교환 거래를 통해 일시적으로 시장 점유율이 높은 것처럼 속이지도 않는다.4조 원 이상의 기존 퇴직보험 적립자산을 무리하게 전환하지도 않았다. 도입 원년인 만큼 외부에 드러나는 수치를 중요하게 여겼다면 시장 점유율을 늘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교보생명은 먼저 법과 규정이 자리 잡아 가는 과정에 주목했다. 퇴직연금은 결국 근로자의 노후생활에 기여하는 것이므로 적립방식 자체도 안정적이어야 하고 기업의 도산 위험으로부터도 안정적으로 분리, 관리돼야 하기 때문이다.퇴직연금 시장의 표준화 선도그래서 퇴직연금제도의 설계를 지원하기 위해 기업을 찾아가 개별 기업 설명회를 열었고(연간 1000회 이상), 관련 정부당국을 찾아다니며 올바른 퇴직연금제도의 전도사를 자처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개최한 대규모 근로자 대상 설명회만 이미 100회가 넘어섰다.기업이 퇴직연금의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근로자가 이 제도를 노후를 위한 장치로 바라볼 때 비로소 퇴직연금의 장점이 살아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기존의 생활자금으로 소진되던 퇴직금의 폐해를 답습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교보생명은 잘 알고 있다.차흥남 교보생명 법인사업본부장(전무)은 “지금도 막강한 자금력과 선진 퇴직연금을 경험한 해외 자본들이 한국의 퇴직연금시장을 노리고 있고, 우리나라 퇴직연금이 잘 자리 잡고 그 틀에서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경쟁력을 키워가야 해외 자본들과 맞설 수 있다”며 “교보생명은 30년간 퇴직금 시장을 선도한 기업으로서 한국 퇴직연금 전반의 발전에 관심이 많다” 고 말했다.교보생명이 초기 시장 점유율에 신경 쓰지 않고 퇴직연금 도입 프로세스와 가치 있는 서비스에 더 관심을 갖는 것도 오랜 시장조사를 통해 퇴직연금 도입 초기 선진국들의 상황과 그 당시 연금사업자의 시행착오를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교보생명은 퇴직연금 해설서를 국내에서 최초로 만들었다. 이와 함께 다른 사업자의 사업 인프라 구축 컨설팅도 해 주고 있다. 재무 진단의 중요성과 ALM 기법을 중심으로 한 정책적 자산 배분이 퇴직연금에도 중요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내놓기도 했다.교보생명은 퇴직연금의 실적을 따질 때 상품 판매만 보는 것이 아니라, 제도 전반의 운영 서비스 실적도 고려해야 함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시장이 성숙될수록 운영 서비스의 질이 더욱 중요해진다고 판단하고 있다.교보생명 측은 “기업이 퇴직연금을 도입할 때 전문적인 운용 관리 기관의 서비스를 받아야 기업과 근로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을 취급하는 다른 회사들도 점차 운용 관리 기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인프라를 갖추지 못하고 상품만을 강조하는 사업자는 결국 도태될 것이라는 분위기도 확산되고 있다. 그렇다면 교보생명이 퇴직연금 시장에서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교보생명이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운용 관리 기관의 객관성과 전문성이다. 운용 관리 기관이 기업에 컨설팅을 하고 필요한 자문을 하는 경우 자사의 이익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특히 상품을 추천하고 제공할 때 금융사로서 자사의 상품 또는 수수료 이익이 많이 남는 상품만을 제공하려 한다면 기업과 근로자의 혜택은 줄어들게 된다.결국 교보생명은 기업에 상품을 추천하고 조언하는 역할, 즉 투자 컨설팅의 객관성, 운용 관리 기관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상품 구조를 오픈 플랫폼(Open-Platform) 형으로 채택했다. 이는 운용 관리 기관에 유리한 상품을 기업 고객에 고집하지 않고 가장 경쟁력 있는 상품을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물론 이렇게 되기까지 내부적으로 엄청난 진통이 따랐다. 사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내부의 목소리가 자사 상품 중심의 판매를 고집했던 것. 하지만 선진 금융시장에서 이미 자사 상품을 고집하던 해외 보험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밀리는 모습을 지켜봤던 퇴직연금 조사팀과 차흥남 전무는 결단을 내리고 경영층과 다른 팀들을 설득했다. 교보생명의 독창적이면서도 심플한 상품 전략은 이렇게 탄생됐다.물론 교보생명의 금리연동형 상품과 업계 최초의 GIC 1년, 2년 상품(일명 원리금 보장형 상품군)은 이미 시장에서 퇴직연금에 가장 적합한 상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GIC 상품은 경쟁 퇴직연금사업자들이 최적의 퇴직연금용 상품임을 알면서도 따라하지 못하는 상품이다. 그나마 최근에야 명칭이나마 같은 GIC 상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30년간 3000여 우수 기업의 퇴직급여 관련 현금흐름 구조를 꿰뚫고 있어야 최적의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교보생명은 그 데이터베이스를 이미 갖추고 있다.최고의 전문가 조직 가동이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기업 실무자가 제일 먼저 찾는 것이 교보생명 원리금 보장형 상품군이 됐다. 하지만 교보생명을 운용 관리 기관으로 선택하면 시중의 출시된 퇴직연금 상품들과 최신 상품들을 가감 없이 객관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교보생명에서만 볼 수 있는 독점 공급 상품들도 있다.물론 아무 상품이나 갖다 주는 것이 아니다. 교보생명은 업계에서 가장 먼저 퇴직연금 상품 분석을 시작했다. 시중 360개 이상의 퇴직연금 상품들을 분석해 퇴직연금에 적합한 상품 68종을 도출했다. 운용사들의 상품 디자인 과정에 참여해 퇴직연금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도록 유도했다. 그렇게 해서 도출된 최종 상품은 윈리금 상품, 채권형, 혼합형, 주식형, 글로벌형 상품군으로 구성했다.기업과 근로자를 위해 어느 운용사가 어느 분야에 강한지, 어떤 펀드매니저를 쓰는지, 운용 철학은 어떤지, 과거 실적은 어떠한지, 수수료가 많은 것은 아닌지, 재무 구조는 어떻고 장래 수익 창출은 가능할지에 대해 객관적인 분석 자료들을 제공한다. 구조적으로 교보생명이 자사에 유리한 조언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업은 안심하고 객관적인 조언을 듣게 되는 셈이다.서비스는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 운용 관리 기관이 전문적이라는 이야기는 그곳에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다는 것이다. 퇴직연금에 대해 정통한 각 분야의 전문가를 배치한 사업자가 시중에 얼마나 있을까?교보생명은 1997년 이미 퇴직연금 준비 조직을 출범시켰다. 업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선진 기업연금제도를 분석했다. 2000년 이후 매년 선진국의 퇴직연금제도를 분석하고 우리나라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를 꾸준히 연구했다.퇴직연금 전문가들이 이제는 200여 명에 이른다. 이뿐만 아니라 시중 퇴직연금기관들에는 대부분 교보생명 출신의 퇴직연금 전문가들이 배치돼 맹활약 중이다. 은행권, 증권사에도 교보 출신 퇴직연금 전문가들이 핵심 요원으로 뛰고 있다. 가히 퇴직연금 인재 사관학교인 것이다. 이들이 퇴직연금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음은 물론이다.최상의 전문가 집단은 제도 컨설팅, 투자 설계, 커뮤니케이션, RK, 연금 수리 각 분야의 인재를 골고루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퇴직연금 전문가 그룹의 핵심은 박진호 상무다.박 상무는 미국에서 16년간 퇴직연금 컨설팅 분야에서 활약한 최고의 전문가다. 실제로 박 상무를 영입하는 데는 1년이 꼬박 걸렸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교보생명의 투명한 기업가치, 윤리경영 정신이었다. 퇴직연금은 정직한 근로자의 돈을 대신 운용하는 것이니 만큼 기업 가치가 투명하고 사회에 공헌할 준비와 실적이 충분한 사업자를 택할 생각이었다고 한다.그는 귀국하자마자 감독당국, 노동부, 정부투자기관들을 휘젓고 다니며 퇴직연금이 어떻게 자리 잡아야 하는지 역설했다. 현장의 맨 앞에 설 수 있는 리더를 만나자 교보생명의 퇴직연금 인프라는 업계 최고로 완성됐다. 그 시점이 벌써 1년 전이다.한국형 퇴직연금 시스템 개발퇴직연금 시스템은 초기 투자비용이 100억 원대에 이른다. 교보생명 퇴직연금팀은 수많은 퇴직연금 시스템을 조사하면서 외국의 시스템이 한국에 적용하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결국 기존의 3000여 기업의 퇴직 규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국의 밀리먼연구소, 일본의 노무라연구소에 자문해 국내 최초의 한국형 퇴직연금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이 시스템은 이후 여러 운용 관리 시스템의 표준이 됐다.한국의 퇴직급여 지급식과 근속 관행 등을 반영한 200여 표준 모델이 반영됐다. 한국에만 있는 퇴직금누진제, 명예퇴직제, 퇴직일시금제도를 병행해 생기는 중간정산 등을 비교 분석할 수 있고 시장 금리의 자유로운 시나리오 분석도 이루어진다. 이러한 시스템의 장점은 무엇보다 기업이 원하는 자료, 정보를 원할 때 받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무자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요소다.교보생명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교보생명은 단순히 국내 퇴직연금 사업자를 염두에 둔 전략을 쓰지 않는다. 머지않아 국내에서도 글로벌 사업자들의 진입이 시작될 것이고 그들과의 한판 승부에서 승리를 거두고자 한다.그렇기 때문에 200조 원 이상의 퇴직연금 시장을 두고 교보생명은 지금도 분주하다. 잠재력이 큰 인재를 끌어 모아 최고의 전문가를 만들어 내고 있다.차 전무는 “교보생명의 시장 전략은 간단하다. 근로자와 기업에 모두 이익이 되는 올바른 퇴직연금제도를 추구하면 시장이 궁극적으로 알아줄 것이라 믿는다”며 “국내 시장에서의 견고한 시장 기반을 다진 후 중국 인도 일본 등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q이효정 기자 jenny@kbizweek.comINTERVIEW / 박진호 교보생명 퇴직연금담당 상무‘수익보다 안정성 택하세요’박진호 교보생명 퇴직연금담당 상무는 국내 최정상의 퇴직연금 전문가다. 미국의 유수의 퇴직연금 컨설팅 기업에서 16년이나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국내 유일의 미국 기업연금 정계리사이기도 하다. 정부나 경쟁사들에 컨설팅을 할 정도로 역량을 인정받고 있다. 그를 영입하기 위해 교보생명이 1년이나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그는 “단기적인 성과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잘라 말한다. “교보생명의 이익보다 고객 서비스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그렇다고 수익 창출에 관심이 없다는 얘기는 물론 아니다. 그의 시선은 좀더 먼 곳을 향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교보생명의 선택이 옳았음이 증명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퇴직연금은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노후자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므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을 찾게 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는 설명이다.“교보생명은 많은 강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국내에선 유일하게 오픈 플랫폼 제도를 도입해 고객에게 유리하다면 타사의 상품도 추천합니다. 또 선진적 기법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하기 때문에 성장과 안정 모두를 추구할 수 있습니다. 국제 회계 기준의 서비스도 일찌감치 실시하고 있습니다.”현재 퇴직연금 시장은 확정급여형(DB)보다 확정기여형(DC)이 우세하다. 이는 전 세계적인 추세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선 DB가 유리하다고 박 상무는 강조한다. 무엇보다 안정적인 데다 장기 수익률도 앞서기 때문이다. 투자는 개인적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으므로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라도 DB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다. 물론 DC가 유리한 경우도 있다는 전제 하에서다.박 상무는 국내 퇴직연금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우리보다 2~3년 빨리 제도를 도입한 일본보다 활성화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걸림돌이 없지 않다. 인지도가 낮은 데다 세제 혜택 등 퇴직연금 유도 정책이 부족하다는 것이다.“노후생활 준비 면에서 한국의 상황은 매우 심각합니다. 선진국에 비해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복지 수준은 열악합니다. 근속 연수도 짧습니다. 퇴직연금 활성화를 서둘러야 합니다. 내년엔 정부 산하기관과 외국인 투자 기업을 중심으로 관심이 좀더 높아질 것 같습니다.”2008년 이후 시장이 커지면 해외의 퇴직연금 기업들의 국내진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박 상무는 내다본다. 그 전에 그들과 맞설 실력을 쌓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란 전망이다. 하지만 교보생명은 충분히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박 상무는 자신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