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소 경쟁 ‘옛말’…승부수는 ‘렌즈’

취미로 사진을 즐기는 수준을 넘어 보다 전문적으로 사진을 찍고자 하는 젊은층이 늘어나면서 보급형 DSLR(디지털일안반사식) 카메라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과거 전문가용으로만 인식되던 DSLR 카메라에 콤팩트형 디지털카메라 이상의 재미와 즐거움을 맛보고 싶어 하는 디카족들이 몰리고 있는 것이다.DSLR에 사용자들이 몰리는 것은 우선 가격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웬만한 소형자동차 한 대 값이라던 DSLR 카메라 가격이 최근 100만원대 또는 그 아래로 뚝 떨어졌다. 여기에 최근 선보인 보급형 DSLR들은 사용법이 간단하고 성능이 뛰어나 사용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에 비해 다소 무겁고 휴대성이 떨어진다고 여겨졌던 DSLR카메라는 보급화와 함께 기능은 강화됐으면서 무게는 줄어 여성 유저들도 급격히 늘고 있다.온·오프라인 DSLR 동호회 등이 활성화되면서 ‘전문가만의 카메라가 아니다’, ‘사진 찍는 재미가 확실히 있다’는 인식이 확대, 자연스럽게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서점가에는 ‘DSLR 확실히 배우기’(영진.COM ), ‘DSLR 길라잡이’(정보문화사) 등 올해 출판된 DSLR 서적만도 10권이 넘어 높아가는 DSLR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콤팩트 디지털카메라와 달리 DSLR에는 초·중·고급의 수준별 모델들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다는 점도 매력으로 꼽힌다. 디지털카메라에서 DSLR로 넘어오는 입문자들의 경우 캐논의 EOS 400D와 350D, 니콘의 D80과 D70S, 올림푸스의 E500이 무난하며, 중급자들에게는 캐논의 신제품 EOS 30D와 니콘의 D200이 적당하다. 캐논의 1D MarkⅡ 시리즈와 니콘의 E2 Xs는 최고급 전문가를 위한 모델이다.지금 DSLR 카메라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후끈 달아올라 있다. 기존의 강자인 캐논과 니콘의 뒤를 이어 소니, 삼성 등도 DSLR 시장에 뛰어들면서 ‘DSLR의 춘추전국시대’가 펼쳐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DSLR 시장의 선두업체는 캐논이며 니콘이 그 뒤를 따르고 있다. DSLR 분야에서 독보적인 두 업체는 현재 DSLR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양사는 올해 나란히 한국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한국시장에서의 결의를 다졌다. 캐논은 올 4월 한국 현지법인인 캐논코리아컨슈머이미징(CKCI) 출범식을 가졌다. 올해 출범한 니콘의 한국법인 니콘이미징코리아 역시 한국시장에서의 판매강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또한 캐논은 ‘DSLR의 베스트’라 불리는 ‘EOS 350D’의 후속작인 ‘EOS 400D’를, 니콘은 보급형 기능을 강화한 ‘D80’을 출시하며 보급형 DSRL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소니코리아와 삼성테크윈도 DSLR 시장 진입을 선언했다.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에 치중하던 소니는 캐논과 니콘의 신제품 출시에 앞서 전세계 시장에 첫 DSLR 카메라인 ‘알파100’을 발표했다. 이 제품은 지난해 7월 코니카 미놀타PI와 DSLR 카메라 사업부문을 제휴해 공동 개발한 첫 작품이다. 소니측은 올 연말까지 DSLR 시장의 12~15%를 점유하겠다고 밝혔다. 삼성테크윈 또한 올 초 일본 펜탁스와 손잡고 첫 DSLR 카메라 제품인 ‘GX-1S’와 ‘GX-1L’을 선보였으며 곧 새로운 DSLR 카메라를 내놓을 예정이다.여기에 콤팩트 디카 시장에서 빠른 속도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후지필름도 DSLR 대열에 합류했다. 후지필름이 9월 말 출시하는 렌즈일체형 DSLR ‘S6500’은 사람얼굴을 인식하는 인공지능 페이스 디텍션 기능을 탑재해 인물사진에 최적화된 모델이다. DSLR의 특징을 갖췄으면서도 번거로운 것을 싫어하는 일반인들을 위해 렌즈일체형으로 만들어져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다.올 하반기는 각 업체의 DSLR 관련 신상품 발표가 이어지면서 당분간 DSLR 시장은 다자간 경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소니의 알파100을 선두로 시작된 하반기 DSLR 신제품 출시는 니콘의 D80에 이어 캐논의 ‘EOS 400D’까지 연달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올림푸스와 삼성테크윈 역시 기능성을 강화한 DSLR 신제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캐논의 강동환 사장은 “DSLR 시장의 다자간 경쟁은 전체적으로 볼 때 기회가 될 수 있다”며 “시장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같이 성장하는 데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DSLR 시장의 승자를 결정할 것인가.DSLR를 찾는 사람들은 카메라 본연의 기능, 즉 눈에 보이는 것과 같은 느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제품을 찾는다. 또 구매단계에서 고가의 구매결정이 이루어지며 한 번 구매하면 렌즈군을 비롯한 키트를 마련한다는 점, 그리고 사용자들이 하나의 브랜드에 충실하다는 점도 콤팩트 디카와는 다른 DSLR 사용자들의 특징이라 할 수 있다.이에 따라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의 선택 기준이 됐던 ‘화소’는 시장에서 별 의미가 없게 됐다. 캐논의 EOS 400D는 1,010만화소, 니콘의 D80은 1,020만화소 제품이며 소니의 알파100도 1,020만화소 제품이다.하나의 렌즈에 사물을 반사시켜 실제 눈으로 보는 것과 똑같은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해주는 DSLR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 특징을 가졌다. 고품질의 다양한 렌즈군을 구비하고 있는 것은 디지털카메라 최고의 경쟁력이다. 특히 최근처럼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져 그 차이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는 렌즈에 따라 활용도가 천차만별인 DSLR에서 렌즈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각 업체들은 콤팩트 디지털카메라의 화소 경쟁을 벗어나 완벽한 화질과 렌즈화각 등을 위한 렌즈기술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캐논의 경우 호주, 미국 등 각국의 첨단기술연구소에서 캐논 DSLR에 들어가는 CMOS 센서기술, DIGIC Ⅱ 이미징 프로세서 등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기기 부문의 영상처리 및 디지털이미징 기술 등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캐논은 기초연구에서 개발, 제품화까지 제조업체의 기술력을 측정하는 지표인 미국의 ‘특허’ 등록건수에서 지난 13년간 연속 3위 이내에 들었다.소니도 미놀타를 인수함으로써 그동안 부족했던 DSLR 분야의 기술력을 보강해 ‘알파100’을 내놓았으며, 삼성도 일본 펜탁스와 자사 기술력을 더해 DSLR 신제품을 내놓을 예정이다.각 업체들은 고객서비스와 마케팅 전략 강화에도 주력하고 있다. 요즘처럼 DSLR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기회를 노려 초기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 소비자 입장에서는 DSLR에 대한 풍부한 사전정보를 갖고 비교해가며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셈이다.우선 신제품 발표회에 DSLR 유저들을 초청해 신제품 시연 및 피사체 촬영, 세미나 등을 제공하고 있다. 캐논은 9월20일 하반기 신제품 발표회에 일반인 총 300여명을 초청했고 니콘도 지난 8월16일 하반기 신제품 발표회 및 기자간담회에 유저를 불러 D80의 입소문 확산에 나섰다. 이렇게 기존 유저들의 충성도를 확고히 하는 한편 새로운 유저들을 확대해 나가려는 업체들의 노력이 마케팅 전략 및 고객서비스에 이어지고 있는 추세다.니콘이미징코리아는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기 위해 보급형 DSLR 모델인 ‘D50’과 ‘D70S’의 가격을 각각 8%, 6% 인하했으며 올림푸스한국은 하이마트 150개 매장에 공급을 마치고, 판매사원 교육을 집중적으로 실시하는 등 유통망 강화에 힘쓰고 있다.소니코리아도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한편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알파100’ 정품 사용자에게 무상서비스 기간이 끝난 이후에도 50%의 할인서비스를 실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테크윈은 ‘철저한 AS’ 전략을 세우고 보증기간 2년에 CCD 청소 및 AF 초점 조정 등을 무료로 서비스할 예정이다.