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부동산이 관건 ‘이구동성’

‘성장에 무게중심을 둬라.’경제 대통령에게 내려진 특명이다. 전문가들은 수많은 경제 문제 중 무엇보다 ‘성장’에 정책적 역량을 모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체 32.2%가 ‘경제 성장’을 차기 대통령이 수행해야 할 최대 과제라고 지적한 것이다. 특히 학계에선 절반 이상(53.3%)이 이렇게 답해 기업(41.9%)이나 경제부처 공무원(43.3%)보다 많은 ‘성장 갈증’을 나타냈다. 반면 언론과 경제 관련 기관에선 각각 12.9%, 10.0%가 경제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응답해 전문가 그룹 간 시각 차이가 적지 않았다.경제기관, 서민생활안정 ‘1순위’부동산 문제 해결도 미뤄서는 안 될 임무로 꼽혔다(16.4%). 특히 언론 쪽에서 이 같은 의견이 많이 나왔다(32.3%). 하지만 나머지 4개 그룹에선 6~16% 정도만이 부동산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답해 상당한 인식 차이를 보였다. 경제 관련 기관들은 서민생활 안정을 가장 중요한 일로 꼽았다(23.3%).흥미로운 점은 연령에 따라서도 의견이 상당히 다르다는 점이다. 우선 나이가 많을수록 성장을 원했다. 30대 이하에선 22.2%, 40대에선 26.7%가 성장이 중요하다고 한 반면 50대 이상 전문가들은 무려 59.4%나 성장이 급하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문제에선 반대 결과가 나왔다. 연령이 높을수록 별스럽지 않은 문제라고 응답한 것이다. 30대는 22.2%, 40대는 18.7%, 50대 이상에선 3.1%가 부동산 문제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주택 소유 여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이 밖에도 풀어야 할 경제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전문가들은 답했다. 서민생활 안정(10.5%), 성장과 분배의 균형발전(9.2%), 기업규제 완화(5.3%), 성장동력 확충(3.9%) 등이 대표적이다. 서민생활 안정은 특히 경제 관련 기관에서 주문이 많았다. 23.3%가 서민생활 안정이 중요하다고 응답해 경제 성장이나 부동산 문제보다 시급한 문제로 꼽았다. 반면 학계에선 서민생활 안정을 꼽은 전문가는 한 명도 없었다.‘적재적소’라는 말이 있다. 어떤 임무든 이를 보다 잘 해결할 인물이 있다는 얘기다. 경제 문제도 마찬가지다. 전 국민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부동산 문제의 해결사로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압도적인 차이로 1위를 차지했다. 무려 63.8%의 지지를 얻어 2위인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13.8%)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였다는 경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고건 전 국무총리는 11.2%를 얻어 3위에 그쳤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4.6%),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2.6%),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1.3%)은 5% 이하의 낮은 득표율을 나타냈다.물가안정 부문에서도 이 전 시장이 최적의 인물로 꼽혔다(42.8%). 기업(51.6%)과 경제 관련 기관(46.7%)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결과다. 고 전 총리는 29.6%의 표를 얻어 2위에 올랐다. 특히 언론에서 많은 지지를 받았다(41.9%). 11.2%를 기록해 3위를 차지한 박 전 대표는 기업에서 매우 저조한 성적(3.2%)을 받았지만 학계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20.0%)를 얻었다.‘일자리’ 부문에서도 이 전 시장이 2위와 3배 이상의 격차를 벌이며 1위를 차지했다. 45.4%의 지지를 받아 2위인 손 전 지사(15.1%)를 크게 앞질렀다. 김 의장은 14.5%를 얻어 근소한 차이로 3위를 기록했다. 손 전 지사는 언론(0%)과 30대 이하 연령층(4.4%)에서 유난히 약한 면모를 보였고 김 의장은 학계(3.3%)와 50대 이상(6.3%)에서 지지기반이 약한 것으로 나타났다.소득 증대, 기업경쟁력 강화, 산업공동화 방지, 소득격차 해소 등 다른 부문에서도 이 전 시장이 1위를 ‘싹쓸이’했다. 특히 소득 증대에서는 73.0%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소득 격차에선 사정이 달랐다. 김 의장과 2.8%포인트의 차이로 ‘진땀 승’을 거둔 것. 서민적 이미지가 강한 김 의장은 25.7%를 얻어 1위인 이 전 시장(28.3%)과 박빙의 승부를 벌였다. 특히 경제부처 공무원들은 김 의장(46.7%)이 이 전 시장(10.0%)보다 소득 격차 해소 문제를 잘 풀 것으로 기대했다. 산업공동화 문제를 풀 적임자와 관련해서는 경기도지사 시절 외자 유치 성과가 많았던 손 전 지사가 23.0%를 얻어 이 전 시장(42.8%)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73.7% ‘경제 좋아질 것’국가 경제의 근간은 뭐니 뭐니 해도 기업의 경쟁력에 달려 있다. 기업이 잘 돼야 경제가 사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한국의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기반 산업은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 중국의 추격에 밀리고 선진국의 문턱은 아직 높다. 이른바 ‘넛 크래킹’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신흥산업국의 추격을 따돌리고 선진국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어떤 산업에 힘을 실어야 할까.전문가들은 전자산업에 전력투구할 것을 주문했다. 선진국 대열 합류를 위해 차기 정부가 역점을 둬야 할 산업으로 전문가들은 전자산업을 1순위를 꼽았다(22.4%). 반도체, 휴대전화, 가전 등 지금도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분야를 더욱 키워 범접할 수 없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조언이다.2위는 금융산업이었다(21.1%). 선진국들은 예외 없이 금융 산업이 잘 발달해 있다. 금융자본주의란 말이 있을 정도로 금융은 현재 세계 경제의 큰 축으로 자리 잡은 상태. 하지만 국내 금융 산업은 세계적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게다가 국경 없는 자본의 세계화가 본격화되고 있어 금융 산업의 선진화는 급박한 요구임에 분명하다. 특히 언론(29.0%)과 학계(26.7%)에서 이런 의견이 많았다.3, 4위에는 차세대 황금시장으로 불리는 통신(19.7%)과 생명공학(15.8%)이 이름을 올렸다. 통신은 학계(23.3%)와 경제부처 공무원(23.3%) 그룹에서, 생명공학은 학계(26.7%)와 기업(22.6%)에서 많은 추천을 받았다. 물류 및 유통(8.6%), 에너지 및 화학(5.3%), 건설(4.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그동안 한국 경제를 이끌어 왔던 철강(0.7%)과 자동차(0.7%)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은 매우 적었다.선거는 새로운 희망을 기원하는 축제의 장이다. 더 나은 미래로 인도하는 지도자가 나오기를 고대하며 유권자들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다. 이번 조사에서도 ‘희망’의 힘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전문가들의 73.7%가 차기 정부에서의 경제 상황이 현재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응답한 것이다. 특히 학계는 86.7%가 개선에 대한 희망을 피력해 눈길을 모았다. 반면 경제 관련 기관은 56.7%가 개선될 것이라고 답해 상대적으로 근심어린 전망을 내놓았다. 30대 64.4%, 40대 77.3%, 50대 이상 78.1% 등 연령이 높을수록 나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많은 점도 주목할 만하다.경제 발전은 대통령의 힘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정치권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경제 발전의 소임에 적합한 정당으로 한나라당을 꼽았다(50.0%). 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현 정부에 실망해서’라는 항목이 13.8%를 차지해 가장 높은 빈도를 보였다. 잘할 것 같아서라기보다 현 여당에 대한 반감이 한나라당 지지로 나타난 것이다.정치에 대한 실망감 다른 항목의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경제 발전과 정당은 무관하다’는 의견이 23%나 됐고 지지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도 44.7%에 달했다. 열린우리당(7.9%)과 민주당(3.9%)의 지지율은 민주노동당(9.2%)에도 미치지 못했다.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언론계 전문가는 9.7%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