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경영 중시하는 ‘정통 정유맨’

신헌철 사장(61)은 SK㈜의 전신인 대한석유공사에 입사해 SK가스와 SK텔레콤 등에서 경영 능력을 인정받은 뒤 2004년 친정인 SK㈜ 사장에 취임한 정통 ‘정유맨’이다. 1973년 4개 정유사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던 해인사 주유소 개발권을 따낸 것을 시작으로 1981년 호남정유(현 GS칼텍스)와의 시장점유 경쟁 승리, 1982년 대전지사장 시절 15개 주유소와 충전소의 성공적 투자 등 정유 업계의 신화를 만들어 온 인물이기도 하다.그는 정유 업계에서 탁월한 영업력을 보이면서 1995년에는 SK텔레콤의 전신인 한국이동통신 수도권 마케팅 본부장 겸 상무이사로 발령받았다. 통신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조정남 SK텔레콤 부회장, 김수필 SKC 사장, 최진모 전 SK텔레콤 전무 등과 함께 선발대 일원이 된 신 사장은 ‘기름장이’에서 통신업자로 변신한 뒤 매일 새벽 2∼3시에 퇴근해 옷만 갈아입고 아침 7시에 출근했다. 아예 1주일에 3∼4일은 사무실에 마련된 야전침대에서 잠을 자며 업무를 봤다. 결국 그는 회사의 기대대로 이동전화 및 무선호출 부문의 가입자가 급증하는 성과를 내놓았다.기름이나 통신상품이나 유통은 같은 구조로 이뤄져 있다는 것을 확신한 신 사장은 1998년 SK텔링크 대표이사 자리로 옮겨 다시 한 번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신 사장은 이후 2002년 SK가스 대표이사를 거쳐 2004년부터 SK㈜를 대표하고 있다.그가 사장에 취임한 이후 SK㈜는 영업력과 수익성이 모두 좋아지고 있다. 지난해 실적 분석 결과 이 회사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26% 늘어난 21조9146억 원에 달했다. 당기순이익은 전년의 1조6407억 원보다 약간 늘어난 1조6902억 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해 수준인 약 21조3000억 원의 매출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며 수익성 개선 노력과 석유 정제 마진 회복으로 지난해보다 2024억 원 늘어난 1조41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린다는 목표다.SK㈜가 지향하는 모습은 ‘아·태지역의 메이저 플레이어’다. 현재 국내 회사로서는 유일하게 세계 100대 석유기업에 포함돼 있는 SK㈜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현지화, 마케팅, 인력 양성 등을 통한 브랜드 파워를 강화에 힘쓴다는 각오다.특히 ‘사람을 어떻게 잘 관리하는가?’는 국내외 할 것 없이 신 사장이 경영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 중 하나다. 감성 경영을 중시하는 신 사장은 구성원의 감성을 잘 다스려주고 신뢰로 대하면 모든 구성원들이 자발적이고 의욕적으로 인간의 능력으로 도달할 수 있는 최고 수준에 이를 수 있다고 믿고 있다.그는 이런 감성 경영의 일환으로 맡은 바 업무를 충실히 하며 구성원의 모범이 되는 사원을 찾아 칭찬과 격려로 용기를 주는 ‘입의 방문’, 편지를 써서 진솔한 사랑의 마음을 전하는 ‘손의 방문’, 상대가 어려울 때 직접 찾아가는 ‘발의 방문’ 등을 실천하고 있다.신 사장은 마라톤 경영자로도 유명하다. 11번의 마라톤 완주 경험이 있다. 신 사장의 이른바 성실경영론도 마라톤으로부터 얻어진 교훈에서 나온 것이다. 마라톤에서 너무 욕심을 내고 달린 사람은 절대 결승점을 통과할 수 없으며 기업도 마라톤처럼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투자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신 사장은 불도저처럼 밀어붙이는 경영 스타일을 갖고 있지만 봉사활동에도 열심이어서 ‘외유내강’형 CEO라는 평을 듣고 있다. 그는 또 한번 맺은 인연은 지속적인 연락이나 모임 등을 통해 끈끈한 인간관계로 이어가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한번 신헌철을 알면 영원한 신헌철 맨이 된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다.신헌철 SK(주) 사장1945년생. 64년 부산상고 졸업. 72년 부산대 경영학 석사. 200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 수료. 72년 SK㈜ 입사. 81년 판매기획차장. 89년 경영기법개발부장. 95년 SK텔레콤 수도권마케팅본부장 상무. 98년 SK텔링크 대표이사 전무. 2002년 SK가스 대표이사 부사장. 2004년 SK㈜ 대표이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