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전도사로 ‘인생2막’ 올리다
직장인은 누구나 퇴직 이후의 ‘두 번째 인생’을 생각한다. 특히 최근 들어 퇴직연령이 낮아지면서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돼 버렸다. 사람마다 입장은 다르지만 결론은 누구나 ‘제2인생을 어떻게 살까’로 모아진다.그런 점에서 구덕모 ‘와인&프렌즈’ 사장(58)은 하나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다.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것을 사업아이템으로 구상했고,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구사장에게 와인은 자신의 인생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동반자이자 평소 가장 즐기는 대상이기 때문이다.구사장의 이력은 매우 화려하다.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LG그룹으로 옮긴 후 지난 3월 LG필립스LCD 영업부문장(부사장)으로 회사를 떠날 때까지 핵심 경영진으로 활약했다. 특히 그는 LG그룹 내 대표적인 해외영업통으로 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와인을 처음 접한 것 역시 해외근무와 관련이 깊다. 30년 전 KOTRA 뉴욕무역관 근무 당시 처음 마셔보고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은 와인을 꼭 마실 줄 알아야 한다고 판단했다.특히 외국의 바이어들과 상담할 때는 일에 큰 도움을 준다는 점도 깨달았다. 이후 기업에서 해외영업을 하며 와인 덕을 많이 봤고, 점차 그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다른 술과 달리 와인을 마시면 깊은 대화가 가능합니다. 그윽한 향을 음미하며 서로 말을 주고받다 보면 처음 만나는 사람도 금방 친해지게 마련이죠. 또 독주가 아니다 보니 누구든 부담 없이 마실 수 있고, 그 다음날 일하는 데도 전혀 지장을 받지 않습니다.”지난 3월 퇴직을 전후해 구사장은 향후 진로에 대해 고민을 했다. 하지만 그 답은 의외로 쉽게 얻었다.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다짐했다. 가족들 역시 흔쾌히 동의했다. 결국 4월 말 주변 사람들에게 ‘제2인생’ 시작을 알리며 서울 강남 청담사거리 부근에 70여평짜리 ‘와인&프렌즈’를 열었다.사실 청담동 일대에는 와인바가 무척 많다.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구사장은 청담동에서 문을 열었다. 그는 “와인을 즐겨 마시는 20~40대가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이 바로 청담동”이라며 “굳이 피해가는 대신 철저한 차별화로 승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구사장 말대로 와인&프렌즈는 다른 점이 참 많다. 우선 구사장이 과거 자신이 마셨던 경험을 토대로 공급자 입장이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메뉴 리스트를 만들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종류만도 300종이 넘는다.‘와인과 다이닝’을 표방하고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다양한 이탈리아와 프랑스식 요리가 준비돼 있다. 저녁을 먹으며 기분 좋게 와인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파스타와 리조또는 맛이 뛰어나 벌써부터 단골 사이에서 인기다. 비즈니스맨에게 필요한 다양한 시설을 갖춰놓고 있는 점도 특징 가운데 하나다. 독립적인 공간(룸)이 마련돼 있고, 이곳에는 LCD TV가 설치돼 있다. 또 노트북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도 있다.구사장의 목표는 소박하다. 돈을 많이 벌겠다는 ‘꿈’은 차선이다. 그보다는 우선 ‘와인&프렌즈’를 세대와 세대가 어울리는 공간으로 만들 생각이다. 이름 안에 ‘프렌즈’를 굳이 넣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구사장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을 만들고 싶다”며 “좀 여유가 생기면 프랜차이즈 방식을 도입해 여러 곳에 ‘와인&프렌즈’를 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02-547-7966)약력: 1948년 서울 출생. 70년 한국외국어대 독일어과 졸업. 93년 금성사(현 LG전자) 상무. 97년 LG반도체 전무. 2000년 LG필립스LCD 영업부문장(부사장). 2006년 4월 와인바 ‘와인&프렌즈’ 창업©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