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철강사 다시 쓰는 ‘글로벌 리더’

요즘 이구택 포스코 회장(60)은 질적 측면의 ‘글로벌 톱3’과 양적 측면의 ‘글로벌 빅3’ 전략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세계 철강업체들의 인수·합병(M&A)을 통한 대형화, 중국 등 신흥 철강 국가들의 거센 도전 등으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지속적인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다.‘글로벌 톱3’은 기술력과 노하우가 축적된 국내에서는 고부가가치화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해 질적 성장을 달성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글로벌 빅3’은 해외에서 전략시장을 중심으로 투자 규모를 확대해 양적 성장을 추구하는 것을 뜻한다. 국내와 해외에서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중국 내 3대 스테인리스 업체 부상이 회장은 ‘글로벌 톱3’ 도약을 위해 2008년까지 국내 생산 전략제품 비율을 80%대까지 높일 수 있도록 자동차 강판 생산설비 증설, 전기강판 및 후판 설비 현대화 등 제품 고급화를 유도하고 있다. 특히 ‘파이넥스’, ‘스트립 캐스팅’ 등 포스코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혁신공정 상용화 투자를 늘려 글로벌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고, 광양 2고로 개수 등 설비 현대화를 통해 국내 생산 능력을 3500만 톤 수준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글로벌 빅3’ 달성을 위해 중국 인도 등 전략시장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1월 포스코는 중국 내 외국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스테인리스 스틸 일관 생산설비를 준공해, 중국 내 3대 메이저 스테인리스 철강 업체로 급부상했다. 1200만 톤 규모의 인도제철소, 베트남 냉연 및 열연설비, 멕시코 자동차강판공장 건설 등도 순조롭게 진행돼 이 회장의 글로벌 성장전략에 한층 탄력이 붙고 있다.포스코가 인도 동북부 오리사 주에 건설 예정인 인도제철소는 포스코의 최첨단 독자기술인 파이넥스 공법을 채택해 2010년까지 슬래브 150만 톤, 열연제품 250만 톤 등 연간 400만 톤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포스코는 인도 정부로부터 향후 30년간 사용할 수 있는 6억 톤의 철광석 광권을 확보한 데다 지난 11월 제철소 부지 전체가 ‘특별경제구역’ 승인을 받아 사업 추진이 한층 수월해졌다. 특별경제구역으로 지정되면 각종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고 행정 절차도 대폭 간소화된다.베트남에 추진 중인 ‘하공정’ 건설 프로젝트도 지난 11월 베트남 정부로부터 최종적인 투자 승인을 받았다. 베트남 공장은 인도제철소가 완공되면 슬래브와 열연 등 소재를 직접 공급받게 돼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2010년 이후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베트남 지역의 열연 및 냉연 제품 공급 부족에 대응한 시장 선점이 가능해졌다.포스코는 철광석 산지인 인도에 ‘상공정’ 투자를 하고, 시장이 급속히 팽창하는 중국 베트남 멕시코 등에 최종제품 생산설비를 지어 ‘쇳물을 만드는 제강은 원료가 있는 광산 근처에서, 제품 생산은 시장 근처에서’라는 세계 철강 산업의 새로운 트렌드를 한발 앞서 주도한다는 구상이다.이구택 회장은 최근 신입사원 대상 특강에서 “국내 철강 산업이 성숙기에 접어들 때를 대비해 다른 업종 진출을 고려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포스코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철강업이 성공할 수 있는 지역에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회장은 중국 인도 동남아 멕시코 등을 유망 지역으로 꼽고 “어딘가에 철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가장 최후까지 철강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회사가 포스코가 됐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치기도 했다.포스코는 지난 6월 광양제출소에 ‘No.6 CGL’을 준공해 ‘세계 최고 자동차 강판 공급사’로서의 위상을 굳혔다. 포스코는 지난해 자동차의 복잡한 형상 제조를 위한 ‘하이드로포밍’ 공장을 완공한데 이어 지난 2월에는 초고강도 부품 가공을 위한 ‘열간프레스성형’ 공장, 8월에는 두께와 강도 재질이 서로 다른 강판을 적절한 크기 및 형상으로 절단해 레이저로 용접하는 ‘맞춤식 재단용접강판(TWB)’ 공장을 각각 완공했다.또한 자동차 강판의 글로벌 생산,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 내년 10월 북미지역 신흥 자동차 생산기지로 각광받는 멕시코에 현지 공장을 착공한다. 포스코는 중국 인도 동남아 등 13개 지역에 가동 중인 자동차 강판 가공센터도 30개 이상으로 대폭 늘릴 계획이다. 1997년 설립된 포스타이와 그동안 동남아시아의 판매 관리 기능을 담당하던 방콕사무소를 통합해 지난 9월 포스코타일랜드를 출범시키기도 했다.이구택 회장은 혁신 경영과 윤리 경영의 전도사로도 손꼽힌다. ‘6시그마’는 이 회장의 주특기다. 지난 2002년부터 전사적으로 6시그마를 추진해 온 포스코는 지난 8월 일본 도요타의 방법론을 접목한 ‘포스코형 6시그마 모델’을 개발하기도 했다. 현재 6시그마는 전 직원의 60% 가까이가 관련 전문가 자격증을 갖고 있을 만큼 포스코 내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다.또한 이 회장은 회사 이윤과 기업윤리가 상충될 경우 주저 없이 기업윤리를 선택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한국기업윤리학회로부터 ‘기업윤리 대상’을 받은데 이어 최근에는 한국투명성기구에서 주는 ‘투명사회상’ 단체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한 계열사 임원으로부터 업종 특성상 기존 영업 관행을 따를 수밖에 없다는 말을 듣고 버럭 화를 내며 “기존 관행을 고집하려면 사업을 접으라”고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관행 고집하려면 사업 접어라’선진적인 지배구조도 포스코의 자랑거리다. 포스코는 1997년 국내 대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사외이사 제도를 도입한 이후 지속적으로 이사회 중심 경영을 추구해 왔다. 현재 이사회 구성원 15명 가운데 9명을 사외이사가 차지하고 있다. 사외이사 선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자문단도 설치했다. 또한 올 초 주주총회에서는 CEO와 이사회 의장직을 분리하고 사외이사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해 신선한 충격을 줬다.지배구조 문제에 대한 이 회장의 신념은 확고하다. 이 회장은 일본의 한 철강전문가가 포스코의 지배구조가 지나치게 엄격한 것 아니냐고 묻자 “포스코의 모델이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보기 드문 형태인 것은 분명하지만, 국내 기업의 모범이 되도록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며 “기업의 투명성 확보가 기업가치 상승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이구택 포스코 회장1946년 경기도 김포 출생. 64년 경기고 졸업. 69년 서울대 금속공학과 졸업. 69년 포항제철 입사. 82년 수출부장. 86년 경영정책부장(부소장). 88년 이사. 96년 포항제철소장(부사장). 98년 대표이사 사장. 2003년 포스코 대표이사 회장(현). 2005년 국제철강협회(IISI) 부회장(현). 2005년 포스코 청암재단 이사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