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창업자 울리는 함량미달 업체 수두룩

한국외식시장에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도입된 것은 1979년부터로 얘기하는 것이 정설이다. 당시 대학로 난다랑 커피점, 롯데리아, 림스치킨 등에서 시작된 프랜차이즈 바람은 90년대 이후 한식시장까지 급속하게 확산되기 시작했다.이로서 대한민국 외식시장에 일대 변혁이 일기 시작했다. 오직 맛 하나만을 무기로 재래식 운영 스타일을 고집하는 영업방식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으며, 외식시장의 업그레이드 촉진제 역할을 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다.하지만 한편으로는 부실음식점을 양산하는 결과도 초래했다. 그나마 보쌈, 솥뚜껑삼겹살, 부대찌개, 순두부, 한정식, 항아리갈비까지 한식 분야에서 프랜차이즈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주)놀부의 역할은 지대했다. 이쪽저쪽 기웃거리지 않고 오직 한식 관련 프랜차이즈로 한우물만 파온 모습이 프랜차이즈산업의 좋은 모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신선설농탕’ 같은 브랜드 역시 재래식 아이템의 업그레이드 모델을 제시하고 있는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남성고객 위주, 젊은층보다 중장년층 고객을 위주로 영업하는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 여성고객 및 20대 젊은 고객들의 발길을 유인하는 획기적인 모델을 제시했기 때문이다.90년대 이후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면서 나타난 부작용의 유형은 다양하다. 순기능이 있다면 역기능도 있을 수 있다는 시장의 논리로 이해하기엔 지나친 측면이 있을 정도다. 최근엔 외식시장과는 전혀 상관없는 대기업들까지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을 노크하고 있다. 그나마 선방하는 브랜드도 있지만,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놓고도 투자 대비 수익을 올리지 못하고 ‘속앓이’를 하고 있는 브랜드 역시 도처에서 생겨나고 있다.무엇보다도 반짝 유행 아이템의 양산 때문에 폐해가 속출했다. 저가 탕수육, 찜닭, 불닭, 낙지수제비, 저가 육류전문점 등이 그 예다. 개별 메뉴 자체는 충분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나 단시간에 공급시장이 이상 확대되면서 소비자들이 일시에 외면해 버리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동시에 단명하는 매장이 늘 수밖에 없는 결과로 이어졌다.이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속성상 신규 오픈 매장 확장에 열을 올리다 보니 외식업의 기본기마저 갖추지 않고 무작정 창업하는 일까지 도처에서 생겨났다. 프랜차이즈 본사에서는 ‘주방장 필요 없이 모든 것을 본사에서 공급하기 때문에 초보자도 오픈이 가능하다’고 투자자를 유인했다. 아직도 순진한 창업예정자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의 달콤한 말만 믿고 무작정 외식업에 투신했다가 낭패를 보는 사례가 여기저기서 생겨나고 있다.얼마 전 수도권 신도시 1층, 20평 매장으로 분식집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가맹점에서 긴급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1년 동안 체인점을 오픈해서 장사를 하고 있는데, 고생은 고생대로 하면서 손에 쥐는 돈은 별로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돈을 손에 쥐기는커녕 매달 적자에 시달리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분식집 주인의 말대로라면 당장 폐업이라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현장을 방문해 주인의 창업 스토리를 듣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40대 부부의 체인분식집 창업 스토리는 대략 이렇다.남편은 제과점 기술자였다. 서울 영등포에서 몇 십년 동안 독립된 형태의 제과점을 운영했다. 하지만 대기업 계열 체인제과점의 마케팅 공세에 동네 제과점이 버텨낼 힘이 없었다. 급기야 자구책을 고민하게 됐고, 우연히 알게 된 분식체인점을 노크하기에 이르렀다.체인점 본사에서는 이 부부의 사정을 듣고, 곧바로 점포입지 개발에 착수해 영등포구와 승용차로 1시간 거리가 넘는 신도시지역 점포를 소개해 주면서 몇 달만 영업하면 충분한 권리금을 받아넘길 수 있다며 부부를 유혹했다. 결국 제과점 사장 부부는 분식집 체인본사 사장의 말만 믿고, 3개월만 장사해 볼 요량으로 무작정 점포계약을 하고 지난해 하반기에 오픈을 했다. 집이 멀기 때문에 남편은 신도시에 작은 월세방을 구해서 24시간 분식집을 운영하고, 아내는 버스로 2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아침저녁으로 출퇴근하는 불안한 영업이 시작됐다. 신도시로 이사 갈 생각도 했지만 집 마련 비용도 부담일 뿐만 아니라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강력한 반대로 이사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개업 3개월이 지나도 본사 사장은 매장을 넘겨줄 낌새를 보이지 않았다. 더 큰 문제는 이 부부는 제과점 노하우 외에는 음식점 운영에 너무나 무지한 초보 음식점 사장이라는 사실이다.매장을 방문해 4,000원에 판매하는 육개장 한 그릇을 시켜보고는 또 한번 놀랐다. 냉동완제품을 받아서 서비스하기 때문에 음식 품질은 차치하고라도 흰쌀밥의 품질이 너무 뒤떨어졌다. 도저히 다시 찾을 만한 맛과 품질이 아니었다. 또 3가지 밑반찬의 품질을 보고는 월 150만원의 급여를 챙겨가는 주방 찬모의 얼굴을 다시 한 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이런 서비스를 하고도 정작 무엇이 잘못됐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주인의 태도가 안쓰러울 뿐이었다.더욱 가관인 것은 체인본사 사장에게 애초 약속을 지키라고 전화를 하면, 사장은 “요즘 새롭게 진행하는 고깃집 체인점이 있으니까 그 고깃집을 가맹하면 분식집은 자기가 인수해준다”는 해괴망측한 얘기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몇 천만원 계약금을 빨리 가져오라고 종용한다는 이야기였다. 주인 입장에서는 가족관계도 파괴하면서 영업을 하고 있는데다, 수익을 챙기기는커녕 경비지출하기도 버거워 고도의 정신적인 고통까지 3중고에 시달리는 절박한 상황이었다.1차 결론은 명확했다. 이 경우 매장 자체의 경쟁력을 논하기에 앞서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상황이다. 신도시로 이사할 형편이 되지 않는다면 애초 가맹계약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우선 인근 부동산을 찾아다니면서 물건을 내놓고 단기간에 빠질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을 요청했다.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하루빨리 불안한 영업을 정리한 다음 최소 비용으로 다시 출발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체인본사 사장에게도 전화를 했다. 사장은 시시콜콜 자기합리화 및 변명을 늘어놓았다. 더 이상 이 체인점에 기대할 게 없었다. ‘3개월만 영업하면 권리금 받고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기 때문에 집에서 좀 멀더라도 일단 가맹점 계약하고 오픈하자’고 유혹한 체인본사 사장의 윤리적, 사회적 자질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사탕발림만 믿고 본인들의 사정은 뒤로한 채 덥석 체인점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던 이 부부의 무지함도 한몫 했다. 그러나 이 부부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너무나 정직하고 순진한 스타일이었다. 더욱이 또다시 이 부부를 신생 아이템인 고깃집 프랜차이즈로 옭아매려는 체인본사 사장의 작태는 가증스럽기 짝이 없었다. 이런 행태야말로 한국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저해하는 추악한 암초라고 할 수 있다.한국 외식 프랜차이즈 시장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얄팍한 체인점 아이템 하나로 한몫 챙기기에 급급한 함량미달 브랜드 역시 곳곳에서 영업 중이다. 이들의 문제는 오로지 생계를 위해 투쟁하다시피 창업시장에 뛰어드는 힘없는 영세창업자들을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는 사실이다. 무엇보다 한국 외식 프랜차이즈 업계 스스로 끊임없는 자정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함량미달 체인점이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시스템 역시 공동의 노력으로 만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