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압승… 경제 성장 ‘1등 공신’

역대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냉혹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재임 중 공과를 놓고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지는 까닭이다. 최근 들어 전임 대통령 가운데 뜨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많은 비판을 받는 이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이와 관련된 질문을 했다. ‘역대 대통령 중 최고의 경제 대통령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이었다. 현직 대통령을 제외한 역대 대통령 모두를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그렇다면 응답자들이 뽑은 역대 최고의 경제 대통령은 누구일까. 결과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압승으로 끝났다. 박 전 대통령은 78.2%의 지지율로 단연 1위를 차지했다. 4명 가운데 3명 이상이 그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이어 2위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돌아갔다. 김 전 대통령은 13.2%의 지지를 얻었다. 이 밖에 전두환 전 대통령이 3.3%로 그 뒤를 이었다. 나머지 전직 대통령들은 거론되지 않았다. 1980년대 이후 대통령을 한 사람 가운데 노태우 김영삼 전 대통령의 경우 단 한 표도 얻지 못했다. ‘아무도 없다’는 대답을 한 비율은 5.3%였다.역대 대통령에 대한 두 번째 질문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물었다. 예를 들어 박 전 대통령을 최고의 경제 대통령이라고 보는 까닭을 물은 것이다. 실제로 박 전 대통령의 경우는 지지자의 76.5%가 ‘경제발전·경제성장’ 항목에 표를 던졌다. 이어 ‘어려운 시절을 잘 이겨냄’(7.6%), ‘새마을운동’(5.9%), ‘국민 중심에 서서 일을 함’(4.2%) 등을 택한 사람도 있었다.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외환위기 극복’을 꼽은 응답자가 75%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 시절 발생한 외환 위기를 잘 이겨낸 점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또 전두환 전 대통령은 ‘경제발전·경제성장’과 ‘물가안정’에서 똑같이 40%를 얻었다.설문조사 결과에서도 나타났듯이 한국 경제가 성장하는 데는 박 전 대통령의 공이 매우 큰 것으로 평가받는다. 1~4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진행했고, 새마을운동 등 근대화 운동도 추진했다. 경부고속도로 건설과 중화학공업 육성, 수자원 개발 등을 거론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수치상으로도 재임 18년 동안 연평균 9.1%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경제 순위도 1962년 101위에서 79년 49위로 끌어올렸다. 1억 달러도 안 되던 수출을 150억 달러대로 올려놓기도 했다.박 전 대통령이 독주를 한 것은 최근의 ‘박정희 신드롬’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대선 주자들 사이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앞 다퉈 박정희 생가를 찾고 그의 업적을 칭송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경제 대통령에 대한 열망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내놓는다. 나성린 한양대 교수는 “최근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경제에 밝은 대통령을 기대하는 국민들이 크게 늘어났다”고 진단했다.경제가 어려울수록 국민들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지도자를 원한다. 최근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부동산 등 경제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2007년 대선에서 꼬일 대로 꼬인 경제 문제가 누구에게 유리하게 작용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