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 원당 등 10개 지역 ‘새옷’ 갈아입어

서울에 이어 경기도에도 뉴타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 11월17일 경기도는 부천 소사, 남양주 덕소 등 9개시 10곳을 1차 뉴타운사업지구로 선정한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민간위주로 진행돼 온 소규모 재건축 재개발 사업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역적, 단계적으로 뉴타운 사업을 추진한다는 게 김문수 경기도 지사의 발표 요지였다.경기도 뉴타운 1차사업지구는 주거지형이 50만㎡ 이상, 중심지형은 20만㎡이상인 지역으로 선별됐다. 부천 고강지구, 군포 금정지구가 중심지형이며 나머지 8곳은 모두 주거지형으로 개발된다. 이들 지역은 발표와 함께 모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20㎡ 이상의 토지를 거래할 경우 자금조달계획서, 실수요자 증명서 등을 해당 지자체에 재출한 뒤 허가를 받아야 토지를 거래할 수 있다. 이르면 내년 초 지구지정을 거쳐 2009년부터 착공, 각각 2015~2020년 사이 완공할 계획이다.뉴타운 발표 후 해당지역 부동산시장은 한마디로 ‘기대만발’ 분위기다. 광명시 광명동 일대 단독주택 가격은 평당 1,300만원선으로 호가가 올라 서울 뺨치는 수준이 됐다. 두개 지구가 지정된 부천시 역시 2주 남짓한 사이 가격이 수직상승했다. 부천시 고강동 B공인 대표는 “지은 지 10년 이상 지난 노후 다세대빌라 호가가 평당 800만원까지 올랐다”면서 “나와 있던 매물도 거둬들이고 있어 거래는 별로 없다”고 밝혔다. 투기 방지를 위해 토지거래허가제가 실시되고 개발 예정지의 구체적인 위치가 나온 것도 아니지만 이미 현지시장은 열기로 달아오른 것이다.하지만 이번 발표 이후 부동산시장 일각에서는 “가뜩이나 불안한 시장에 기름을 부은 격”이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시장 안정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하는 시점에 오히려 지자체가 ‘광풍’을 부채질했다는 것이다. 한 시세정보업체 관계자는 “별다른 호재가 없었던 지역에 굵직한 개발안이 제시된 것만으로도 기대심리를 크게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집값 안정 측면에서 보면 정부와 지자체가 손발이 안 맞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계획한 대로 추진했다”는 입장이다. 경기도청 뉴타운사업기획단 관계자는 “집값이 안정될 때까지 발표를 미룰 만한 사안이 아니다”면서 “오랫동안 준비 검토한 프로젝트로, 최대한의 행정력을 집중해야 할 일”이라고 밝혔다. 중장기 개발 프로젝트로 뉴타운 사업의 비중이 상당하다는 의미다.10~15년 후 완공 ‘장기안목 필수’경기도 뉴타운 지정 발표는 실수요와 투자자 모두의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한 이슈다. 그동안 저평가된 일부 지역은 투자가치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는 평이다. 주거환경은 물론 교통, 생활편의시설, 교육 등의 여건이 크게 개선될 것이기 때문이다.이에 따라 벌써부터 해당지역 경매·공매시장의 열기가 뜨겁다.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따르면 고양시와 광명시의 최근 공매 평균 낙찰가율은 8~10월 3개월 평균보다 각각 6.1%포인트와 5.7%포인트 올라 102.1%와 100%인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인 투자 가치가 높다는 점이 부각돼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가 덜한 공매로 투자자가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특히 해당지역에서 분양 중이거나 분양 예정인 새 아파트는 뉴타운 개발의 후광을 기대할 수 있어 부쩍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입지는 일산신도시 생활권에 속하는 고양시 원당지구다. 고양시 주교동, 성사동 일대 39만평 규모에 주거지형으로 2015년까지 개발될 예정이다. 원당지구 주변은 이미 베드타운으로 개발돼 있어 주거환경이 좋은 편이다. 또 일산~퇴계원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가 개통돼 도로사정이 좋아졌고 경의선, 지하철 3호선 이용도 가능하다. 내년 11월 인근 식사동 일대에서 벽산건설이 25~46평형 2,735가구 대단지를 분양할 계획이어서 눈길을 끈다.광명시 광명4, 5, 6동과 철산4동 일대 87만4,000㎡ 역시 주목받는 곳이다. 지하철 7호선과 연결돼 서울과의 접근성이 뛰어나고 KTX 광명역세권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더욱 시너지효과가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광명동, 철산동과 접한 서울 금천구, 구로구 디지털단지에 IT 및 벤처기업이 잇따라 입주하고 있어 주변지역으로 주거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현지 부동산중개업소에 따르면 10월 부동산 가격 오름세에 뉴타운 발표까지 겹쳐 호가가 더 오른 상황이다. K부동산중개 관계자는 “광명동, 철산동에 위치한 새 아파트는 평당 1,000만원을 돌파해 계속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20~30평 중소형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부쩍 늘었다”고 밝혔다. 뉴타운 예정지인 광명5동과 접한 현진에버빌 32평형의 경우 최고 3억5,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시흥시 은행지구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지역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둘 만하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서울 출퇴근 수요보다는 시화, 반월공단 등에 직장을 둔 실수요자들이 내집마련 목적으로 검토해 볼만하다”고 말했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여건이 여의치 않아 서울 출퇴근은 불편하지만 대신 인접 지역으로의 자가용 출퇴근 여건은 편리한 편이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에서 상대적으로 부동산 붐 영향이 적게 미친 곳이어서 소액 투자가 가능한 게 매력이지만 뉴타운 발표 후 평형별로 3,000만~5,000만원 가량 가격이 올랐다. 뉴타운 예정지인 은행동의 대우3차 33평형은 최고 2억8,000만원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안양시 안양동, 석수동, 박달동 일원 53만평은 2020년까지 주거지형으로 개발된다. 인근 비산동 일대에서 성원건설이 주상복합 분양을 계획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차 29~34평형 총 219가구 중 140가구, 2차 27~55평형 178가구가 공급된다. 대형할인점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는 등 생활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또 석수동 일대에서는 대우자판건설이 지역조합아파트 285가구 중 23~42평형 203가구를 내년 3월에 공급할 계획이다.한편 뉴타운 대상지의 미분양 아파트도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는 미분양 아파트는 계약 조건이 좋고 향후 뉴타운 후광을 기대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남양주시 덕소뉴타운과 가까운 화도읍에선 대주피오레 24, 31평형과 녹촌두산위브 31평형은 각각 10가구 안팎이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대주피오레의 경우 계약금 1,000만원만 있으면 되고 발코니 확장과 새시를 무료 시공해준다. 녹촌두산위브는 계약금 800만원만 내고 나머지 중도금은 입주시 내면 된다. 또 남양주 덕소와 가까운 도농특별설계구역내에서 부영이 주상복합아파트 53평형 364가구를 분양할 예정이다.2개 지구가 뉴타운으로 지정된 부천에선 송내동, 심곡동, 역곡동 일대에 새 아파트가 남아 있다. 경인선 역곡역이 가까운 한양수자인의 경우 중도금 60%를 무이자로 대출해 준다.의정부시에선 녹양동 녹양지구에 주공뜨란채, 용현동 건영캐스빌, 호원동 회룡역 풍림아이원 등이 각각 중소형 평형을 남겨두고 있다. 뉴타운 예정지인 금오동과 가까운 용현동에 위치한 건영캐스빌의 경우 이미 지난 6월 완공돼 언제든 입주할 수 있다. 34평형 분양가는 1억6,790만원선이다.한편, 경기도 뉴타운 투자는 장기적 안목이 필수다. 김규정 부동산114 차장은 “사업기간이 10~15년인 장기 프로젝트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투자 목적보다 실수요 중심으로 접근하는 게 현명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