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경영’ 경계… 대박 욕심 ‘금물’
엄길청 경기대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교수약력: 1955년생. 77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98년 세종대 경영학 박사. 98년 경기대 교수(현). 2003년 KBS2 라디오 <엄길청의 성공시대> 진행(현)유태현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대표이사/발행인약력:1957년생. 80년 동국대 영문과 졸업. 91~2003년 문화일보 기자, 경제부장, 산업부장. 2006년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대표이사·발행인(현)장영 경영과학박사약력: 1961년생. 87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과학 박사. 97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2000년 이엑스포 대표이사(현). △저서: <자유로 가는 인생> 등최근 네트워크 마케팅 일부 업체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며, 업계 전반의 이미지가 흐려졌다는 평을 듣는다. 이런 상황에서 네트워크 마케팅의 순기능까지도 간과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네트워크 마케팅의 현재 문제점과 발전방안에 대해 전문가들의 고견을 들어봤다.일부 업체가 검찰의 수사를 받으며, 네트워크 마케팅 업계가 혼탁해졌다는 얘기를 듣고 있습니다.장영 경영과학박사(이하 장 박사):먼저 불법적인 피라미드와 합법적인 다단계 업체를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사업자보다 소비자의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삼은 게 진정한 네트워크 마케팅입니다. 90년대에는 제품이 많지 않고 고가 제품 위주로 유통이 됐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인터넷과 접목되며 제품 구색이 다양해져서 소비자의 네트워크 형태로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유태현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발행인(이하 유 발행인):네트워크 마케팅의 개념부터 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뭉쳐서, 소비자단체를 형성해 생산자와 직거래하고, 회사는 파이프라인과 밸브 역할을 하는 것이 네트워크 마케팅이라고 봅니다. 합법적인 다단계판매 회사 외에, 불법 금융 피라미드가 시장을 흐리고 있습니다.엄길청 경기대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 교수(이하 엄 교수):네트워크 마케팅을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먼저 특정한 제품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동호모임을 들 수 있습니다. 가령 자연식품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모임과 같은 것이지요. 두 번째는 이른바 ‘소비 리더’가 네트워크 소회원에게 더 좋은 물건을 더 좋은 가격에 판매하는 형태입니다. 다양한 정보와 제품이 넘치면서, 이제 소비 자체를 누군가 옆에서 도와줘야 하는 시대에 이르렀습니다. 이렇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소비리더를 ‘소비 큐레이터’라고 칭할 수 있습니다. 소비 큐레이터는 기업 입장에서는 일종의 리트머스시험지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세 번째는 인적판매 전문가의 마케팅을 뜻합니다. 이 부분에서 간혹 문제가 생기더군요. 보다 큰 보상, 빠른 성공을 추구하는 사람 중에 도덕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이들로 인해 문제가 불거져 나옵니다. 소비자 동호회와 소비 큐레이터가 이들과 도매급으로 비난받는 상황이 안타깝습니다.소비자 입장에서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를 어떻게 선별해야 할까요.장 박사:일단 제품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제품의 경쟁력이 있어야 구전효과가 일어나 제품이 유통되고, 보상이 일어납니다. 또 모여 있는 사람의 면면을 봐야 합니다. 어떤 사람들이 네트워크 마케팅에 몸담고 있는지 따져보면, 큰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또 사업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구축돼 있는 회사를 가려내야 합니다.유 발행인:회사가 믿을 만한지 검증해 봐야 합니다. 사주의 경영철학, 설립이념, 신용등급, 보상플랜 등을 평가해 보는 게 필요합니다. 특히 초고속으로 소득을 올릴 수 있다고 홍보하는 회사는 의심해 봐야 합니다. 자본금 하나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현재 다단계판매 업체의 설립 자본금은 법적으로 5억원 이상으로 돼 있습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회원관리를 위해서는 회사의 자본금이 수십억원, 수백억원에 이르러야 한다고 봅니다.엄 교수: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회사인지 봐야 합니다. 한 번 만들었다가, 단기간에 없어지는 회사가 아닌 역사 깊은 사회기업이 돼야 합니다. 네트워크 마케팅은 평생 비즈니스 시스템이 돼야 합니다. 해외에서는 대를 넘겨 자손에게 물려주는 네트워크 마케터가 있을 정도입니다. 빠른 성공을 약속해 주는 비즈니스가 아니기 때문에 ‘속도경영’을 중시하는 회사는 의심해 봐야 합니다. 행복한 소비를 나누는 곳이지, 대박을 나누는 곳이 아닙니다.최근 네트워크 마케팅을 이끌어가는 프로슈머(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에 대해 논의가 활발합니다.유 발행인:앨빈 토플러는 저서 <부의 미래>에서 프로슈머를 언급했습니다. 프로슈머인 회원들로 구성된 진정한 네트워크 마케팅은 다음과 같은 몇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생산자와 소비자 간 직거래로 유통단계를 줄였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생산과정에 관여했기 때문에 품질이 좋아야 합니다. 제품의 반품과 교환, 환불이 보장돼야 합니다. 생필품 구매비용이 사업자본금이기 때문에 고가로 무리하게 팔아서도 안됩니다. 온라인이나 전화로 주문하고 구매하기 때문에 택배 시스템이 완벽해야 합니다. 또 유통마진을 한도 내에서 회원에게 나눠줘야 합니다. 회사 자체가 부자가 되면 문제가 발생합니다. 아울러 죽는 순간까지 즐길 수 있는 평생직업이 돼야 합니다.엄 교수:개인의 차별화된 니즈가 부각되는 사회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개개인의 주문에 다 맞춰, 다품종 소량생산을 하다 보면 경제성이 떨어집니다. 이런 이유로 공급자는 ‘대량주문소비’를 선호합니다. 개개인의 니즈를 반영한 주문소비를 하면서도, 대량으로 물건을 공급받을 수 있는 ‘대량주문소비’를 가능하도록 만든 게 네트워크입니다. 또 최근 소비자들은 ‘대량 품격소비’를 하려 합니다. 비슷한 사람끼리 품격 있는 소비를 하려는 현상에서 ‘매스티지’가 나타난 것이죠. 클럽, 즉 네트워크가 있어야 품격소비가 가능합니다. 네트워크 마케팅으로는 공급자와 가격, 제품 속성의 필요 여부를 직접 협상 가능하기 때문에 프로슈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게 됩니다.장 박사:IT(정보통신)가 발전하면서 프로슈머가 탄생했습니다. IT기술이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중개기능을 없앴습니다. 기업의 영역이었던 기획과 디자인, 제품유통과 관련된 생산활동까지도 소비자가 관여할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기업이 벌어들이던 제품의 기획, 디자인을 통한 이익을 이제 소비자가 되찾아가는 ‘소비자 주권 마케팅’ 시대가 열린 것이죠.고용불안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래 준비의 대안으로 네트워크 마케팅이 떠오르고 있습니다.엄 교수:소비도 하나의 사업입니다. 행복한 소비, 좋은 소비를 해서 남에게 알려줄지, 안 알려줄지는 순전히 본인 의사에 달렸습니다. 현명한 소비를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대신 돈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이를 경험 마케팅이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한평생을 80년으로 볼 때, 학습인생은 20년, 생산은 30년, 그 뒤 남은 30년은 전적인 소비인생입니다. 50년 이상 살아온 사람에게는 폭넓은 인적망과 경험이 자산입니다. 이런 사람이 소비 큐레이터, 소비 리더, 소비 전문가로 적절합니다. 합리적 소비행태, 방식을 남에게 발표도 하고, 소비투어를 하며 보다 가격이 싼 곳을 다른 이에게 소개할 수 있습니다.장 박사:40~50대에 은퇴한 뒤에도, 평생 할 수 있는 일거리가 마련되는 것이죠. 노후불안 외에도 자유로운 직업에 대한 욕구도 네트워크 마케팅으로 해소할 수 있습니다.네트워크 마케팅 시장 육성·발전 방안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엄 교수:네트워크 마케팅으로 조기에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했으면 합니다. 한번 발을 들여놓으면 평생 비즈니스로 삼아야 합니다.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도 지속가능한 경영계획을 지니도록, 사회적 감시가 엄격해야 합니다. 사외이사의 비중이 늘어나서, 공정한 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화돼야 합니다. 아울러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를 기업 자체로만 볼 게 아니라 NGO와 기업의 중간지대로 봐야 합니다. 때로는 NGO와 협력해 사업자 교육을 하며, NGO 관계자를 초빙, 소비자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시켜 가야 합니다. 가격 공시 기능도 갖춰야 합니다. 네트워크 마케팅 업체 사이트에 가격을 공시해서 언제든지 물건과 가격을 비교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장 박사:다단계판매 관련법의 금지사항을 보면 지나치게 보수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특히 교육비용에 제한이 있어 외부 초청가의 강연을 들으려 해도 제한이 많습니다. 교육시스템을 제대로 정착시키도록, 기준이 다시 마련돼야 합니다. 공신력 있고 자금력 있는 네트워크 마케팅 연구소, 협의체를 만들어서 전문적으로 연구를 하고 교육하는 여건 조성도 절실합니다. 또는 외부의 신뢰할 만한 기관이 네트워크 마케팅의 발전방안을 재정립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전략적 방향을 다시 한 번 모색해서 대국민 홍보를 해야 할 시점입니다. 대학에서도 유통의 한 방편으로 네트워크 마케팅을 인정해 전문가를 양성했으면 합니다.유 발행인:국내 법률에는 네트워크 마케팅이란 단어가 없습니다. 모두 다단계판매로 표시돼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다단계판매란 말만 들어도 고개부터 흔듭니다. 일단 관련법을 정비, 강화해 시장에서 엉터리업체를 제거하고, 이미지를 개선하는 게 시급합니다. 기업과 국민들에게 큰 도움을 주고, 가계부문에 소득과 일자리를 창출하며 사회안전망 구축에 기여해 궁극적으로 나라경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마케팅을 할 수 있는 회사가 많이 생겨나야 합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