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급형 제품에 대거 장착…‘인텔 벽 넘는다’
PC업계를 영원히 지배할 것 같았던 윈텔(Wintel) 진영에 AMD가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CPU 부문에서 인텔에 가려 2인자로 만족해야 했던 AMD가 세를 불려나가고 있는 것. 그동안 AMD CPU는 일부 PC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낮추거나 보급형 제품군을 내놓기 위해 채택됐다. 하지만 최근에는 최신 제품에도 AMD CPU를 장착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에 따라 마이크로소프트 ‘윈도’(Windows) 운영체제와 인텔(Intel) CPU를 사용하는 PC를 일컫는 ‘윈텔’이 그동안 그림자에 가려 있던 AMD 총공세에 적지 않게 당황하는 분위기다.기술력 수준 인텔에 버금그동안 인텔은 CPU, 주기판칩셋, 무선랜 등을 하나로 묶은 플랫폼을 내놓아 노트북PC 시장에서 다른 CPU업체들에 높은 진입장벽을 만들어 놓았다.하지만 견고하게만 보였던 인텔의 높은 벽은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노트북PC 동향을 살펴보면 보급형 제품을 중심으로 AMD CPU를 탑재한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 그동안 AMD CPU 채택을 꺼리던 브랜드 PC업체들도 노트북PC에 AMD CPU 비중을 늘리고 있는 추세다. 특히 창사 이후 인텔 CPU만 고집했던 세계적인 PC 제조업체 델이 올해부터 AMD CPU를 채택한 것에 업계는 AMD 위상이 이전과 달라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삼성전자 등 국내업체들도 자사 PC제품에 AMD CPU 비중을 높이고 있다.더욱이 AMD는 지난 7월 세계적인 그래픽칩셋 업체 ATI를 인수함에 따라 노트북PC 시장에서 더욱 입지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인텔과 같은 플랫폼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는 든든한 동반자를 얻은 것이다. ATI는 그래픽칩셋 전문업체 중 노트북PC에 사용되는 그래픽칩셋 1위를 차지하고 있다.AMD 노트북PC가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가격적인 면을 들 수 있다. 업계에서는 인텔과 AMD의 동급 CPU를 기준으로 비교했을 때 AMD CPU를 사용하는 것이 최소한 5% 또는 그 이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한다.원가가 줄어드는 만큼 혜택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0.1%라도 원가를 절감하고 싶은 업계에서는 브랜드 파워는 높으나 비싼 인텔 CPU보다 쓸 만한 성능에 감당할 만한 가격의 AMD CPU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이전에는 AMD CPU가 인텔 CPU보다 각 부품 및 프로그램 등에서 호환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나 이제 그런 문제도 없다.일각에서는 가격적인 면뿐 아니라 기술적인 면에서도 AMD가 인텔에 앞서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전문가들은 AMD가 그래픽칩셋 업체 ATI를 인수한 것에 주목하며 이를 AMD가 노트북PC 부문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요소로 보고 있다. 현재 노트북PC에 사용되는 그래픽칩셋은 ATI, 인텔, 엔비디아 등이 있으며 대부분 업체들은 ATI 그래픽칩셋을 사용하고 있다. AMD는 향후 ATI 기술력과 자사 기술력을 합해 ‘AMD CPU + ATI 그래픽칩셋’이라는 강력한 조합을 무기로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AMD는 멀티코어 CPU(명령어를 처리하는 코어가 여러 개 들어 있는 CPU. 코어가 많을수록 여러 가지 작업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 부문이 향후 PC시장을 이끌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국내외 노트북PC 생산업체와 손잡고 멀티코어 노트북PC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대표적인 AMD 노트북PC용 듀얼코어 CPU(코어가 2개인 CPU)인 ‘AMD 튜리온 64X2’는 성능은 높이고 전력소모는 낮춘 제품이다. AMD는 가격이 낮은 ‘셈프론’ CPU로 보급형 노트북PC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15인치 노트북이 70만원대예전에 비해 AMD 제품 성능은 무척 높아졌으나 아직까지 AMD CPU 장착 제품은 보급형이 주를 이루고 있다. 소비자들도 최고급 성능을 가진 제품보다 인터넷, 문서작업, 간단한 게임 등 일반 용도에 맞는 보급형 제품군 중에 가격이 낮은 AMD CPU 제품을 많이 찾고 있다.삼성전자에서 출시한 ‘센스 G10’은 AMD 셈프론 3400+(1.8Ghz) CPU를 사용한 ‘데스크노트PC’다. 17인치 LCD를 장착한 이 제품은 노트북PC처럼 생겼지만 하드디스크드라이브, 메모리, 광학드라이브 등 데스크톱PC용 부품을 사용한 것이 특징이다. 배터리는 옵션으로 구입해야 하지만 이동이 적은 사무직원이나 집안에 거추장스러운 연결선이 싫은 사람이라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가격은 90만원대.지난해 AMD CPU를 장착한 90만원대 노트북PC를 출시해 가격파괴를 이끌어왔던 삼보컴퓨터는 광드라이브를 채택한 15인치 LCD 장착 올인원 노트북PC뿐 아니라 12인치 ‘대 서브노트북PC’까지 다양한 제품에 AMD CPU를 채택하고 있다.AMD 모바일 셈프론 3100+(1.8㎓) CPU를 장착한 삼보컴퓨터의 15.4인치 와이드 LCD 노트북PC ‘AV6120-KU1’은 업무용, 가정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보급형 노트북PC다. 외부출력단자를 이용해 TV와 연결해 영화 등을 감상할 수 있어 세컨드 PC로도 제격이다. 가격은 70만원대 초반으로 데스크톱PC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외국계 업체 중에는 HP와 후지쯔가 AMD CPU를 탑재한 노트북PC를 많이 출시하고 있다. 다른 업체들보다 일찍 AMD 제품을 내놓은 HP는 100만원 미만 보급형 제품부터 튜리온64 CPU를 장착한 고급형 제품까지 폭넓은 제품군을 확보하고 있다.한국HP가 판매 중인 ‘V318AU’는 ‘튜리온64X2 TL-52(1.62Ghz)’ 듀얼코어 CPU를 장착한 14.1인치 와이드 LCD 장착 올인원 노트북PC다. DVD±RW 드라이브를 장착했으며 업무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환경에도 최적화됐다.한국후지쯔가 출시한 13.3인치 와이드 LCD 노트북PC ‘S2110TR37MK’는 64비트 CPU ‘튜리온64 MT-37(2.0Ghz)’을 채택했다. 1GB 메모리에 넉넉한 100GB 하드디스크드라이브를 장착해 비즈니스 용도로 적합한 이 제품은 무게가 1.68㎏으로 이동이 잦은 영업사원들 및 대학원생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가격은 140만원대.불과 1년 전만 해도 AMD CPU를 장착한 노트북PC는 보급형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물론 아직까지 대부분 PC업체들은 보급형 AMD CPU를 장착한 제품을 내놓고 있지만, 일부 업체에서 64비트 듀얼코어 CPU를 장착한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고 있으며 다른 업체들도 이를 고려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AMD 노트북PC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물론 아직까지 노트북PC를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게 AMD가 인텔에 비해 브랜드 파워는 약한 것이 사실이다. 이 부분은 AMD가 노트북PC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200만원이 넘는 제품을 구입할 때와 100만원 미만 제품을 구입할 때 브랜드 충성도보다 낮은 가격이라는 장점이 소비자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는 것을 감안하면 노트북PC 시장에서 AMD의 기회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특히 최근에는 노트북PC보다 크기를 줄여 휴대성을 높인 울트라모바일PC, 초소형 PC가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 부문에도 AMD CPU를 장착한 제품이 늘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초소형 PC의 경우 부품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은 AMD CPU를 채택하면 그만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제조사들이 AMD CPU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라온디지털이 출시한 초소형PC ‘베가’는 AMD 지오드 LX800(500㎒)을 사용했다. 4.3인치 LCD를 장착하고 한손에 쏙 들어오는 제품으로 크기는 PMP 수준이지만 윈도XP가 구동되고 인터넷, 오피스 프로그램을 쓸 수 있다. 이외에도 많은 PMP 업체들이 저전력에 낮은 가격이라는 강점으로 가지고 있는 AMD CPU를 채택한 초소형 PC를 출시할 예정이어서 노트북PC 시장뿐 아니라 초소형 PC 부문에서도 AMD 입지가 넓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