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하오리까?…쇠고기 뼛조각

농림부는 미국에서 날아온 ‘뼛조각’ 때문에 곤혹스럽다.광우병 파동으로 지난 2003년 12월 이후 중단됐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2년10개월만인 지난 10월말부터 재개됐지만 수입 제외 대상인 뼛조각이 잇따라 발견돼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이에 대해 쇠고기 수입 검역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잇따라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을 검출해내는 ‘쾌거’를 올렸다는 박수도 나오지만 정작 정부 내에선 한·미자유무역협정(FTA) 등 대사(大事) 앞두고 소탐대실의 실수를 범하는 것이란 따가운 시선도 있기 때문이다.농림부 고위 관계자는 “재정경제부나 외교통상부 사람들 중에는 사석에서 ‘한·미 관계나 FTA 등을 고려할 때 검역 기준이 너무 엄격한 것 아니냐’고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며 “위생 조건에 따라 검역을 철저히 해야 하는 농림부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실토했다.실제 재경부 관계자는 “국민 여론도 있고 농림부 입장에선 위생 조건을 엄밀히 따지는 게 당연하지만 FTA 등 전체적인 한·미 통상 관계를 생각하면 정부 입장이 좀 곤란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물론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 확보가 중요하지만 이 문제 때문에 한·미FTA 등이 잘 풀리지 않는다면 전체 국익 측면에선 손해”라고 설명했다.그렇다고 농림부가 검역 과정에서 찾아낸 뼛조각을 눈감아 주거나 검역을 소홀히 할 수도 없는 처지라는 데 고민이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원천 반대하는 시민단체나 일부 국민들의 감시 눈초리가 무섭기 때문이다.이를 반영하듯 인터넷 공간에서 네티즌들은 농림부의 조치를 지지하고 있다. 지난 11월 말부터 미국산 쇠고기 1차, 2차, 3차 수입분에서 잇따라 뼛조각이 발견돼 검역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는 보도기사 밑에는 “정부 잘 한다” “농림부 멋져요” 등 응원성 댓글이 꼬리를 물었다.‘한·미FTA 앞두고 소탐대실’ 눈총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12월초 한·미FTA 5차 협상에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엄격한 검역을 문제 삼았던 미국은 조만간 쇠고기 수입 검역 조건 완화를 위한 협상을 공식 요구할 전망이다. 미국 측은 소 도축이나 쇠고기 가공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광우병과는 무관한 뼛조각이 쇠고기에 묻을 수 있는데 그것까지 문제 삼는 건 너무 심하다는 입장이다.이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협상을 벌여야 하는 농림부는 또 한번 곤혹스런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양보할 수도, 안 할 수도 없는 진퇴양난의 처지에 놓일 수 있기 때문이다.사실 지난 1월 한·미 두나라가 합의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 조건에는 현재 뼛조각과 관련된 구체적 검역 기준이 없기 때문에 협의가 필요하긴 하다. 수입 위생 조건엔 ‘태어난 지 30개월 미만의 소에서 나온 뼈 없는 살코기만 수입한다’고만 규정돼 있다. 검역 때 전수조사를 할지 여부, 뼛조각은 어느 정도 크기까지 문제 삼을지 등에 대한 구체적 기준은 없다.현재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X-레이 검출기로 전수조사를 벌이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나라 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골수에 광우병 원인체가 포함될 수도 있다는 일부 학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뼈를 수입 대상에서 제외했고, 이 뼈를 X-레이 검출기로 밀리미터(mm) 단위까지 찾아내는 것이다.객관적으로 보면 한국의 쇠고기 검역이 까다로운 건 사실이다. 지난 3월과 4월 각각 홍콩과 대만이 뼈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미국산 쇠고기를 반송했지만 ‘뼛조각’ 크기는 아니었다. 또 현재 미국산 쇠고기 수입국 가운데 X-레이 검출기까지 동원해 뼛조각을 찾아내는 나라도 한국이 유일하다.이런 사정을 농림부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곤혹스러운 것이다. 농림부 관계자는 “객관적으로 우리나라 수입 검역이 가장 까다롭다는 걸 알지만 국민 정서나 일부 시민단체의 시선 때문에 검역 조건을 완화해 주기 힘들다”며 “그렇다고 앞으로도 계속 지금처럼 모든 미국산 쇠고기를 X-레이로 전수조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고민”이라고 말했다.요즘 농림부는 제발 미국산 쇠고기에서 뼛조각이 나오지 않기만을 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