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더 알아주는 ‘혁신 전문가’

김쌍수 LG전자 부회장(61)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인물이다.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함께 한국 전자 업계를 대표하는 최고경영자(CEO)다. 김 부회장이 이끌고 있는 LG전자는 전자 업계의 최대 격전장인 유럽과 미국에서도 인정받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LG전자의 가전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에어컨은 무려 7년째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냉장고와 세탁기는 필립스 일렉트로룩스 월풀 같은 쟁쟁한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LCD TV와 휴대폰 등 디지털 미디어 제품들도 소니 노키아 모토롤라 등을 바짝 뒤쫓고 있다.더구나 2003년 10월 LG전자 CEO에 오른 뒤 윤종용 부회장, 김동진 현대자동차 부회장 등과 함께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하는 ‘올해의 CEO’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이름을 올린 단골 중의 단골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그의 명성은 널리 알려져 있다. 오히려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알아주는 편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 위크>(2003년 ‘아시아의 스타 25인’ 선정)와 시사주간지 <타임>(2004년 ‘차세대 리더’ 선정)이 그를 주목했다. 그야말로 전문경영인으로서는 최고의 성공을 거둔 셈이다.하지만 올해 들어 그의 위상이 예전만은 못해졌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올 2분기까지의 경영실적이 뒷걸음질쳤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까지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휴대폰 사업에 빨간 불이 켜지면서 비상이 걸렸다. LG전자의 휴대폰 사업은 올 1분기 309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헤어나지 못할 깊은 늪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2분기에도 적자(영업 손실 30억 원)를 면치 못하자 ‘휴대폰이 LG전자의 발목을 잡고 있다’ ‘휴대폰이 LG전자 명성에 흠집을 내고 있다’는 평가들이 시장에서 쏟아졌다.사정이 이렇게 흘려가자 회사 안팎에서는 그의 거취를 입에 올리는 사람들마저 생겨났다. 3분기 실적이 발표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번 추락한 휴대폰 사업이 다시 정상 궤도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끝없이 곤두박질칠 것 같은 휴대폰 사업이 3분기 이후 회생의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그의 위상은 여전히 예전같지 않다.그는 생산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경영자다. 1969년 입사한 지 34년 만에 본사 근무를 시작했다. 냉장고 공장장과 세탁기 공장장을 맡아 품질을 세계적 수준으로 올려놓았다. 그는 무슨 일이든 뿌리를 뽑는 스타일이다. 그야말로 스스로 독하게 일했고, 임직원들에게도 ‘열정’을 강조한다. “나는 깨어있을 때 늘 회사 일을 생각한다. 잠을 자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일어나 메모한다.” 물론 이러한 그의 경영 스타일이 한계에 부닥쳤다고 꼬집는 이도 없지 않다.예컨대 그의 ‘혁신 10계명’ 중 가장 먼저 나오는 구절이 ‘5%는 불가능해도 30%는 가능하다’는 것이다. 5%를 개선하려면 기존에 하던 방식에서 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때문에 달성하기가 쉽지 않지만, 그와는 달리 30%라는 목표에 성공하려면 아예 접근법 자체를 바꾸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혁신을 하자’는 그의 의도와는 달리 그저 30%만 쫓아가는 사업장이 나올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그래서일까. 그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띄우는 ‘12월 CEO 메시지’를 통해 “눈앞의 일에 집착하는 ‘오리형 인재’가 아니라 넓은 세상을 바라보고 넓게 생각하는 ‘독수리형 인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3년의 CEO 임기를 마친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LG전자의 지휘봉을 잡을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그의 연임 여부와 상관없이 일에 대한 그의 열정과 강한 실행력, 그리고 그가 추진해 온 혁신스토리는 LG전자의 소중한 경영자산으로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약력: 1945년 경북 김천 출생. 69년 한양대 공대 졸업. 69년 LG전자 입사. 84년 냉장고공장 공장장. 88년 임원 선임. 96년 리빙시스템 사업본부장. 98년 부사장. 2000년 디지털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장. 2001년 사장. 2003년 부회장 CEO(현)jun@kbizweek.com김쌍수 LG전자 부회장1945년 경북 김천 출생. 69년 한양대 공대 졸업. 69년 LG전자 입사. 84년 냉장고공장 공장장. 88년 임원 선임. 96년 리빙시스템 사업본부장. 98년 부사장. 2000년 디지털어플라이언스 사업본부장. 2001년 사장. 2003년 부회장 CEO(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