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4.50% 유지…외화예금 지준율 7%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2월 7일 연 4.5%인 콜금리 목표치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또 요구불 외화예금의 지급준비율을 현행 5.0%에서 7.0%로 인상, 12월 23일부터 적용하기로 했다.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2분기 이후 경제 성장 속도가 감속되고 일부에서는 경기 침체로 발전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으나 최근 몇 달을 보면 기우였다”며 “현재로서는 우리 경제가 내년에도 견실하게 회복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또 “향후 통화정책은 신축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말해 한두 달 정도 더 지켜본 뒤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이번 콜금리 동결 조치는 외환시장 불안 등 경기의 불확실성을 포괄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통위는 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하는 등 과잉 유동성의 폐해가 일부 포착되고 있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이 다소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는 한편, 부동산 문제는 기본적으로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사안이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보인다.대신 환율과 경기에 중점을 두고 검토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원·달러 환율의 하락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에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원·달러 환율은 최근 한 달여간 5% 가까이 하락했다. 더욱이 수출 의존도가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환율 문제를 간단하게 볼 수 없을 것이란 의견이다.금통위는 이 같은 국면에서 종종 ‘상황을 좀 더 예의주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코멘트와 함께 동결 카드를 써왔다.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라는 얘기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국내 경기 및 내년 경기 전망이 아직 불투명한 상태에서 동결 카드는 적절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또 소비자물가와 근원인플레이션이 모두 안정돼 있기 때문에 통화가치 안정 차원에서 금리를 올릴 만한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것도 동결 조치의 이유로 꼽힌다. 12월 23일부터 시행되는 지급준비율 인상에 따른 파급 효과 또한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여러모로 섣부른 금리 인상을 경계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더구나 한은은 최근 내년 경제전 망을 발표하면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4.4%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2000년부터 2004년까지 GDP 성장률 평균이 5.4%였음을 감안하면 미흡한 수준인 데다 미국 경제의 경착륙, 유가 급등, 북핵 사태 악화, 대통령 선거 등 돌발 변수도 많다. 현재 경기가 별로 좋지도 않은 데다 전망도 불투명해 금리 인상을 선제 단행하기는 위험 요소가 많은 것이다.금통위는 또 외화 부문의 유동성 증가를 억제하고 원화예금과의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 요구불 외화예금의 지급준비율을 5%에서 7%로 인상했다. 2000년 4월 7%에서 5%로 내렸던 것을 다시 올린 것이다. 저축성외화예금과 외화양도성예금증서 지준율 2%와 특수주체 외화예금 지준율 1%는 현행 그대로 유지했다.요구불 외화예금에 대한 지준율 인상은 원화예금 지준율 인상과 보조를 맞춘 조치로 풀이된다. 요구불 외화예금은 10월 후반 평균 잔액이 134억1000만 달러로 지준율 인상에 따른 지급준비금 부담은 2억6000만 달러 늘어날 것으로 추정됐다.한편 한은이 최근 내년 경제에 대해 “내년 상반기로 가면서 경기 회복세가 빨라질 것”이라고 밝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는 민간연구소들의 전망에 비해 낙관적인 견해다. 전문가들은 이런 시각이 나아가 내년 상반기에 한두 차례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한두 달 지켜 본 뒤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여기에서 나왔다.이번 콜금리 동결 조치는 증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다만 외화예금 지준율 인상으로 원화 강세(환율 하락) 기조가 완화되면서 증시에 간접적인 효과는 기대된다. 오현석 삼성증권 연구위원은 “경기 부양과 부동산 가격 안정 사이에서 고민하던 금통위가 콜금리 동결 쪽으로 결론을 냈다”며 “예상된 결과라는 점에서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중립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